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도 가뭄이 들었나?

긴 가뭄에 밤이슬도 사라진 들녘 

2008-05-16     보은신문

봄 가뭄에 시달리는 곡식들이 하늘을 올려다보고 아우성을 친다. 봄비가 너무 없어 농민들의 한숨소리가 떠날 날이 없다.

뿌리가 먹을 물이 없으면 잎이라도 젖을 밤이슬이라도 내려야 하는데 밤이슬마저 내리지 않아 곡식들은 목이 말라 하늘을 올려다보고 애원을 하고 있다.

과일밭은 물론이고, 고추는 물기 없는 땅을 트랙터로 로터리를 쳐서 관리기로 망(언덕)을 쌓아야 하는데 땅이 말라 망도 잘 안되고, 간신히 망을 쳐서 비닐을 씌워 구덩이를 뚫어 고추모를 꽂아 물을 충분히 준다고 줬지만 워낙 날이 가물어 그런지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마늘도 마찬가지다. 양념 밭은 습이 축축해야 잘 자라는데 워낙 가물어 잎이 뜨고 크지를 못하고 있다.

도랑이라도, 샘이라도 있어 물이 가까우면 물을 퍼서라도 준다 하지만 물이 먼 밭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경운기로 물을 퍼다 줄 수도 없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기름 값 때문에 경운기를 이용할 수도 없어 농민들의 가슴은 애만 타고 있다.

일기예보도 모두 거짓말쟁이다. 온다는 비는 오지 않고 농민들 마음과 가슴에도 가뭄이 들고 있다.

하늘을 바라보던 농민들은 “지난해 장마에 물이 다 쏟아지기라도 한 겁니까? 하늘에도 물이 아주 없는 겁니까? 바라지도 않는 비는 막 쏟아지고 필요할 땐 내리지도 않고, 하늘이시여 그러지 마십시오. 우리 농민들이 불쌍하지도 않습니까?”라며 하소연한다.

내 땅도, 재산도, 돌땅도, 모래땅도 한 평도 없는 가난뱅이 농사꾼들의 하소연은 더하다.

남의 땅에다 농사를 지어 목숨을 보존하며 살고 있는 가난한 농민들을 도와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누가 못살랬느냐? 누가 가난하랬어?라고 말하지만 아무리 노력하고 일만 잘한다고해서 잘 사는 것이 아니더라고요. 소도 언덕이 있어야 비빈다고 워낙 손에 쥔 것이 없으니 마음뿐이고 포부만 클 뿐 되는 게 없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모진 세월 덧없이 흘러 몸은 늙고, 병들어 벌은 것은 없고 남의 땅 조금 얻어 농사져 보니 남는 게 뭐 있나요. 인건비 오르지, 비료 값 오르지, 농약 값 오르지……. 농사져서 이것저것 갚다 보면 오히려 모자랄 때가 더 많아요.”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가뭄까지 더해지자 농민들의 근심은 깊어진다. 뭐를 해먹고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는 것이 이들의 얘기다.

“가난뱅이 농민들을 살게 할 방책은 없을까요? 기름 값, 비료 값, 농약 값을 안정시킬 방책은 또 없을까요?”

조순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