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선어르신의 아들에게 쓰는 편지 

2008-12-05     보은신문

자랑스런, 우리 아들에게
방방곡곡에서 백혈병 어린꽃들을 살리기 위해 뛰어다니는 우리 아들이 참 자랑스럽구나.
시골에서 농사짓는 노인들에게 주라는 쌀 직불금을 자기 봉창에 넣느라고 정신없는 사람들이 허다한데, 우리 아들은 자원봉사자가 되어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고 있다는 사실이 대통령이 된 것보다 더 자랑스럽다.
엄마는 우리 아들 차에 피가 무더기로 묻어 있어 깜짝 놀랐다.
3학년 어린이가 교통사고를 당했고, 그 아이가 살려달라고 소리를 질러도 아무도 쳐다보지도 않는데 50대 아저씨가 함께 도와주어서 그 아이를 살려냈다는 얘기를 듣고 “그래, 이 나라의 일꾼을 또 한 사람 살려냈구나. 참 잘했다. 우리 아들 최고야”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 아들은 금쪽같은 손자들 돌잔치를 한 명도 안 해 주었다.
돌잔치 하는 돈으로 고아원 아이들 자장면을 사주자고 했다.
부자 사람들을 모아 놓고 진수성찬을 차려주면 맛이 있느니, 없느니 하는데 고아원 아이들은 자장면 하나에도 맛있게 먹었다는 얘기에 장인도 우리 사위 최고야 하면서 박수를 쳤다고.
두집 식구들은 미역국으로 돌잔치를 끝내고, 고아원에 가서 자장면으로 아이들과 돌잔치를 하는 우리 아들과 며느리가 이 세상에서 최고야.
거제도 대우조선에 1만5천명이 근무하는 속에서 10명의 자원봉사 회원들이 백혈병 어린이들을 돌보기 위해 다섯 도시 병원을 다니면서 도와준다고 했다.
백혈병 어린이 800명에게 외도를 구경시키기 위해 두 달이나 걸렸다는 얘기를 며느리에게 들었다.
우리 아들이 이렇게 자랑스러운 일을 하면서 사는 줄 정말 몰랐다.
참 훌륭한 우리 아들이 병든 꽃을 살리려고 전국을 뛰어다닌다니,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삼남매 제대로 먹이지도 못하고 키운 게 항상 마음에 걸렸는데, 우리 아들이 이렇게 자랑스러운 일꾼이 되다니.
엄마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려고 뛰어다니는 일보다 더 큰 일이 어디 있단 말이냐?
참 자랑스러운 우리 아들 구기종.
그렇게 깨끗한 일꾼으로 열심히 살아다오.
엄마가 늦게 배운 글로 만든 글이니 말을 만들어서 읽어다오.
자랑스러운 우리 아들, 파이팅.
엄마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