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을 특별히 사랑하는 사람

이성재옹 문장대 1000회 등정 기록

2008-04-18     송진선 기자

속리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 동네 뒷산을 찾듯이 해발 1천28m고지의 문장대를 1주일에 2, 3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불어도 등반한다. 이 회수를 채우지 못하면 다리에 쥐라도 나는 모양이다.

속리산면 사내리에서 통일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박화용씨로부터 문장대를 1천회 등반하는 80세가 넘은 고령의 할아버지가 계신다는 내용의 제보를 받았다.

3월20일 전후면 1천회를 채운다는 것이다. 문장대 등반을 하느라 수년간 속리산 사내리를 찾았기 때문에 상가는 물론 산중의 휴게소에서도 이 할아버지를 알고 있다.

확인해보니 3월23일 꼭 1천회를 채운다는 이 할아버지는 청원 미원면에 거주하는 이성재 옹으로 전 보은 자영고 이긍재 교장과 전 보은경찰서 이중재 서장의 맏형이었다.

이날 1천회 등정에는 이들 형제들 뿐 아니라 미원면 유도회 등 이 옹이 속한 단체 회원과 본보에도 보도된 바 있는 회인 애곡 출신의 강준규 옹 등 문장대를 뒷산 오르듯 하는 14명의 등산가 모임인 속리산 산우회가 동행했다.

강준규 옹도 850회가 넘었고 이외에도 560회, 450회 등 세 번만 오르면 극락을 간다는 문장대를 이렇게 올랐으니 놀라울 따름이다.

1천회 등정을 축하한 것은 이들 뿐만이 아니었다. 문장대 정상에 오르자 꽃피는 봄에 하얀 서설이 내린 것이다.

축하의 하얀 눈꽃다발을 받은 이성재 옹은 “권태가 날만도 하지만 권태가 없고 가면 또 오고 싶은 것을 보면 명산임에 틀림이 없다”며 속리산을 극찬했다.

10년 전 700회 후 퇴행성 관절염 때문에 회원들이 헬리곱터 구조를 요청해야 한다고 까지 했으나, 여기서 무너지면 다시 오기 힘들다고 우겨 눈물을 삼키며 끝까지 걸어 내려왔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이 옹은 그 때문인지 이젠 관절염이 모두 나았다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이날 회원들도 ‘노익장하여 춘하추동 폭풍 한설을 극복하고 한국의 명산 속리산 1천회 등정 기록을 세우셨으니 그 공적으로 찬양한다‘며 기념패를 전달했다.

하산하면서 휴게소나 식당에서 동동주에 도토리묵과 파전을 시켜 목을 축이던 이 옹은 체력이 다하는 날까지 앞으로도 속리산 문장대 오르기를 게을리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