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한우농민 협상 원천 무효

“재탕 삼탕 대책이 정부의 대책이냐” 한우농가들 농림수산식품부 맹 비난

2008-04-25     송진선 기자

국내 소고기 시장을 쥐락펴락 해온 미국산 소고기 시장에 빗장이 풀려 한우값 하락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사료값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한우농가들이 도산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휩싸여있다.

더욱이 정부가 미국 소고기 개방에 맞춰 내놓은 대책은 그동안 때마다 발표했던 재탕, 삼탕의 수준이고 이미 추진 중인 사업을 대책으로 내놓는 등 무성의로 일관해 한우농가들의 분노를 키우고 있다.

이미 지난해부터 한우 값이 조정돼 하락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미국산 소고기 수입 전면 개방은 기름에 불을 붓듯이 가격 폭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18일 협상이 타결된 후 한우 가격을 보면 4월22일 현재 큰 암소가 407만8천원에서 390만원대로 하락했으며, 암송아지는 200만원에서 160만원 대로 떨어졌고, 수송아지는 205만원에서 160만원으로 하락하는 등 소값 하락세가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돼지고기와 비슷한 가격에 유통되는 미국산 소고기의 국내 시장 공략이 시작될 경우 값비싼 한우 대신 저렴한 미국산 소고기로 소비자들이 대거 이탈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벌써부터 한우 가격 하락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국제 곡물가격 인상으로 사료값은 지난해부터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06년 11월을 시작으로 2007년 3차례에 26% 인상됐고 올해 1월 다시 7.8% 인상됐으며, 이어 3월 10% 인상된데 이어 5월에 또다시 인상이 예고되는 등 농가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한우가격 하락의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없는 가운데 불안해진 농가들은 안정을 찾지 못하고 상품성이 떨어지는 한우들을 우시장으로, 도축장으로 내몰아 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한우농가들은 “더 이상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며, “이러다 도산하는 것 아니냐, 축산업을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고 있다.

한우농가들은 특히 미국산 소고기 수입 협상 타결과 관련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에 성난 ‘민심’은 격한 비난을 토해냈다. 한우농가들은 “정말 우리 대통령이 한 말이 맞느냐”며 어이없어 했다.

또 “한우농가들은 수입산이 한우로 둔갑한 예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원산지 표시제 시행도 정착이 안되고 있는데 대책 없이 빗장부터 열었다”며 “한우는 값싼 미국 소고기에 밀려날 것이 뻔하다”며 정부가 한우산업을 고사시키는 주역이 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욱이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국산으로 둔갑한,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를 먹게 될 우려가 커 이것이 더 큰 문제”라며 검역권까지 포기한 정부를 맹비난했다.

한편 보은군 한우협회 등 한우농가들은 지난 24일 과천에서 열리는 대규모 항의 집회에 참가해 미국과의 소고기 협상은 원천 무효를 주장했다.      (▶관련기사 4, 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