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강건너 불이 아니다 (끝)
기온상승이 농업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3) 지방 자치 단체와 농민들의 대응
앞으로 지구 온난화에 대한 정부의 농업 분야 대응 계획과 노력이 진행되겠지만 이에 못지않게 지방 자치단체와 농민들의 참여와 노력도 중요하다.
기업은 회사가 생산하는 제품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기 전에 새로운 상품을 출하하여 경쟁을 계속하므로써 유지된다. 자기회사 제품이 시장에서 타사 제품에 밀리고 있는데도 설마 설마 우물쭈물하다가는 결국 도태되고 만다. 전환과 변화가 밑도 끝도 없이 계속되는 게 기업이고 하루가 다르게 신제품이 쏟아져 나와 살아남느냐? 망하느냐? 숨 가쁘게 경쟁하는 현장이 시장이다. 어느 상품이 품질이나 가격에서 밀려나기 시작할 때 대응을 준비하는 것은 뒷북치는 격이다. 농업은 기업이 상품을 바꾸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것처럼 타 작목으로 전환하고 대체하기가 쉽지 않다. 현재 우리 지역은 북으로 밀려가는 온대성 기후의 꼬리와 밀고 올라오는 아열대성 기후의 머리가 겹치는 지점에 있다고 본다.
지금 재배하고 있는 온대성 작물의 대부분은 기온 상승으로 인해 영농비용의 증가, 품질 저하, 수확량 감소로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아열대성 작물을 도입하는 것도 위험성 때문에 망설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초기 투입비용이 만만치 않고 재배기술은 미숙한데다 천적등 생태계의 안정이 안되었고 추위 패해도 입을 수 있다. 온난화 된 기후에서 현재의 수확량을 유지하고 나아가 안정된 생산을 하려면 변화된 기후 조건에 적응하는 새로운 작물과 재배법을 선택하는 것이 최상의 길임에 틀림없다.
지구 온난화가 진행될수록 작물 재배기간이 늘어나 빨리 익는 품종보다는 생육기간이 길고 수확량이 많은 품종을 재배하는 것이 경쟁에서 유리한데 여기에는 병충해 방제 비용의 증가가 부득이하다.
지방자치단체는 정부의 농업정책과 지자체 스스로 수립한 농업시책을 집행하는 일선기관이고 농민은 그 시책을 수행하는 대상이고 실천하는 주체이므로 각기 역할에 충실해야 하는 동시에 협력을 통해 성과 극대화를 이루어야 한다.
(가) 기온상승 현상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우선이다.
지자체는 그 지역 농업을 주도하는 위치에 있는 만큼 우리 지역 농업 여건이 기온상승으로 전환점에 왔다는 것을 인식하고 여기에 부합되는 농업 시책을 계획하고 추진해야 될 것이다. 한편으로는 지역 내 농민들이 기온상승에 지자체와 공동으로 대응하여야 하는 당위성을 설명하여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 기온상승으로 우리 지역 농업은 늘어나는 잡초와 병충해로 인한 농약 살포 횟수, 및 량 치솟는 비료값과 인건비등 영농비용, 떨어지는 품질과 수확량, 밀려오는 저가수입 농산물과 피 나는 경쟁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오랜 기간 재배해 온 작물중 고온에 약한 작목과 품종은 언제 어떤 형태로 아열대성 작물에 밀려 퇴출되거나 멸종 될 것인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확실한 것은 금후 기온 상승의 정도와 속도에 따라 그 시기가 결정될 것으로 본다. 이러한 상황을 지자체와 농민들이 고민하고 진지하게 대응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한다.
(나) 앞으로의 농사는 기온 상승을 고려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2020년이 되면 제주도가 아열대 기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쯤 우리 보은지역 기온도 현재보다는 상당히 올라갈 것이다. 따라서 현재 재배하고 있는 대부분의 온대성 작물은 서서히 밀려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예를 들어 과일의 경우 기존에 재배해온 재배적지가 바뀔것에 대비하여야 할 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입맛이 다양해지면서 열대 과일에 대한 수요가 점자 늘어가고 있다. 망고 수입량은 2003년 873톤에서 2007년 1616톤으로 늘었고 같은 기간 파파야 수입량은 1톤에서 184톤으로, 바나나는 22만1천톤에서 30만8천톤으로 파인애플은 5만1천톤에서 9만4천톤으로 늘어났다. 이 과일들은 필리핀, 태국, 대만등지에서 수입되고 있는데 이를 국내에서 생산한다면 그만큼 농가소득이 늘어날 것이다. 농촌진흥청 난지농업연구소는 현재 아보카드, 망고스틴, 용과, 구아바등 13과종 47품종의 열대과일과 오크라, 아리초크,강황, 열대시금치등 열대 채소 4종의 재배법을 연구하고 있다. 아열대 작물을 심을수 있는 여건은 연평균기온이 올라가야 하지만 토양, 겨울철 최저온도, 야간온도, 일조량 등 우리 지역에 맞는 품종과 재배법을 개발하여야 하는데 당도나 맛이 수입과일과 비교하여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금후 기온 상승에 민감한 다년생 작물은 되도록 피하고 꼭 심는다면 낮은 평야지 보다는 표고가 높은 고지대 산간지에 재배하는 것이 유리하다. 과수의 경우 산간지에 심을수록 아열대 기후가 완전해 질 때까지 오래 버틸 수 있기 때문이다.
(다) 다년생 작물보다 1년생 작물이 유리하다.
다년생 작물의 대표적인 과수도 기온 상승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과일의 경쟁력은 당도가 높아야 하고 채색이 좋아야 하고 병충해의 피해를 입은 흠이 없어야 한다. 당도는 낮과 밤의 기온차가 클수록 높아지고 채색은 일조량이 많아야 하며 흠은 병충해 방제를 적기에 해야 한다. 과수는 묘목을 심어서 수확할 때까지 최소 수년이 걸린다. 이 기간동안 투입 비용도 비용이지만 시장 동향이 변했다면 고스란히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10여년전 보조받아 너도나도 배나무를 심었지만 현재 70%이상 캐 냈으니 농가의 경제적 정신적 피해는 어느 누구에게도 보상을 호소할 곳이 없다. 성목이 된 후에도 융통성 있게 대응할 수 있는 길이 좁다는 게 문제다. 특히 대다수 과수는 남방 한계선과 북방 한계선이 매년 북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언제까지 고품질 생산이 가능하고 수익성이 보장될는지 알 수가 없다. 따라서 기후 변화기에는 다년생 작물보다는 1년생 작물을 재배하는 것이 소득의 안정성으로 볼 때 유리한 점이 많다고 본다.
(라) 아열대 작물을 도입, 수입대체 시범사업으로 추진해 볼수도 있다.
머지않아 지역 농업이 기온상승에 살아남는 작물과 사라지는 작물이 나올것인바여기서 멸종되는 온대성 작물은 아열대성 작물로 대체될 전망이므로 지자체는 타 지역보다 먼저 현재 수입하고 있는 아열대성 과일 등을 도입하여 수입대체 시범사업으로 추진한다면 재배 기술 축적과 시장 확보로 고수익거점이 마련되어 지역 농업 발전을 선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시범사업에 소요되는 비용은 지자체가 지원해야 한다. 이미 전북 김제의 경우 유리온실에서 파프리카를 재배하여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 앞서가는 농민이 있어야 앞서가는 지역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보다 많은 앞서가는 농민의 탄생은 지방자치단체가 통찰력을 가지고 미래를 예측하여 계획적인 지원과 육성이 있을 때 가능하다. 실제로 경남과 전남의 농업기술센터등 8개 기관은 제시골드와 한라골드의 키위품종에 대한 묘목 판매권을 얻어냈다.
(마) 기후변화과정의 지역 농업은 다품목 소량 생산 브랜드가 유리하다.
농업에 있어서 기후가 안정되어야 농산물 생산이 안정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기온 상승으로 농작물 재배의 남방한계선과 북방 한계선이 계속 북상하고 있다는 것은 밀려나는 온대성 작물과 올라오는 아열대성 작물의 터 싸움인데 이 시기에 농작물의 생산은 불안정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식(主食)이나 가공하여 일상 먹거리로 이용되지 못하고 수출도 할수 없으며 수입 농산물과 경쟁력도 없는 국내 일부 소비층의 한정된 퇴조하는 온대성 작목을 단 몇 년간에 수백ha 대면적단지로 조성하는 것은 소비시장을 도외시한 무모한 발상으로 승산없는 도박이 될 위험성이 크다. 세계가 하나의 대형시장으로 개방되고 있는 오늘날 저가의 외국산 농산물이 밀려와 경쟁을 해야 하고 전국교통망이 1일 생활권이 되어 농산물 가격이 평준화 된 여건에서 새로운 소비 시장이 마련되지 않았는데 생산과잉이 된다면 그 농산물 가격이 하락될 때 지역 농업은 크게 후퇴하게 된다. 따라서 변화하는 기후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고 나날이 다양해지는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고 대내외의 치열한 경쟁에서 승산은 다품목 소량생산으로 지역 농산물을 브랜드화하여 개방의 틈새시장을 공략, 안정적인 농업 소득을 올리는 것이 유리하다고 본다. 생산 물량이 많아야만 브랜드가 형성되는 게 아니다. 이웃 청원군의 애호박 작목반은 16농가가 전국 유명 브랜드가 되었고 경남과 울산의 영남 유정란 브랜드는 20농가가 연간 10억원을 벌고 있다. 소량이라고 유명 브랜드가 될 수 없는 게 아니다. 브랜드의 성공은 량보다 고품질과 거래신뢰가 기본이다. 되도록 수십ha 단위의 많은 중. 소 작목반에서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여 양질의 농산물을 생산, 신용 있는 거래로 고정거래선을 확보하면 바로 제 값을 받게 되어 브랜드는 성공하게 된다.
그동안 여러 지자체와 농민들이 지역 농업 특화 사업으로 소품목, 다수농가, 대면적, 대량생산 브랜드화를 추진해 왔지만 품질의 균일화가 어렵고 시장 경쟁 심화로 가격 불안정 등에 효과적인 대응을 할 수 없게 되자 이제 다품목, 소수농가와 면적, 소량생산으로 브랜드의 내실화, 정예화를 추구하여 지속적인 고소득을 올리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앞으로 성공하는 농민이 되려면 기후변화에 잘 적응하는 작물을 선택하여 고품질을 생산 할 수 있는 전문기술이 있어야 하고 시장 동향을 거울보듯 읽을줄 아는 판매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생산못지 않게 판매도 중요하다. 누구나 돈이 있으면 증권을 살 수 있으나 그렇다고 누구나 이익을 낼 수는 없다. 누구나 농사를 지을수는 있지만 모든 농민이 다 흑자를 내는 건 아니다. 제 값 받는 농민만이 수지 맞는 농사를 지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