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문제 해법은 없나?
황종학(보은 산성, JC특우회장)
2001-11-24 보은신문
벼 수매값이 정부와 농협간 서로 달라 갈피를 못잡고 있으니 애써 수확한 벼가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농민들은 쌀값 보장과 쌀 수입반대를 요구하며 경운기를 끌고 거리로 나섰다. 엊그제도 서울에서는 대규모 농민집회가 열려 십여명이 다쳤고, 우리고장을 포함하여 충청지역에서만도 10월이후 15번째 시위가 있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정말로 쌀 위기는 우리사회의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언젠가 식량안보니 하면서 다수확 심사를 통해 증산의욕을 농민들에게 심어주었던 적이 생생한데, 이젠 생산과잉이니 하면서 다수확 정책이 슬며시 바뀌었다. 7년전 국민모두에게 큰 충격을 안겨준 우루과이라운드(UR)를 경험하면서 우리나라의 농업정책의 위기는 사실상 예상되었으며 우리모두는 농업무역의 파고를 대비했어야 했다.
그러나 이러한 대비는 뒤로한채, 정치적인 측면에서 임기응변함으로써 오도 가도 못할 농업정책이 되어버렸고, 농민들은 분노를 사게 됐었다. 사실, 정치인들은 농민들의 눈치를 살피느라 농업의 국제화 질서를 무시한채 경제논리를 뒷전으로 밀어 놓고 이중곡가제도를 진행해 왔다. 더우기, 카타르「도하」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각료회의에서 뉴라운드 출범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에 쌀문제는 더 이상 물러설 수가 없다.
이런 어려운 현실을 이해하면서도, 쌀값안정을 호소하는 농민들의 심정은 오죽이나 답답할까? 쌀생산이 3천8백만섬을 초과해 풍년을 이룩했는데도 뾰족한 대안없이 풍년농사를 두려워 해야 한다니 너무 속상한 것이다. 이제 우리모두는 차분하게 마음을 가다듬고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하얀쌀밥"이 그립던 배고픈 어린시절을 되새겨보면, 정말 쌀은 우리의 전부였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쌀소비가 줄어들고 하얀쌀밥보다는 패스트푸드(fast food)소비가 늘고 있어, 국민 1인당 쌀소비량이 80년 132.4kg에서 85년 128.1kg, 90년 119.6kg, 95년106.5kg으로 줄다가 작년말에는 93.6kg으로 20년만에 40%가 줄어들었다. 이렇게 쌀소비량이 줄었는데도 다수확을 고집했으니 수요와 공급에서의 불균형은 당연하다.
그러므로, 첫째로, 급선무적인 것은 쌀소비를 촉진해 주어야 한다. 더우기 주식만 으로는 쌀을 다 소비할 수 없으므로 쌀을 재료로한 가공식품들을 다양하게 만들어 이를 적극 소비해 주어야 한다. 한편으론, 농민들은 다수확만 고집하지 말고 저공해와 기능성 있는 고품질 쌀을 생산해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촉진시켜 주어야 한다. 그리고 당국에서도 쌀소비정책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소비촉진을 위한 예산투자로 생산자인 농민과 소비자인 도시민들이 모두 공감하는 시책을 펼쳐 야 한다.
둘째로, 유능한 인력들이 농업에 종사해야 하고, 생산비를 낮출수 있는 영농기법을 과감히 도입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농업의 구조조정이 하루빨리 이루어져 경쟁력을 갖춘 농민이 되야 한다고 본다. 이러한 모든 일들은 농업분야를 책임지고 있는 정치가나 행정가의 몫만은 아니고, 농민을 포함한 모든 국민들이 농촌을 살려야 한다는 투철한 사명감 으로 동참해 줘야 할 것이다. 빵, 국수보다는 백반으로 식사하는 국민들이 하나둘씩 늘어날 때 농민들은 활력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제, 이 겨울을 보내면 어김없이 씨앗을 뿌리는 새봄이 돌아오니만큼 지금부터 우리모두는 내년의 쌀농사를 어떻게 지을것인가 꼼꼼하게 분석하고 새로운 길을 찾아나서야 쌀문제의 해법을 얻을수 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