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에 따라 변하는 우리들의 술버릇
술의 문화에 대해서 거론하기란 그리 쉬운 문제는 아닌가 싶다.
술은 인류가 생긴 태초부터 인간과 함께 면면히 이어온 장구한 역사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함부로 얘기하기란 참 어렵다.
인간과 함께 동반관계로 뗄 수 없이 계속 이어져 왔기에 동반역사 관계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까 싶다.
인간이 있는 곳에 반드시 술이 있었다.
감히 술에 대한 역사나 문화에 대해 언급해 우를 범하고자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술은 잘만 마시면 보약이고 잘못 마시면 극약이라는, 보통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상식적인 범주에서 조금 강조하고 경각심을 일구어 주는데 만족할 따름이다.
술은 마약성과 중독성이 있다.
알맞게 적당히 마시기가 힘들다. 입에 댔다하면 취하게 마련인 것이 바로 술이다.
의사나 전문가들은 술은 맥주 몇 겁, 소주 몇 잔 이상 마시면 건강에 해롭다고 하지만, 주당들은 이 말을 한 귀로 흘려듣고, 한 귀로 흘려보낸다.
요즘, 우리 주변에서는 술에 대한 많은 경고조의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빈속에 술을 마시지 마라’, ‘2, 3차까지 가지 마라’, ‘섞어 마시지 마라’, ‘안주를 많이 먹어라’, ‘술을 마시지 말고, 분위기를 즐겨라’, ‘술을 억지로 권하지 마라’ 등 다양하다.
하지만 주당들은 위에 열거한 말들을 지키지 않는다.
아니, 못 지킨다. 지킨다 해도 일부분일거다.
“빈속에 마시지 않으면 짜릿한 술맛이 안 난다”, “1차만 마시면 술 먹은 기분이 없다”, “술을 섞지 않으면 술에 취하지 않는다”, “배부른데 안주는 뭐 하러 먹어”, “술은 권하는 맛이 있어야 돼”라는 것이 술꾼들의 공통된 얘기다.
조금 옛날만 해도 술을 마시면 “술은 풍류인 거야”라며 그 자리에서 덩실 덩실 춤도 추고, 젓가락으로 상을 치며 즉흥적인 노래도 부르며, 정다운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요즘에는 노래를 부르려면 노래방을 가는 것이 유행이 됐다.
어떤 방식으로든 격에 맞춰 노래를 불러야 하는 부자연스런 풍조가 생긴 것이다.
그러다 보니 빨리 취하기 위해 으레 술을 섞어 마시게 되고, 2, 3차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이런 우리의 술문화는 개개인의 사정과 생활습관에서 오는 경향도 많겠지만, 지역사회 풍조에 많은 영향을 받는 것 또한 사실이다.
우리 농촌의 술문화는 간이 연쇄점이나 조그만 주점에 앉아 소주 한 병을 물 컵에 한 잔씩 부어 마신다.
물 컵 한 잔이면 소주 반병이다.
물 컵에 소주를 따른 후 “자! 마셔”하면 한숨에 쭉 마셔버린다. 김치 한 쪽이나 멸치 한 마리가 안주의 전부다.
이 정도 마시는 분들은 반명만 마시고는 절대 안 된다.
또 한 병을 따서 똑같은 방법으로 술을 마신다.
5분도 채 되지 않은 시간에 소주 한 병을 마신 셈이다. 그러다가 또 다른 친구가 합석을 하게 되면 한 컵씩을 더 마시는 경우도 많다.
10분도 채 되지 않은 시간에 소주 두 병을 마시는 것이다.
참 무서운 습관이다.
“소주를 많이 마셔 죽은 사람이 많아!”라고 말해도 “담배 끊기보다 술 끊기가 더 힘들다”는 것이 이들의 얘기다.
추석명절이 다가왔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이나 친구들과 술 마실 자리가 더 많아지는 시기다.
더욱 더 풍성하고 즐거운 명절이 되기 위해 이번 추석만큼은 술을 조금은 덜 마시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병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