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농가 “우리 대통령이 한 말 맞나” 분통
“청와대와 장관 사무실에 몰아다 줬으면 좋겠다”
하루아침에 날벼락을 맞은 한우농가들은 미국 소고기 수입 협상 타결로 곧 국내 한우산업이 붕괴되는 것 아닌가 하는 위기감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가슴이 울렁거리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한우 사육농가들은 차라리 당신들이 키우라고 청와대와 농림부 장관 사무실에 몰아다 줬으면 좋겠다며 절박한 심정들을 토로하고 있다.
한우농가들은 “대통령이 질 좋은 고기를 들여와 일반 시민들이 값싸고 좋은 고기를 먹는 것이라고 했는데 정말 내가 뽑은 대통령이 맞나. 농민들은 죽든 살든 안중에도 없다는 것 아닌가. 대통령의 말은 마치 축산 농민은 숫자도 많지 않고 힘도 없으니 무시해도 된다는 것처럼 들렸다”고 허탈해 했다.
또 다른 한우농가는 “TV를 보니까 (이 대통령이)협상 타결과 관련해 박수를 치더라. 경제를 살리겠다고 해서 뽑아놓았는데 힘없는 농민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다”며 비통해했다.
미국과의 소고기 협상타결이 어느 정도 한우사육농가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는지 군내 한우 사육농가들을 찾아가 직접 들어봤다.
▶ 조위필 한우협회 도지회장
조위필(43, 산외 장갑) 한우협회 도지회장은 원산지 표시제 확립 등 소고기를 수입하기 위해 선 시행해야 할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조급하게 협상을 완결했다는 것에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홍수출하로 인해 한우값이 생산원가 이하로 떨어지면 농가 스스로 자멸하는 상황으로 몰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홍수출하를 자제하고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며 농가들을 달랬다.
조 지회장은 “사료값은 전년 대비 8, 90%이상 올라 생산원가가 높아진 반면 소값이 떨어져 한우로 인한 소득이 크게 감소했는데 이번 미국산 소고기 개방은 한우농가들에게 불을 질러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정부가 대책이라고 급조한 것은 한우농가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일방적인 것인데 그것도 당연히 해야할 것이고 이미 추진 중인 것들이어서 한우산업을 지키지 못하는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우가 한우로 팔리고 미국산이 미국산으로 팔리는 유통구조가 정착돼 소비자들이 한우를 한우로 믿고 먹을 수 있게 해야 하고 생산원가를 맞출 수 있도록 사료값 지원이 절대적이라고 말했다.
조 지회장은 또 “이번을 계기로 한우도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는 하지만 소는 옛날부터 재산적 가치가 높았고 또 복합영농으로 농사를 지어 얻은 왕겨와 볏짚을 조사료로 활용하고 소의 축분을 다시 거름으로 활용하는 순환농업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농업 정서에도 맞아 구조조정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농사는 농한기가 있지만 소는 농한기 없이 365일 고용창출이 되고 송아지를 낳아 팔아 현금화 할 수 있는 등 100두 이상 대규모 사육농가 뿐만 아니라 10두, 20두 사육농가들이 일반농사와 함께 소를 사육함으로써 전체 소득을 높여 생활의 안정을 가져왔는데 이제는 그럴 수도 없게 된 것 같다”며 “결과적으로는 한우산업 뿐만아니라 농가붕괴로 까지 이어지게 될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 최광언 조랑우랑 회장
22일 조랑우랑 최광언 회장을 비롯해 송지헌, 구회선, 양상현씨를 만나 미국 소고기 수입 협상 타결에 대한 입장을 들어봤다.
이들은 하나같이 조랑우랑 등 고급육은 육질을 개선해 미국 소가 수입되더라도 차별화시켜 살아남을 수 있지만, 광우병에 걸린 소 수입을 중단하는 등 조치사항 하나없이 홀랑벗고 다 준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예년에 4월25일 지나 5월초까지는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 소비기회가 많아 5%정도 반짝 상승시기이나 올해는 미국발 소고기 폭격으로 인해 오히려 소고기 값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어 농가는 이만저만 손해가 아니라는 것.
이로인해 5, 6개월 정도 돼야 출하를 할 수 있는데 상품성이 떨어지는 3, 4개월 된 송아지도 출하를 할 정도로 농가들의 불안심리가 크다고 말했다.
또한 조랑우랑 회원들도 종전에는 자가 육질 판정으로 기준에 도달할 소만 출하를 했는데 지금은 이 기준에 도달하지 않은 소까지 출하해 자칫 브랜드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부 대책과 실제 미국 소고기가 들어온 후 소비자 반응까지 살펴야 한다며 소나기도 피해가라고 어쨌든 농가들이 불안하다고 내다 파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양상현(52, 수한 소계)
축사 2천314㎡에서 한우 130마리를 사육하고 있는 양상현씨도 사료 값은 오르고 소 값은 떨어지고 이중고를 겪는 농가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소를 먹일수록 더 손해라고 말했다.
지난해 한미 FTA 협상안 타결 때도 소 값의 일시적 하락은 있었으나 바로 안정을 찾았는데 이번에는 정부가 미국 소 수입을 중단시킬 수 있는 아무런 장치나 제재요건 없이 개방한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 송지헌(47, 탄부 매화)
한우사랑목장 송지헌 대표는 “미국산 소고기 전면 개방의 여파로 출하를 하지 못한 소가 지금 30마리 있는 등 현실이 암담하다”고 말했다.
1천200㎡ 규모의 축사에서 한우 200두(송아지 포함)를 사육하고 있으며, 최고의 1등급 출현율로 고급육을 생산하는 등 한우경영 모델농가로 선정된 송지헌(47, 탄부 매화)씨는 한숨부터 내 쉬었다.
송지헌씨는 “한미 FTA협상의 열쇠였던 미국산 소고기 전면 개방이 이렇게 빨리될 줄 정말 몰랐다”며 “지금 30개월 이상된 30마리의 비육우를 출하하려고 했으나 가격이 많이 떨어져 시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미국산 소고기 전면 개방에 따른 대책으로 가장 시급한 것은 한우사육농가의 생산비를 큰 폭으로 절감시키는 방법이다”라고 말하는 송지헌씨는 “이를 위해 조사료의 생산기반을 확충하고, 사료 포대당 또는 톤당 생산비를 농가에 지원해주는 방안도 적극 검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우열(65, 회남 분저)
비육우 30두, 번식우 30두를 사육하는 이우열씨는 소 값이 떨어져도 사료값이 안정되면 그래도 생산원가를 맞출 수가 있는데 이번 미국 소 수입 개방으로 떨어진 소 값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사료 값은 계속 오른다고 하니 소를 먹이는 것이 지금은 손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사료 값은 지난해 3월 7천원에서 현재 9천800원으로 오르고 번식우 값은 4월19일 옥천장 시세로 ㎏당 8천500원에서 7천원으로 떨어져 600㎏으로 비육시키는데 사료 1포대당 2천500원이 적자라는 것
2000년 축사자금 융자 지원을 받아 158㎡(60평)을 신축해 현재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고 있는데, 그동안은 소를 사육해 팔아 융자금도 갚고 생활비도 했는데 이제는 이같은 가계 운영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 안창욱(53, 보은 이평)
얼마 전 3만3058㎡(1만여평) 규모에 축사와 관리동. 사료포 9917㎡(3천평) 등 군내에서는 가장 최신식 시설을 갖추고, 300마리를 입식해 화제를 모은 장안면 오창리의 신기농장 안창욱사장도 소 파동에 걱정이 크다.
4∼5명이 관리할 정도의 규모이지만 한 명이 관리할 수 있을 정도로 자동화 시설을 갖춘 안창욱 사장은 마리당 3∼5만원 정도의 소득을 바라보고, 새끼를 임신한 소를 400만원씩 주고 샀는데 지금 300만원대로 떨어졌다는 것.
그래도 사료 값이 안정되고 또 축산농가들이 홍수출하를 자제해 소 값이 안정되면 생산원가를 맞추는 등 계산을 해보겠는데 지금은 끝이 보이지 않으니까 사실상 불안하다고 말했다.
축산농가들도 끝이 보이지 않으니까 두려워 홍수출하를 하는 것이라며 그래도 소만큼 소득이 높은 것도 없어 많은 농가에서 소를 사육해 애들 대학공부도 시키고 했는데 앞으로는 농촌에서 대학교 보내기도 어렵고 소득이 없으니 자꾸 빚만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황선배(52, 보은 교사)
보은읍 중초리에서 한우 130마리를 사육하는 황선배 사장은 “사료값은 오르고 소값은 떨어지고 정말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금방 다 내다 팔 수도 없고,20마리만 되면 손해를 보더라도 다 팔아치우겠다”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심정을 토로했다.
“새끼든 큰 소를 500만원씩에 구입했는데 지금 300만원대로 떨어졌고 그동안 사료값은 사료값대로 들어가고 얼마나 손해를 본 것이냐”며 “농민들에게 이같이 손해를 보인 위정자들을 생각하면 분통이 터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김윤기(54, 마로 소여)
김윤기 마로면 한우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방문에서 소고기 전면 개방을 허락했는데, 이번 미국소고기 전면 개방조치는 잘못된 것으로 총선이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퍼뜨렸다”며 “대통령이 도시근로자도 이제는 싼 값의 질 좋은 소고기를 먹을 권리가 있다고 말했는데, 이는 농촌을 우습게 알고 푸대접하는 것이다”며 서운함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사료 값이 너무 비싸 생산원가가 높다.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대체사료작물을 재배할 수 있도록 휴경지임대료를 지원하거나 아니면 정부나 지자체가 휴경지를 임대하는 것에 직접 나서야 한다”고 조사료 생산기반 확충에 정부가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 박금용(42, 마로 갈전)
마로한우회 총무를 맡고 있는 박금용씨는 소고기 전면 개방에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박금용씨는 “이제는 농촌도 크게 봐야 할 때이다. 국가 전체로 보았을 때 수입개방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값싼 미국소고기가 들어와도 가격 및 품질 경쟁력만 갖추고 있으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IMF이후에 큰 소 1마리가 100만원대, 송아지가 30만원대까지 폭락했어도 살아남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소고기에 대응하기 위해선 품질 경쟁력인데 보은은 이미 전국적으로 질좋은 육우를 생산하고 있다. 축산농가나 영농조합별로 일교차가 큰 지역적 배경과 경험 및 지식을 바탕으로 좋은 등급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가격경쟁력이 문제인데, 이것은 사료값을 적정선에서 안정시키고 조사료를 많이 생산하는 것이 중요하며, 약 100두 정도로 규모의 영농이 실현되면 가격경쟁력은 확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사료값 안정과 농가나 조합별 조사료 생산방안 지원, 젖소나 수입고기가 한우로 둔갑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제도는 확실하게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동 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