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교통망에 청정환경 갖춰
의료교육시설등 인프라확충을 통한 도시민 유치 나서야
2007-11-23 송진선
아마도 이같은 전원산업이 점차 피폐되고 있는 우리의 농촌의 모습, 환경을 바꿔놓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가운데 전원도시로서의 조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 우리지역도 이같은 전원산업에 눈을 돌려 지역경제를 견인하는 정책이 요구된다. 특히 고속도로 개통으로 도시와의 접근성이 훨씬 양호해져 전원산업 도입은 충분 조건을 갖추는 셈이 된다.
◆ 전원마을이란
빨갛고 노란색의 단풍이 물든 풍경의 나른한 오후 시간 통나무 주택, 아니 황토벽돌을 이용해 건강까지 고려해 아담하게 지은 주택 앞 잔디정원에 초로의 노부부가 의자에 앉아 담소를 나눈다.
정원에서는 손자손녀가 공놀이를 즐기며 이들 노부부는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느라 시간가는 줄 모른다.
이들은 정원 옆에 텃밭까지 만들어 시간 날 때마다 농약 한 번 치지 않고 고추며, 배추, 상추 등을 가꿔 식탁에 올리고 정원에 마련해놓은 시설을 이용해 주말 부모를 찾아온 자녀들과 바베큐 파티를 즐기기도 한다.
이같이 공기 좋은 곳에서 유기농 농산물을 손수 재배해서 먹으니 건강까지 덩달아 좋아진다. 늙어서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고 오히려 농촌에 살면서 도움을 주니 즐겁고 또 소규모 농사로 소일거리까지 마련했으니 무기력 감에서도 벗어날 수가 있다.
일선에서는 은퇴하고 농촌으로 귀향, 전원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의 풍경이다.
이같이 도시민이 농촌에서 쾌적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주거공간과 휴양공간 기능을 동시에 살려 기존의 헐벗고 각박한 농촌의 이미지를 탈바꿈시키는 전원마을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농림부가 지난해 도시민 1천여명을 대상으로 한 ‘베이비 붐 세대 농촌이주 정착의향’ 조사에서 절반이 넘는 56.3%가 은퇴한 다음 농촌으로 이주할 의향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또 41.4%는 현재 농촌으로 이주 정착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같이 도시에 살고 있는 상당수가 농촌에서의 생활에 매력을 갖고 있으며 귀향 의지를 갖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농림부와 한국 농촌공사가 정책적으로 이같은 사업을 주도하고 있으며 사업을 신청해 선정된 각 지자체에서 전원마을 사업을 펼치고 있는데 이들 지자체를 대상으로 평가를 거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정부가 사업 추진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 농촌의 신형엔진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시기가 다가오면서 도시 은퇴자들을 공동화된 농촌으로 흡수하면 농촌은 신형엔진 수혈로 활력이 살아나고 도시 실업자의 양산을 막을 수 있다.
서울 수도권 등 도시 은퇴자들이 갈 곳을 찾고 있다. 비교적 여유가 있는 중산층 은퇴자들은 이미 서울과 수도권 밖으로 움직이고 있다. 은퇴를 한 후에도 30년 이상 노후 생활을 해야 하는 현실에서 서울과 수도권의 비싼 집 값과 생활비가 은퇴자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어 거주지를 옮기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웰빙에 대한 욕구와 삶의 질 향상욕구가 늘면서 주거 및 생활환경에 대해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 복잡한 도심과 콘크리트 문화로 대변되는 아파트 주거에서 벗어나 친환경적인 생황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렇듯 도시 은퇴자들은 도시를 떠나고 싶어하는데 이들을 적극적으로 받아주겠다고 나서는 곳은 없다.
오히려 부동산 투기나 주민과의 위화감 조성이란 이유로 껄끄러워 하고 색안경을 끼고 울타리를 치고 대한다.
이전에 정책자금을 지원해 귀농인구를 유치해 인구를 늘리겠다는 자치단체들이 많았지만 결국 실패했다. 이런 차원에서 은퇴자들을 보면 안된다. 그들에게 자금을 지원해줄 필요도 없고 농지를 마련해줄 필요도 없으며 농사기술을 가르칠 필요도 없다.
그것보다는 살기좋은 환경을 제공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오히려 도시 은퇴자들이 자신들의 재산을 싸 가지고도 온다. 자치단체 입장에서 보면 투자유치 효과도 있는 것이다.
최근 5년간 약 10만명 이상의 은퇴자들이 수도권 밖 지방도시로 떠났다고 한다. 중소도시 하나는 충분히 만들어질 인구다.
수려한 자연경관을 갖춘 속리산 국립공원 등 관광지에다 그동안 개발 신드롬에서 소외돼 개발되지 않은 청정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는 우리지역은 도시생활에 찌든 은퇴자들을 수용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자연환경에 더해 고속도로까지 확보돼 수도권 등 도시지역과의 접근성이 크게 개선돼 도시민들을 쉽게 수용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는 셈이다.
여기에 미개발지로 남아 있어 이미 개발 붐을 탄 지역과 비교할 때 지가까지 저렴하니 이보다 더 나은 조건을 갖추기 어려울 것이다.
서울과 수도권 등 도심에 머물지 않고 자연환경이 좋고 생활비가 적게 드는 곳으로 빠져나가는 도시 은퇴자들을 유치할 수 있는 대표적인 우리지역에서 이들을 적극 수용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이는 보은군의 새로운 비전이 될 것이다.
◆ 동호회 마을 조성
지난 9월경 충북도 지역혁신연구회 주최로 개최된 제 2기 충북균형발전 혁신리더 양성교육에 특강을 담당했던 연세대학교 이종수 교수가 보은군에 동호회 마을 조성사업을 제안했다고 한다.
이 교수는 속리산이라는 천혜의 관광지를 갖고 있고 자연환경이 다른 어느 곳보다도 잘 보존돼 있는데다 땅값도 다른 지역보다 저렴하고 교통여건도 크게 개선돼 도시민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여건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 교수의 말을 빌면 청원 오송에 KTX 호남 분기역이 생기면 서울에서 오송까지 40분이 걸리고 또 보은까지 고속도로가 연결되고 4차로의 국도가 연결되면 수도권 위치하지 않아 전원생활을 즐기기에 충분한 지역이라는 것이다. 당시 동료 교수 12명과 함께 속리산을 방문한 것이 있는데 보은에서의 전원생활을 제안하자 대부분이 동의했다는 것.
연세대 교수들이 거주하는 전원마을이 생기면 그 자체가 갖는 상징적 의미도 클 것이고 지역을 홍보하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 교수의 제안은 한 번 제안한 것에 지나지 않고 있으나 인구의 대부분이 고령의 노인인구여서 생산성이 떨어지는 우리 지역에 이같이 전문가 집단이 거주하는 전원마을이 생긴다면 지역의 우수한 인적자원을 확보하게 돼 지역발전을 주도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또 오장환 시인을 배출한 지역이라는 점과 또 내북면 법주리 산방에서 작품활동을 하는 도종환 시인을 연고로 한 작가마을 조성도 관심을 가져볼 수 있다.
전문 기술과 지식을 가진 역량있는 도시민들이 농촌에 이주하거나 도시와 농촌을 오가면서 농촌체험관광사업이나 농촌마을 가꾸기 등에 참여하게 한다면 개인의 행복과 농촌지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요즘은 미술, 연극 등 예술인들이 귀촌해 농업 외에 예술 활동을 통해 지역 발전과 소득을 꾀하는 경우도 적지않다. 또 환경 운동가나 대안문화 추구자, 대안교육을 하는 젊은 사람들이 시골로 향하고 있기도 하다. 이들의 유입은 농촌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강원도 원주시는 토지문화관 인근에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작가마을을 조성한다고 한다.
박경리 선생의 정신과 업적을 계승하고 국내외 작가의 창작활동 지원과 예비작가 양성을 위해 64억여원을 들여 4만 7500㎡ 규모로 조성된다. 시는 사업 예정지 일대에 대한 기초 조사를 마친 데 이어 박경리 선생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2012년쯤 완공할 예정인데 작가마을은 최대한 자연 친화적으로 조성해 문학을 비롯해 음악·미술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들이 창작활동에 몰두할 수 있는 공간을 갖출 것이라고 한다.
◆ 의료 교육여건 충족이 관건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이 농어촌으로 삶의 기반을 옮긴 도시민 587명을 상대로 2005년 11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농어촌 이주후의 생활에 대해 73%가 만족감을 표시했다. 만족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불과 25%. 남성(70%)보다 여성(81%)이 높았고 연령과 소득이 많을수록 만족도가 높았다. 또 80%가 현재의 농어촌 거주지에 계속 살고 싶다고 밝힌 반면 예전에 살던 도시로 돌아가고 싶다는 사람은 5%뿐이었다.
그러나 은퇴자들이 선뜻 농촌의 귀향을 결정하지 못하는 것은 의료시설 부족, 교육환경 부족, 생활편의시설 부족, 문화시설부족 등을 꼽을 수 있다. 따라서 의료·교육 인프라 구축에 대한 자치단체의 관심이 필요하다.
서울에 가지 않아도 될 정도의 의료시설이 갖춰지고 군 마다 괜찮은 중고등학교가 있다면 지자체가 굳이 나서지 않아도 도시민들이 공기 좋고 물 좋은 농촌을 찾아 스스로 내려올 것이다.
10월말 현재 주민등록상으로 3만5천504명에 불과하고 실 거주 인구는 3만명 남짓. 지역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인구만큼 중요한 것도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의료, 교육시설 등의 기본 인프라 확충을 통한 도시민유치로 지역성장 동력을 찾는데 보은군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