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한시회 8월 월례시회 개최
아름다운 풍경에 취해 ‘시 한수’
정부의 한글전용정책으로 21세기 국제화, 지식화, 정보화 시대의 우리 젊은이들이 문맹자 아닌 문맹자로 낙오하려는 이때에 고집스럽게 우리의 얼과 전통을 지키려 각고의 노력을 경주하는 충북남부 유일무이 한 한시단체인 속리한시회(회장 염득균)가 지난 13일 오전 11시 속리산면 구병리 아름마을 백운산장가든에서 월례시회를 개최했다.
이날 월례시회에는 11명의 회원들이 참석했고, 박수용 회원이 제공한 봉고차에 올라 우리나라 3대강의 발원지인 속리산 주봉 천왕봉에서 흘러내린 금강상류 삼가저수지와 깎아지는 절벽의 중천에 매달린 남산약수탕 밑에 자리잡은 기세 당당하고 늠늠한 300년 묵은 낙낙장송이 우거져 서늘함과 정취를 더해주는 장승박이 서낭당을 지나 시회장소인 백운산장에 도착했다.
일행은 구병산 냇물을 복개, 가설한 천막정에 몸을 내리니 후 컬컬한 목을 축이기 위해 간단한 술과 안주를 청했다.
명산인 구병산의 강냉이 전통 엿술(맑은 술)과 옛 맷돌에 갈아서 만든 손두부와 순메밀묵을 안주로 목을 축였다.
미식가들의 식도락 법칙은 잘 모르지만 맷돌 손두부와 맷돌 순메밀묵, 그리고 순 옥수수 전통 막걸리의 맛은 천하 진미 중 일미였다.
몇 순배의 권주로 거나해진 회원들은 당일 시제를 ‘구병즉경’으로 정하고 즉석에서 7언절구 1수식을 지었고, 김병직 총무가 낭송과 해석을 도와 회의장은 환호와 흥분의 도가니 속으로 빠져들었다.
회의를 마친 회원들은 토종닭죽으로 주린 배를 채운 후 식당에 가설된 노래방기의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며 흥겨운 시간을 가졌다.
오후 3시, 회원들은 다음 월례시회일을 9월11일, 장소는 금수장회관으로 정했고, 시제는 ‘중추절’로 운자는 명(明), 성(成), 성(聲), 정(情), 청(淸)으로 정했다.
시회를 마친 일행은 때마침 쏟아지는 폭우와 청림의 파도속을 헤치면서 동학농민군의 집회소였던 장안을 거쳐 관터(마로면)에 위치한 희다실에서 커피 한 잔씩을 마시고 시회를 마쳤다.
김광수 기자
구병즉경(九屛卽景) (경암 목홍균 회원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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