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모르던 시절, 매표소에서
2008-12-26 보은신문
한글을 모르는 그 마음을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 오십년이 지난 긴 세월이 흘러서 55세가 되어서야 한글공부를 시작했다.
한글학교에 다닌 지 1년 5개월이 되어서야 나 혼자서도 간판을 읽을 수 있게 됐다. 이제는 누구한테 묻지 않고 버스를 타고 나들이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나에게 글을 몰라 버스를 타기 두려워했던 시절이 있었다.
예전에 직행버스 터미널에는 차표를 매표소 직원들이 직접 끊어 주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차표발행이 자동으로 바뀌어 판매기에서 끊게 되었다.
글을 읽지 못하는 저는 아무래도 걱정이 돼서 딸에게 “보은에서 장안 오는 차표를 좀 많이 끊어 달라”고 말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딸은 “엄마는 눈치가 빠르니까 옆 사람이 어떻게 하는지 보면 할 수 있을 거야”라고 격려를 해 주었다.
그때 그 격려가 나에게 한글을 배울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황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