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도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우리지역 옛 이야기 아홉번째
호랑이는 부모에게 효행을 하거나 인간의 도움을 받으면 은혜를 갚는다. 이런 호랑이에 대한 얘기로, 성묘도 하고, 또 효자를 등에 업고 다니거나 시묘살이하는 효자를 지키며, 은혜를 갚기 위해 좋은 묘 자리를 찾아주기도 한다는 전설이 있다.
그런데 이를 확인이라도 시키려는 듯 보은군 마로면 갈평마을에는 신령스러운 호랑이 묘가 있어 각박하게 사는 오늘날 미담으로 남아있다.
갈평마을에 계신 구장서, 김영환씨와 장안면 봉비마을에 있는 이종원씨 등 4명이 갈평에서 500m 떨어진 대산 괘등혈에 있는 김수기 묘와 능선 뒤에 있는 영호지묘를 답사했다.
고 김수기씨는 현재 마을에사는 김해김씨 영자 학렬의 14대조라고 하니 350년 전의 이야기가 되는 것으로 추측된다.
내용인 즉, 김이직 아버지가 이곳 보은 갈평마을에 낙향하여 사시다 돌아가시니 마을 뒤 산에 아버지를 모셨고, 상주 김수기는 산 밑에 움막을 짓고 시묘살이를 하였다고 한다. 지금 마을 뒤 영모제 자리가 그 당시 시묘살이를 하던 움막집터라고 한다. 3년 간 시묘살이를 하는 동안 밤이면 밤마다 호랑이가 나타나 같이 지켜주었다고 한다.
시묘살이 3년을 마치기 전날 호랑이는 상주의 옷을 물고 어디로 끌고 가고 싶어하는 시늉을 했다. 호랑이 는 뒤를 따른 상주를 산으로 인도하더니 대산 쾌등혈 자리에 이르러 발로 땅을 파는 시늉을 한 후 다시 봉우리를 넘어 조금 가다 그곳에서 호랑이는 숨을 거두고 말았다고 한다.
호랑이가 죽으면 그 자리가 명당자리인지라 그 자리에 묻어준 곳이 바로 현재 영호지묘 표석이 서 있는 자리이다. 신령스런 호랑이가 묻혀있는 자리라는 뜻이다. 그 후 효자 김수기는 호랑이가 잡아준 쾌등혈 자리에 모셔져 있은데 갈평의 명당자리로 바로 앞에는 갈평저수지가 있고, 청원-상주간 고속도로가 오른쪽으로 지나가며 구병산 정기가 서리고 있는 듯 시야가 확트인 자리이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속담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사람의 육신은 흙으로 돌아가지만 그 사람의 이름과 살아 생전의 명예는 영원히 남는다는 의미로 아마도 살아있는 동안에 올바로 사는 것이 중요한 사람의 가치라는 것을 강조하는 우리 조상님의 삶의 철학이 담겨져 있는 속담이다.
조순이 기자
어려서, 할머니 무릎에 누워 듣는 옛날이야기는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는 추억입니다. 신바람 해피통신이 잊혀져 가는 옛 추억을 되새기는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들려 주는 우리 지역 옛 이야기’는 우리 지역에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이나 문화재, 그리고 지역을 빛낸 인물들에 대해 소개할까 합니다. 구수한 우리 지역의 옛 이야기들도 이제는 점점 잊혀져 가고 있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들려주었던 우리 지역 옛 이야기들을 지면에 충실히 담아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