건강식품 판매장 된 ‘공공기관’
마로면·내북 창리농협, 38만원 상당의 건강식품 판매장 활용
검증 없이 회의실 사용 승낙, 사과 후 반품 조치
농한기를 맞아 농촌지역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건강보조식품 판매 행위가 기승하고 있는 가운데 공공기관 회의실이 건강보조식품 판매장으로 활용, 주민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 8일, 마로면사무소 회의실에서는 충남 아산시 송학농협에서 만든 구지뽕 상황버섯제품이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판매됐고, 다음날인 9일에는 보은농협 내북지점 회의실에서 같은 제품이 판매됐다.
이날 판매된 제품은 한 달 치를 기준으로 38만원에 판매됐으며, 무상으로 선물도 제공됐다.
내북면 이원리 이모씨는 “농한기면 시골에 어김없이 찾아오는 단골손님이 있는데 그것은 일명 약장수라는 떠돌이 장사꾼이다. 이 사람들은 시골 노인네들만 불러 모아 공짜를 미끼로 고가의 물건을 팔고, 의지가 약한 노인네를 현혹하여 건강식품을 파는 행위를 일삼는데 대다수의 노인들은 사고 나서 후회를 하고 있다”며 “이런 피해가 있음에도 실정법으로 규제하는 것이 어렵다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주민들이 선의의 피해를 당하지 않게 하여야 할 공공기관이 앞장서서 장소를 빌려 주었다”고 지적했다.
이 씨는 또 “판매에 앞서 집집마다 유익한 교육을 실시하겠으니 많은 참석을 바란다는 전화와 안내장이 전달됐고, 참가한 주민들은 공공기관에서 실시한 교육인 만큼 믿고 구입한 경우도 많았다”라며 “면사무소와 농협이 건강보조식품을 믿고 살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준 꼴이 되고 말았다”라고 말했다.
마로면 관기리 김모씨도 “노인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높은 가격과 선물공세 등 문제가 되고 있는 약장사 수법과 똑같이 판매가 이루어졌다”라며 “면사무소라는 공공기관에서 판매가 이루어져 주민들이 더 믿고 제품을 구입하게 된 만큼 앞으로는 철저한 검증을 통해 주민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공공기관이 건강보조식품 판매장으로 사용됐다는 비난이 일자 마로면과 보은농협에서는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보은농협 곽덕일 조합장은 “내북면사무소 회의실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급한 일정이 잡혀 내북지점 회의실로 변경된 것으로 조합원들을 보호해야 할 농협이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한 셈이 됐다”라며 “건강보조식품을 구입한 주민들의 명단을 파악해 전량 반품 조치하도록 했다”라고 말했다.
김용학 마로면장도 “송학농협에서 지역 특산품을 홍보하고자 하니 어려운 농민들을 생각해서 회의실 사용협조를 부탁한다는 내용을 듣고 직접 송학농협에 전화를 걸어 사실 유무를 확인한 결과 틀림없다는 답변을 들었다”라며 “판매장에 많은 주민들이 참석하는 것을 보고 걱정이 돼 월요일(12일) 이장회의를 통해 부담이 가는 주민이 있다면 모두 반품 조치할 것이라고 전달했다”라고 말했다.
김 면장은 또 “저간의 사정이 어떻게 됐든 면사무소 회의실을 제공한 것은 잘못”이라며 “앞으로는 순수한 목적의 행사 외에는 회의실을 빌려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