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도, 귀도, 눈도 모두 풍년
세월은 보이지 않아도 계절의 변화는 눈과 귀로 느껴져
모진 가뭄 속에 엊그제 모내기를 한 것 같은데, 어느새 넓은 입도, 귀도, 눈도 모두 풍년
세월은 보이지 않아도 계절의 변화는 눈과 귀로 느껴져
들녘에는 황금빛 옷차림을 한 벼이삭들이 고개를 숙인 채 가을을 재촉하고 있다.
5월 가뭄에 물이 없어 모내기하느라 힘들었던 논에도 벼이삭은 누런 황금빛으로 늘어서, 살랑살랑 바람에 흔들리며 풍년을 가르키고 있다.
가뭄에 겉말랐던 들깨들도, 겉마른 콩들도 풍년이다.
참깨를 털어 널어놓고, 고추도 널어놓고, 호두며 대추며 요즘 가을 풍경은 눈으로만 봐도 배가 부르다. 주홍색으로 익어가는 감, 새콤달콤 향기를 품으며 익어가는 사과, 주렁주렁 빨갛게 익어가는 대추, 그리고 담장으로 누런 호박까지도 가을을 재촉한다.
들려오는 소리들도 모두 풍성한 가을을 보여준다.
여기저기서 대추터는 소리가 담장 밖으로 들려오고, 호두터는 소리며 이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눈과 귀, 입 모두가 풍년이다.
선들선들 불어오는 가을바람은 벼베는 농부의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주고, 농부의 가슴에는 희망이 벅차오른다.
가는세월 예고도, 말도 없이 가고, 청춘도 세월따라 내 등을 떠 밀어 60, 70년 세월이 홀딱 넘어간다.
10∼20대는 동동대다가 지나갔고, 30∼40대는 어정대다 그냥 지나갔다. 꽃 같은 이팔청춘 한 번 가면 영영 돌아오지 못하니 가는 세월이 원수더라.
이처럼 세월은 보이지 않게 말없이 가는데, 계절은 눈으로 보이고, 귀로 들을 수 있게 온다.
봄이면 씨앗을 뿌리고, 여름이면 꽃이 피고, 가을이면 풍년이 들어 추수하기 바쁘다.
조순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