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 추석 경기 실종된 지 오래
장날에도 한산, “추석 제수용품 구입은 재래시장에서 구입하세요”
추석이 14일. 추석 제수용품을 마련하기까지 앞으로 6일장과 11일장이 남아있긴 하지만 요즘 상경기가 어떤가 살펴보기 위해 지난 1일 보은 재래시장을 찾았다.
그래도 명색이 보은장날인데 주민들이 장을 보러 나오지 않을까 싶었으나 예상은 처절하게 빗나갔다.
10명이 채 될까말까 하는 주민들이 가게에 들러 물건을 구입하고 있을 정도였다. 그것도 재래시장 전 가게에 손님이 드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장사가 되는 곳만 됐다.
상인들의 말에 의하면 보은신협 인근 입구에서 진양상회까지만 손님들이 들고 그 아래쪽은 위쪽만 못하다고 했다.
이렇게 장사해서 가게 임대료를 낼 수 있을까 걱정이 됐다.
재래시장에서 추석장을 보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주 5일 근무제와 관련 학생들까지 쉬는 노는 토요일이 되면 가족들이 청주나 대전 등지로 외출, 외식도 하고 마트 구경도 하고 1주일치 장을 봐오는 것이 이젠 일반화 됐다.
그나마 지역에서 물건을 구입할 일이 있으면 마트를 찾는 것이 보통이다. 우리지역 시장경기는 살아날 수가 없다. 이번 추석 제수용품은 재래시장에서 구입해 울상을 짓는 상인들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지길 기대한다.
◆연휴 기간이 너무 짧아
3일에 불과한 올 추석연휴기간은 짧아도 너무 짧다는 것이 상인은 물론 주민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연휴기간이 짧아 서울 등 도시에 사는 자식들이 고향을 왔다가 곧바로 귀경해야 하기 때문에 아예 이번 추석에는 고향을 찾지 않을 것이란 얘기들이 많이 나왔다.
점포 주인들은 시골 할머니들이 시장에 나와 하시는 말씀이 자식들 직장과 손자들 학교를 가기도 힘들텐데 이번 추석에는 오지 말라고 했다는 얘기를 하더라고 전했다.
고향을 찾는 사람이 적다는 것은 추석제수용품 판매실적이 떨어지는 것으로 연결된다.
자식들이 모처럼 고향을 찾으니 부모들은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아도 한 개 살 것 두개사고 전도 단출하게 할 것 푸짐하게 하는데 자식들이 이번 추석에 내려오지 않으니 구입하는 상품 수량이 대폭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시기 일러 가격인상 부채질
추석 연휴기간이 짧으면 제수용품 가격이라도 저렴해야 하는데 오르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로 소비자들의 한숨을 나오게 만든다.
재래시장 내 산외상회에 들러 차례 상에 많이 오르는 용품을 기준으로 가격을 살폈다. 포의 경우 러시아 산과 북한산이 수입되는데 여름에 비해서 15% 정도 인상됐고 과자 값도 10% 정도 인상됐다는 것.
수산물 중 동태 포의 경우 500g정도 한 마리에 4천원을 하기 때문에 포를 떠서 팔면 100g당 1천원은 받아야 하나 경기가 안 좋은데 1천원을 다 받기도 어려운 형편이라는 것.
조기도 마찬가지여서 25∼30㎝정도 1마리 값이 지난해보다 2, 30%가 인상돼 5천원은 받아야 하지만 역시 가격을 올릴 수 없다는 것이 상인들의 말이다.
평안수산 박삼수(53)대표는 과거에는 추석 대목을 보기 위해 미리 냉동고에 다량의 어물을 저장해놓았으나 올해는 냉동고 저장물량이 평상시보다 약간 많고 매출도 평소보다 약간 오를 것으로 본다며 추석 대목장 기대를 하지 않았다.
떡집도 마찬가지였다. 연휴기간이 짧아 추석 경기는 기대도 하지 않는다며 송편도 지난해 절반 정도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떡집주인은 그러면서 “한 날 서울을 갔는데 신호등을 기다리느라 서있는 많은 사람들을 보고 저 사람들이 보은에 오면 장사가 얼마나 잘될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며 “보은에 사람이 있어야지 장사가 되는데 사람이 없으니까 장사가 영 안 된다”며 한 걱정을 했다.
◆정육·과일도 매출 기대 안해
정육점 주인들도 추석매출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기가 안 좋아 매출도 준 데다 고기 값도 올라 소비자들이 쉽게 지갑을 열지 않는다는 것.
제일정육점 김모씨는 “장날에도 사람이 없다”며 “우리가게는 시장 안에 있으니까 단골 손님들이 찾아와서 구입하기 때문에 매출에 큰 변동은 없으나 그래도 매출이 줄기는 줄었다”고 말했다.
소고기 값은 소폭으로 하락했으나 돼지고기 값은 산지가격이 2배이상 올라 소비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연휴기간이 짧아 출향인들이 고향을 내려와도 고향에 머무르는 시간이 짧아 소비가 줄 것으로 전망했다.
과일가게 주인들도 어려움을 토로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차례상에 오를 사과는 5㎏(11∼12개) 상자당 2만8천원 정도로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상자당 5천원 정도 인상됐고, 배는 7.5㎏(9∼10개) 상자당 원황 1만5천원, 화산과 신고는 출하물량이 거의 없어 가격이 형성되지 않을 정도라는 것.
제철과일인 포도는 가격이 적당해 그나마 매출을 보이는 정도라는 것.
백송상회 주인은 경기도 안 좋은데 추석이 시기적으로 빨라 과일 매출이 없다며 추석 대목을 볼 요량으로 물건을 가득 준비해놓고 안 팔리면 재고가 되기 때문에 물량을 확보해놓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마도 6일장은 김치 거리를 구입하기 때문에 채소 시장이 조금 될 것이고 11일장이 돼야 제수용품이 팔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소비자 주머니도 꽁꽁
들깨 한 말을 3만3천원에 팔아 기름도 짜고 접시도 산 후 산외상회에 들렀다는 산외면 장갑리 강임순(57)씨도 추석 연휴기간이 짧기 때문에 음식을 조금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식들이 내려와서 차례 지내고 다시 올라가기 바빠 집에서 맘놓고 앉아 차례음식을 먹을 시간도 없기 때문에 음식을 간소화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
추석이 일러 돈거리가 없기 때문에 지갑도 얇다는 강임순씨는 사과와 배, 대추는 집에서 농사지은 것을 사용하고 고기와 포, 과자 정도를 구입하면 된다고.
그래도 과거에는 동그랑땡은 물론 오색 전, 고치구이, 명태 포 등 계란 두 판을 거의 다 사용할 정도로 전을 많이 부쳤는데 올해는 전도 줄이고 고기도 많이 사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추석빔으로 손자손녀, 외손자들에게 모두 양말을 선물하고 며느리들은 속옷 세트를 선물했는데 올해는 이것도 생략할 계획이다.
백송상회에서 만난 보은읍 풍취리 한 아주머니는 작은 집이기 때문에 추석상차림에 대한 고민은 덜하지만 경기가 안 좋아 장보기가 겁이 날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이 1일 보은 장날이지만 지금 시장을 한 번 보라며 정부에서 시장을 살린다고 이것저것 다하는데 뭐 사람이 있어야지 장사가 되는 것 아니냐며 농민들하고 노동자들이 제일 불쌍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시장경기 살릴 대안은 없나
인구에 비해 마트가 너무 많은 것이 문제다. 자유경쟁시대라고 해서 시장에만 맡겨놓았기 때문에 상주인구 3만명, 고령의 노인들 빼도 학생 빼고 경제활동인구 2만명도 채 안 되는 우리지역 같은 곳에 대형 마트가 5개나 들어섰다.
공산품에서부터 육류, 어류, 채소까지 한 곳에서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인해 마트는 소비자들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당연히 재래시장경기는 살아날 수가 없다.
많은 주민들은 재래시장도 소비자들이 상품을 선택하기 쉽게 깨끗하게 진열하고 또 카드결재도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적처럼 재래시장이 이것저것 부족하다. 마트같이 줄맞춰 깍쟁이처럼 진열하지 않고 얼굴에 화장한 것처럼 물건을 랩으로 포장하지 않았어도 투박하지만 정겨운 이웃들이 물건을 파는 재래시장에 들러 시장 구경도 하면서 이것저것 추석 제수용품을 구입하면 어떨까. 올 추석은 재래시장이 좀더 북적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