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해 종을 울렸나
미국산 소고기협상이 타결된 것을 두고 한우사육농가들은 어처구니가 없다며 굴욕적인 외교, 조공외교, 국민 건강권을 포기한 것이라며 날카롭게 날을 세우고 있다.
우리지역 한우농가들의 입담도 점차 험악해지고 있다.
안전장치 하나 마련하지 않고 빗장을 여니 한우농가들은 어떻게 대응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불안해진 농가들은 투매심리로 설익은 과일을 내다 팔 듯이 아직 고기 육질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소를 도축장으로, 우시장으로 내몰고 있다.
당연히 값은 폭락하고 있다. 홍수출하하면 가격이 하락한다는 것을 불보듯 알면서도 좌불안석의 농가들은 자제를 하지 못한다.
고급육을 생산하면 미국소가 들어와도 살 수 있다며 장담했던 농가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제재장치 하나 없이 빗장을 완전히 열어젖힌 이 정부가 과연 누구를 위해 종을 울렸을까.
21일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오찬 간담회에서 “광우병은 구제역과 달리 전염병이 아니지 않나. 광우병 위험이 과장된 면이 있다”고 발언했다고 한다.
이어 민동석 농림수산식품부 농업통상정책관은 한술 더 떠 22일 한 라디오 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산 소고기는 안전하다. 독을 제거한 복을 우리가 아무 걱정없이 먹는 것과 같은 이치”라며 “여행자들이 미국에서 소고기 햄버거를 먹고 돌아와서 광우병 우려를 한다. 이건 이중적인 태도”라며 국민들의 행동을 꼬집었다.
이것만으로도 미국소 수입 개방 타결이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린 것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농림부 홈페이지는 지금 장관과 정책관의 실언(?)에 격노한 네티즌들의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이태정씨는 “복어의 독을 제거하고 먹는 것을 비유하셨는데요. 광우병은 먹고 바로 죽는게 아닙니다. 아직 정확한 잠복기도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10년 이상 40년 이하 정도라는 것밖에. 이건 한 세대를 말살하겠다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박성민씨는 “국민을 속이려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나 속이시지...어디서 씨알도 안먹히는 소릴하시나? 일본은 자국 관리자까지 붙여서 감시한다고 한다는데 도대체 우리나라는 뭐하는 거야? 국민 다 죽어 나가도 경제만 살리면 되나? 공무원들이 복어독하고 광우병하고 구분도 못하다니”라고 안타까워했다.
김수민씨는 “대통령이 ××외교로 소고기 수입해왔으면 가장 먼저 농림수산식품부에서 결사 제지했어야할 판에 뭐. 복어독처럼 99.9% 안전하다고요? 99.9% 안전하니 농림수산식품부 장관포함 전 직원이 하루 세끼 미국소만 드셔보는건 어떨지요?”라며 독설을 쏟아냈다.
홍재우씨는 “앞으로 일어나는 모든 광우병 관련 피해보상은 두 사람과 두 사람의 가족에게 대대손손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오재련씨는 “광우병 위험 과장됐다? 그러면 협상으로 들어오게 될 미국산쇠고기 100% 안전합니까? 설사 광우병의 위험이 만분지의 일밖에 안된다 하더라도 그 하나의 상황을 대비해야는 게 국가기관의 해야 할 일 아닙니까?”라고 반문한 뒤 “일본은 만두하나가지고 그렇게 날리를 치고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훨씬 더 엄격한 기준을 세우는데 우리는 항상 매일 이런 식입니까?”라며 개탄했다.
그는 “국민의 건강을 대놓고 무시하는 농림부 관리분들에겐 직접 미국산 쇠고기 회를 떠서 직접 입 속에 넣어드리고 싶습니다”라며 분노를 참지 못했다.
어디 관련부처 홈페이지뿐일까 막다른 길에까지 내몰린 이들은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 실정을 비난하는 쓴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비록 용기를 내서 질타를 쏟아내는 이들이 우리지역 주민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지역 한우농가들이 바로 이런 소리를 하고싶어 하지 않을까.
대한민국 정부가 맞는지, 이게 우리나라 정부인지 정말 눈물이 난다는 그들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