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짓말 연가

김진하(보은 산성 구이목 출신 / 부천 정명고 교사)

2007-11-09     보은신문
원남 댁, 돌곶이 댁, 감딩이 댁
보따리 힘겹게 이고 발걸음 재촉하면
이제나, 저제나
고개 길게 빼고
동구 밖 바라보던 아이들
금새 설레임으로 난리가 난다.

붉게 물든 저녁노을
저 산 마루에 간신히 걸칠 때면
어느새 뒤뜰 검은 굴뚝에선
희뿌연 연기가
저문 산을 휘감고 피어 오른다.

한 낮을 뜨겁게 달구었던
장이야! 멍이야!
공회당 할아버지의 힘찬 소리도
어둠이 찾아오면
해맑은 얼굴로
할머니의 밥상을 받는다.

화롯가에 도란도란 둘러앉아
깊어가는 할머니 옛 이야기꽃에
어린 손자 눈망울 점점 희미해져 가고
아랫목 할아버지
말없이 미소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