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안타까운 죽음
종곡리 안종순 할머니, 75세 나이로 지난 7일 별세
보은읍 종곡마을에 며칠 동안 종일 까마귀가 울어댔다.
까마귀 소리가 들리지 않았던 종곡마을에 며칠 동안 까마귀가 울어대자 마을 할머니들은 “저놈들이 누구를 데리고 가려고 저렇게 야단이냐”며 호통을 치기도 했다.
그러던 며칠 전이었다.
올해 75세의 안종순 할머니가 하루 종일 어두울 때까지 고추를 따가지고 집으로 돌아 온 후 목욕을 하고 다리가 아파 읍에 있는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고 돌아왔다.
하지만 몸이 나아지지 않자 자식들에게 전화를 해서 “대전에 있는 큰 병원에 가서 주사라도 한 대 맞고 와야겠다”고 말한 뒤 병원 치료를 받고 아들네 집에 와서 잠을 자던 도중 숨을 거두고 말았다.
안종순 할머니의 사망소식은 할머니가 숨을 거둔 7일 새벽, 마을에도 알려졌다.
슬하에 6남매를 둔 안종순 할머니는 일찍 남편과 사별한 후 홀로 시골에서 황소처럼 농사일에 매달려 왔다.
자식들은 외지에서 열심히 살고 있고, 막내딸인 김숙자(44)씨는 (주)우먼패키지 사장으로 120여명의 직원들 두고 선물세트 포장 및 물류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어머니가 계신 고향을 항상 생각했던 김숙자씨는 매년 고향마을 주민들에게 선물세트를 한 집도 빠짐없이 전달하기도 했다.
이렇게 훌륭하게 자식들을 키워 낸 안종순 할머니가 세상을 떠난 것이다.
안종순 할머니의 죽음은 정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죽음으로 마을주민 모두 큰 슬픔에 젖었다.
안종순 할머니의 죽음으로 그렇게 며칠을 짖어대던 까마귀도 자취를 감추었다.
황소처럼 열심히 일하고, 자식들을 모두 훌륭하게 키워 낸 안종순 할머니.
크게 아프지 않고, 편안하게 생을 마감한 안종순 할머니를 두고, 주민들은 “평생 남에게 해를 주지 않았고, 덕을 쌓으며 살아왔기 때문에 복을 받은 것”이라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
이흥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