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장환백일장 대학일반 시부문 장원 <나는 길가의 나무 >

여인표(한남대학교 1학년 문예창작과)

2008-10-17     보은신문
나뭇가지 관절들이 서걱대는 밤
어머니 날 찾는 메아리가 메아리를 불러
그 마지막 메아리가 스민 호숫가에
산이 통채로 흘려있네
메아리 틈에 고추잠자리 미끄러져 오는 소리 들렸네
마당 끝 치자나무에게 손 흔들다, 발기한 심장
부둥켜 안고 달아났던가
이곳 길가 위에 달덩이 하나
타지의 천장에서 무심코 익어가네
내 부끄러움의 감빛 치자 열매
그곳에서 함께 열리네

산새들이 이제 그 긴 메아리를 낚아물고
당신 주무시는 곁으로 갈 것이네
내 연한 손등을 서로 물고
처마 밑에 곱디 고운 새색시마냥
놓아 둘 것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