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아파요”

삼산초교 고 한 영군, 두 달째 병석

2008-10-03     송진선 기자

“방학 때 잘 놀던 아이가 갑자기 쓰러졌어요. 응급 치료를 받았는데 깨어나지를 않네요. 밤새 자고 일어나는 것처럼 툭툭 털고 일어나면 좋겠는데…”

한영군이 심장병 진단을 받고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채 충북대 중환자실에 자리를 보전한 것이 벌써 두 달이 넘었다.

삼산초등학교 3학년 고한영 군의 아버지 고재권(43, 보은 이평)씨는 병석에 누워있는 아들이 눈을 뜨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성격이 활달하고 친구들과도 사이좋게 지내고 도서관에 가는 것을 좋아해 누나와 함께 책도 많이 읽고 말도 잘 들었던 아들이다.

운동도 좋아해 친구들과 축구도 하고 택견전수관에는 수년째 빠지지 않고 다니고 아버지를 쫓아서 속리산악회와 함께 충북알프스 일부 구간 종주에 참여할 정도로 등산도 할 줄 알았던 아들이다.

축구화를 생겼다고 그렇게 좋아했고 택견 전수관에서 지리산 캠프를 간다고 들떠있다가 축구화 한 번 신어보지 못하고 지리산 캠프도 참가하지 못하고 쓰러졌다.

고재권씨는 아들이 쓰러진 청천벽력 같은 상황에 대해 “내가 무엇을 잘 못했는지, 그동안 내가 잘 못살아서 아들이 이렇게 된 것인지 되돌아보게 된다”며 애써 쓴 웃음을 짓는다.

왜 안 그렇겠는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하나밖에 없는 멀쩡했던, 씩씩했던 아들이 쓰러져 저렇게 누워있는데 어디가 얼마나 아픈지 묻기조차 민망할 정도였다.

한영이를 그리워하는 삼산초등학교 3학년 같은 친구들과 전교생, 교직원 등은 9월25일 모금활동으로 227만여원을 모아 27일 한영이 아버지에게 전달하고 위로했다.

친구들과 선배들은 고사리 손으로 한영이가 빨리 일어나서 같이 놀고 같이 축구하자는 애잔한 마음을 담은 편지도 전했다. 그리고 5학년의 한 학생이 쓴 “나는 니 얼굴을 몰라. 그리고 너도 내 얼굴을 모르겠지만 얼른 병이 나아서 같이 학교 다니자. 그리고 학교 다니는 동안 누가 괴롭히거나 때리면 도와줄께”라는 의젓한 내용의 편지를 읽은 한영이 아버지는 또 한 번 속울음을 삼켰다. 교육청 기능직 모임에서도 병문안을 하며 성금을 전달하는 등 많은 지인들이 병원을 찾아가 고재권씨를 위로했다.

“고마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 길이 없네요. 아들이 깨어나는 것이 보답하는 것이겠지요”라는 고재권씨의 말처럼 한영이가 한숨 잘 자고 아침기지개를 켜듯이 툭툭 털고 일어나길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