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개통과 지역상권

2007-11-23     송진선
드디어 28일이면 고속도로가 개통된다.

고속도로가 지나간다는 그 하나만으로 금새 선진 지역이 된 것처럼 의기양양해지고 서울 못지 않은 풍성한 문화를 향유하는 문화시민이 된 것처럼 벌써부터 어깨가 으쓱해진다.

우리고장도 고속도로가 지나가는 곳이다. 우리지역에도 톨게이트가 개설돼 아무 때고 고속도로를 이용할 수 있다고 자랑하고 싶어진다. 고속도로 개통 기념으로 고속도로를 타고 청주도 가고 상주도 가는 군민들이 생길 것이다. 기념사진을 찍는 군민도 많을 것이다.

그만큼 고속도로 개통은 군민 모두가 염원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고속도로 개통을 마냥 기뻐할 일은 아니다. 그렇잖아도 이용자 감소 및 도시에서의 소비증가로 지역 상권이 크게 위축되고 있는 마당에 고속도로 개통은 지역상권의 침체를 가속화시킬 것이란 전망이다.

그도 그럴 것이 보은에서 청원 구간의 고속도로를 타고 내려 국도를 이용하면 대형 할인점의 대명사격인 청주 이마트까지 20분도 채 안 걸린다고 한다. 또 인근에 청주 농협 할인마트도 있다.

값싼 물건이 즐비하고 물건도 다양한 대형할인점에서 물건을 구입해 보은에 오면 기름값은 물론 고속도로 이용료도 건질 수 있다고 한다.

보은 재래시장에서 5천원, 6천원 하는 아이들 내복이 3천800원이면 구입이 가능하다고 한다.

어른 티셔츠도 보은에서 3만원이상 줘야 하지만 1만원이하에 구입할 수 있다고 한다. 도저히 경쟁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도래되는 것이다.

고급 백화점이 입점해 있는 대전까지도 45분이면 닿는다고 한다. 군민들의 지갑은 더욱 얇아지고 소비수준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소비자 한 명 입점해 물건 하나 팔기도 어려운 것이 현재 보은의 상가 현실인 점에 비춰 보면 도저히 답이 안나온다.

결국 모두가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고속도로 개통은 보은 상권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이같이 보은에서 돌아야할 자금이 역외로 상당부분 빠져나가는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이에대한 특별한 대안이 있을까 마땅히 떠오르진 않지만 그동안 비싼 가격에 물건을 팔았다면 박리다매 방식을 도입하고 무뚝뚝하게 손님을 대해왔다면 유연하게 친절하게 손님을 대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현금처럼 사용하는 포인트 점수제 도입하고 재래시장 내 쇼핑 카트기 운영, 경품 제공 등 다양한 이벤트로 손님의 구매욕을 돋구는 방식이 필요하다.

그래도 관광인구 유입부분은 기대하는 바가 크다.

수도권 전철이 천안까지 연결되면서 아침에 서울을 출발해 천안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주변을 관광하는 패턴이 수도권 시민들의 일상생활이 된 것을 보자.

대전 시민뿐만 아니라 상주권, 청주권 시민들이 고속도로를 이용하면서 보다 편리하게 빠르게 속리산에 닿을 수 있다.

남편 출근시키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 가정 주부들이 대전 근교, 대청호 변의 근사한 레스토랑이나 패밀리 레스토랑 등 음식점에서 계모임을 하는 것을 속리산으로 끌어들여 오리숲을 산책하고 산채비빔밥을 먹고 99칸 선병국 고가를 탐방하며 장맛을 보고 백숙요리를 먹을 수도 있다.

주말 사람들로 북적대는 동학사를 찾기 보다 한적한 법주사에서 마음에 쉼표를 찍으며 새로운 일주일을 준비할 수도 있다.

맛있는 먹거리와 깨끗한 잠자리, 독특하거나 아주 시골 서정적인 풍경을 상품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참 많은 것을 잃게 만들 고속도로 개통. 얻을 것을 빨리 찾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