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마련해 주세요!
동다리 하상주차장, 눈 뜨고 볼 수 없는 대소변 천지
지난 7월27일, 신사생 계원들과 함께 보은읍 동다리 밑 보청천변으로 놀러 갔다.
시외버스 주차장에서 우리 계원들은 모두 모여 속리산으로 떠나려 했지만 청주와 대전 등 먼 곳에서 온 친구들이 “비온 끝이라 속리산 나무 밑 그늘이 구질구질 할 테고, 요즘에는 속리산에서 고기도 못 구워 먹게 한다는데 그냥 여기 다리 밑 물가에 앉아 인생살이나 흘러간 옛 이야기나 하자”고 제안해 그렇게 하기로 결정을 했다.
그래서 우리 계원들은 싸가지고 온 점심밥과 가방을 들고 동다리 밑으로 가서 자리를 잡았고, 그곳에 도착해 보니 벌써 다른 사람들이 먼저 와 자리를 잡고 있어 우리는 하상주차장 쪽으로 자리를 옮겨 잡게 됐다.
돗자리를 깔고, 둘러 앉아 준비해 온 돼지고기를 구워 내손으로 농사를 진 풋 고추와 상추, 깻잎과 내 손을 직접 담근 된장을 내 놓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놀았다.
삼승면 천남에 사는 한 친구는 “동네 사람 중 전화사기로 3천600만원을 도둑맞아 순경들이 오고 야단이 났었다”라고 얘기해 모두 너무 가슴 아파하기도 했다. 시골에서 3천600만원을 벌려면 얼마나 고생을 해야 하는데 남의 일이지만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대전에서 온 친구가 화장실을 가고 싶다고 하며 옆 공간에 갔다 오더니 “세상 천지에 이렇게 더러운 광경은 처음 봤다”며 야단이었다.
그래서 친구와 함께 그곳을 다시 가 봤더니 대변이 여기, 저기에 몇 무더기가 있고, 소변으로 보이는 물이 흥건하게 고여 있어 정말 눈 뜨고는 볼 수가 없었다.
어쩐지 어디서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대소변 냄새가 난다고 친구들이 말을 했지만 여벌로 들었다가 이 광경을 보니 “대소변을 곁에 두고 앉아서 놀았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다리 하상주차장은 보은에 장이 서는 날이면 고추와 잡곡, 강아지, 닭, 오리 등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이다.
또 관광을 떠나는 보은 사람들이라면 항상 그곳에서 차를 타고 내리는 곳으로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화장실이 없으니, 볼일을 보고 싶을 땐 어디로 가라는 것인가?
누구나 참을 수 없는 것이 대소변이다. 천하장사도, 대통령도 참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하상주차장에서 볼일을 보고 싶으면 신작로 건너 식당으로 가야 하는데 식당에도 어쩌다 한 두 번이지 여러 번 가기 민망해서 갈 수가 없다. 또 식당으로 들어가면 음식을 먹으러 오는 줄 알지, 화장실에만 들어갔다 나오기도 민망스럽다.
이와 함께 큰 도로를 건너야만 화장실을 이용할 수가 있어 나이든 노인들은 더욱 위험하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항상 “화장실에 가고 싶을까봐 걱정”이라는 말들을 한다.
깨끗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또 사람들이 화장실 때문에 불편함이 없도록 꼭 공동화장실이 만들어 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순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