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중규 교육장 취임 100일 인터뷰

“0교시, 외부에서 관여할 문제 아니다”

2008-06-13     박상범 인턴기자

 

■ 김중규 교육장 취임 100일 인터뷰 …… 보은교육현안에 대해 듣는다.
    학교 실정에 맞게 교장과 교사간의 대화를 통해 진행되는 것이 '자율화'
보은지역 교사들의 교육 열정은 전국에서도 최고 자부
폐교는 강제하는 것이 아닌 주민과 동문이 결정하는 것 

지난 3월3일 취임식을 갖고 보은교육청 교육장으로 근무를 시작한 김중규 교육장이 지난 10일로 취임 100일을 맞았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교육과학기술부의 ‘학교자율화조치’와 지역교육현안을 비롯해 보은 교육을 이끌고 있는 수장으로써 보은교육에 대한 현실을 들어보기 위해 지난 12일, 교육청에서 김중규 교육장을 만났다.

▶취임한지 100일이 지났다. 보은교육을 이끄는 수장으로서의 소감은?
=정신없이 뛰다보니 100일이 지났다. 정중동(靜中動)으로 겉보기와는 달리 소년체전 준비, 각 학교 교장 및 교사들의 의견청취를 위한 학교순방 등 어떻게 시간이 지났는지 모를 정도로 바쁘게 보냈다.
얼마 전 아산교육상을 수상한 조철호 교장선생님이나 충북도내 수업스타선생님 선발 결선에 타 지역보다 월등히 많은 5명의 선생님이 오른 것이 말해 주듯이, 교사 및 교장을 하면서 느끼는 것보다 교육장이 되어 바라본 보은지역의 교사들의 교육에 대한 열정은 전국에서도 최고라고 자부할 수 있다.
이런 열정을 가진 일선 교장 및 교사들의 뒷바라지를 하고 도움을 주는 것이 교육장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교육장과 교육청이 일선학교에 간섭하고 지시하는 시대가 아니다.

▶교육장으로서 바라보는 보은교육의 현안은?
=학교시설면에서는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교육여건이 학생과 교사들의 교육활동에 적합하게 조성되고 있는냐가 문제인데, 일단 생각이상으로 일선 교사들이 너무 열심히 해주고 있어 보은교육이 희망이 보인다는 것을 느꼈다.
교육은 투자에 대한 결과가 바로 나타는 것이 아니다. 교육에 대한 투자의 결과는 장시간이 지난 후에 나타난다.
재정자립도나 교육여건이 열악한 상황을 감안하면 보은군민장학회의 강사초빙을 비롯한 장학사업은 획기적인 일이다. 이 사업에 대한 효과는 다소 걸리고 사업초기에 발생할 수 있는 시행착오도 발생할 수밖에 없다.
시간을 갖고, 다만 1년만이라도 기다린 후에 비판을 해주시길 바란다.

▶0교시수업, 우열반편성, 방과후학교 등 단계별 학교자율화 추진계획에 대한 입장은?
=도내 전체가 주춤하고 있는 상황으로 자율화는 말 그대로 자율화다.
외부에서 영향을 받지 않고 내부에서 자율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학교별로 교장선생님과 일선 교사들간의 대화로 진행되는 것이 진정한 학교자율화이다.
다만 그에 대한 책임은 학교 스스로가 져야 한다. 자율화는 자연스럽게 이루어 져야 하고 이루어 질 수 있다 보며, 보은지역 선생님들이 그 정도의 자질과 능력은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0교시의 실시는 교육장 등 외부에서 하라마라 할 문제가 아니다.
외부에서 간섭하면 이것은 타율이다. 해당학교 내부에서 교장선생님과 교사들이 상의하여 각 학교별로 결정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다만 보은지역의 교통여건상 학교에 일찍 올 수밖에 없는 아이들이 많은 것을 감안하여 시행여부를 판단했으면 한다.

▷우열반 편성은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반편성 자체를 우열반으로 편성하는 것에는 반대한다. 다만 동일 교과수업시 수준별 이동수업을 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
수준별 이동수업이 없다면 교사들 입장에서는 중간정도의 수준에 맞추어 수업을 할 수 밖에 없다. 이것은 상위권, 하위권 학생들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하게 되는 것으로, 이 역시도 각 학교의 실정에 맞게 재량껏 할 일이다.

▷방과후 학교문제는 도시는 도시대로 사교육비 절감차원에서 학교로 학생들을 끌어들이는 것이고, 시골은 방과후 학원을 이용하기 힘든 상황을 감안해 학생들을 학교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꼭 시행해야 할 필요가 있는 제도라고 생각한다.
다만 교육부나 도교육청에서 방과후학교 관련 예산 등을 년초에 빨리 결정하여 지침을 보내주어야 한다. 그래야 지역교육청에서 각 학교별로 예산을 안배하고 학교에 맞게 짜임새있는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준비해 3월부터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교복공동구매는 학부모의 부담을 덜어주고 학생간의 위화감을 줄이기 위한 제도이다.
도시에는 필요성이 있다고 보지만, 시골에서는 학생들의 인원이 많지 않아 도입하기 쉽지않은 제도라고 판단된다.
현재 보은에서는 교복문제로 심각한 문제는 발생되지 않고 있으며, 이 역시도 학교별로 자율적으로 대처할 문제라고 생각된다.

▶인구유출 등으로 보은지역에 폐교대상학교가 늘고 있는데, 폐교에 대한 입장은?
=학교를 폐교시키는 것은 기본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중앙정부차원에서 필요한 면도 있다고는 본다.
대규모 학교에서 교육받는 것이 좋은 점도 있지만, 소규모 학교에서 교육받는 것도 나름의 장점은 분명히 있다.
폐교대상이라고 방치되다시피 한 내북중학교에 에어콘설치와 전기공사를 지시했다. 폐교될 때 되더라고 학생들에게 좋은 교육여건을 조성해주어야 하지 않은가.
폐교는 교육청이 강제를 하는 것이 아니고 주민과 동문들이 결정하는 것으로, 쉽게 결정할 것이 아니라 지역정서를 감안하면서 결정해야 한다.

▶자립형 공립학교 지정으로 보은고와 보은여고의 통합이 다시 부각되고 있는데, 양교에서 모두 교장을 지낸 분으로서 이에 대한 입장은?
=설립주체가 다르므로 쉽게 강행할 수는 없는 일로 양교 설립주체가 모여 통합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보은교육의 발전을 위해 마음을 터놓고 상대의 입장도 고려해가면서 해야 한다.
보은여고가 기숙형 공립학교로 지정되어 많은 지원을 받게 되었다. 또한 보은고는 농산어촌 방과후 지원학교로 지정되어 많은 지원을 받고 있다. 이렇게 두 학교가 커질대로 커지게 되면 통합은 더욱 더 힘들어진다. 보은지역의 교육발전을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논의에 들어가야 하며, 지역사회도 수수방관만 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나서 양교의 통합에 노력해야 한다.
지역에서 이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면 대안제시 등 나름대로 역할도 할 생각을 갖고 있다.

▶학교체육은 교육청의 몫인데, 학교체육의 발전을 위한 대책은?
=얼마 전 끝난 전국소년체전에서 보은선수들이 금1,은1, 동1를 획득했다.
만족할 수 없는 성적으로, 지금부터 내년 소년체전을 대비할 생각이다.
학교코치 등 관계자들을 만나 유망주 발굴을 지시했다. 체육에 능력있는 학생들을 육성학교로 전학을 시키는 등의 방안도 강구하고 있고, 이를 위해 읍내에 비어있는 관사도 활용할 생각이다.
각 코치와 지도교사들에게 힘을 실어주도록 노력도 할 것이고, 교육청 예산도 이를 위해 효율적으로 투입할 것이다.
보은군내 중학생을 합한 인원이 청주시내 1개교 학생수보다도 적다. 당연히 구기종목에는 취약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감안해 개인종목 위주로 집중육성을 할 것이고, 체육에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육상에도 집중할 생각이다.

▶끝으로 남기고 싶은 말씀은?
=각 학교에서 최선을 다해 교육에 애쓰고 있는 교장 및 교사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각자의 위치에서 더욱 노력해주시길 바란다.
또한 보은에서 태어나 보은에서 자라고 보은에서 교직생활을 한 보은사람으로서, 앞으로도 보은에 남아 보은교육의 발전에 힘을 보태고 싶다.

☞ 김 교육장은 보은읍 산성리에서 출생하여 1967년 청주교육대학을 졸업하고 산외초등학교에서 교직에 입문한 뒤, 보은고등학교에서 중등교사 및 교감·교장을 지냈고 2001년 영동중학교 교장으로 임명된 이래 보은여고, 보은정보고 교장을 역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