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이 장날만 문을 연다?

시아버지 병수발 위해 5일에 한 번 문 여는 ‘엄마미용실’

2008-10-31     보은신문

보은읍 화생한의원 골목에 위치한 엄마미용실은 장이 서는 날에만 문을 연다.
매일 문을 열어도 돈 벌기 힘든 이때, 왜 장날에만 문을 열까?

사정은 이렇다.
엄마미용실 김순자 원장 홀시아버지를 모시고 있다. 하지만 시아버지의 병이 깊어져 이제는 대소변을 받아내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됐다.

남편 혼자 아버지 병수발을 담당하는게 안타까웠던 김순자 원장은 남편과 함께 시아버지 병수발을 들기 위해 장날만 문을 열게 된 것이다.


장날도 빨리 문을 열지 못해, 주변 골목 아줌마들이 문을 열어주고 있고, 김 원장이 미용실에 왔을 때에는 차례대로 파마손님들이 기다리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지금의 미용실이 아닌, 옛날 주차장에서 미용실을 운영했을때부터 이용했던 손님들은 마음씨 착한 김순자 원장을 잊지 못하고 항상 엄마미용실을 찾는다.

머리 만지는 솜씨도 만만치 않다.
혼자 머리를 만지지만 오래전부터 만진 머리솜씨에 옛 손님들은 노인이 되어서도 이곳 엄마미용실을 찾아온다.

미용실을 찾은 노인들은 “누구나 사람은 늙어 가야할 곳이 있다”라며 “김 원장이 모시고 있는 시아버지도 빨리 일어나시든지, 가시든지 해야 할텐데...”라고 이야기를 하곤 한다.

하지만 어느덧 중년에 이른 김 원장은 “몸도 불편한 88세 시아버지를 모시느라 얼마나 힘드냐”며 위로하는 노인들에게 “시아버지 잘 드시는 음식을 해 드리고, 좋아하시는 것을 해드리는 것이 얼마나 좋은데요”라며 “몸은 불편해도 시아버지 정신은 일반인들과 똑 같아, 시아버지가 좋아하고, 잘 드시는 것을 해 드리는 재미가 있다”고 말한다.
위로의 말을 건냈던 노인들은 김 원장의 효성스러운 말 한마디에 모두 감탄하며 미용실 문을 나선다.    
이흥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