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회장 양산 … 내실 부족

2000-09-09     송진선
한국 사람들 처럼 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친목계, 동창계, 동향계, 띠가 같다해서 또하나 계를 만들고…  단체만들기도 어지간히 좋아한다. 군내만 해도 사단법인이든 일반 사회단체든, 봉사단체든 기관에서 파악하고 있는 단체만 해도 50여개에 이른다.

중앙단위의 단체는 무슨 무슨 지부, 무슨 무슨 지회해서 보은군 단위로 단체를 다 두고 있다. 인구가 1천만명, 수백만명인 대도시의 단체와 인구 4만5000명도 안되는 보은군에 그런 단체를 모두 두려니까 회원을 중복 가입시키지 않으면 안된다.

진정으로 그 단체에서 표방하는 이념이 좋아서 가입하는 것보다는 권유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가입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자연히 단체에서 하는 활동에 대해 무관심 할 수밖에 없고 일부는 장사속으로 가입하는 경우도 있다고 혹평하는 것을 보면 내실을 기하기는 애초부터 어려운 얘기다.

단체는 회원 전체가 아닌 몇 명이 이끌어가는 것이라고 임원들은 애써 설명하지만 그런 단체가 탄탄한 조직력에서 나오는 힘이 있을 수 없고 단체 본래의 이념을 실천하지 못하는 것은 뻔하다. 회장의 임기도 대부분 1년 또는 2년으로 짧은 편이다.

회장인가 싶으면 어느새 이취임식을 한다는 행사 안내장이 날라온다. 동문회도 마찬가지다. 동문인 사람들을 모두 회장으로 만들 요량인지 2년임기를 1년임기로 바꾸고 있다. 우스갯소리로 앞에 3, 4명이 걸어가는 것을 보고 아는 사람이 있어 회장님하고 부르면 3, 4명이 모두 뒤를 돌아다 볼 정도라고 한다.

1년임기 동안 얼마나 조직을 탄탄하게 유지하고 얼마나 내실있게 활동을 하겠는가. 그동안 해왔던 행사를 답습하고 각 행사에 초대받아 찬조금을 내고 회장님소리를 듣다보면 1년이란 시간은 금새 지나가 버린다. 이런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는 것 처럼 다람쥐가 체바퀴를 돌리듯 사람만 변한 채 변화없이 반복하고 있다.

무슨 무슨 지회가 보은군에는 없다고 해서 보은이 죽는 것이 아니다. 또 무슨 무슨 지부가 보은에 있다고 해서 보은군이 크게 활력을 찾은 것도 아니다. 다른 지역에 다 있다고 해서 중앙단위의 단체를 만드는데 엄청난 시간을 허비했다. 농촌지역 청소년의 미래나 환경이나 교육을 걱정하고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한 모임, 좋은 어머니들의 모임 등을 이제는 만들어야할 시간이지 않은가.

<보은군 이대로는 안된다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