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사자도, 산천초목도 울었다
한 평생, ‘아빠’ 소리를 그리워하며 살아온 최중하씨 별세
“아빠 소리 좀 들어봤으면….”
아빠란 소리를 한 평생 그리워하며 한 맺힌 삶을 살아온 최중하씨가 지난 9월27일 끝내 숨을 거뒀다.
삼승면 선곡리 최중하(77)씨는 이장영 할머니와 24세에 결혼했다.
결혼 후 양친 부모를 모두 모시며 가난을 등에 지고 살아야 했다. 그러다 부모 슬하를 떠나 살림을 냈지만 부모와 떨어져 생활해 봐도, 내 땅도 없고 돈도 없어 결국 남의 집살이를 하며 살아왔다.
24세에 결혼해 77세가 되도록 품안에 자식을 안아보지도 못하고 아빠라는 말도 들어보지도 못하고, 아기가 재롱을 떠는 모습도 보지 못하고, 두 부부는 서로만 바라보고 살아왔다.
아내가 아이를 못 갖는 것도 아니고, 못 낳는 것도 아니었다.
몇 번이고 아기를 갖기는 했지만 한 번도 살아있는 아기를 낳아 본 적이 없었다.
지금같으면 병원에 가서 왜 그런지 이유를 알아 약을 먹던지, 병원에 입원을 하던지 할 텐데, 번번이 죄 없는 배속의 아기만 죽어나오니 미치고 환장할 지경이었다고.
“다음에는, 다음에는 살아있는 아기를 낳을 수 있겠지”하며 한 평생을 기다렸지만 결국에는 ‘아빠’란 소리도 듣지 못하고 늙고 병들게 됐다.
77세의 최중하 할아버지는 숨이 차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게 되자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됐고, 중환자실에 있었지만 아무런 효과도 없어 집으로 모신지 7일 만인 9월27일, 숨을 거두고 말았다.
아무도 없는 이 세상에 병든 아내를 혼자두고, 눈을 감고, 숨을 거두니, 할아버지를 데려가는 저승사자도 울고, 할아버지를 묻은 산천초목까지도 모두 울었다.
혼자남은 이장영 할머니(73).
이제는 누구를 믿고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
조순이 기자
저승사자도, 산천초목도 울었다
한 평생, ‘아빠’ 소리를 그리워하며 살아온 최중하씨 별세
/조순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