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입지원으로 본 우리지역의 현실
농어촌 특별전형 혜택 잘 활용하면 좋은 성과거둬
2007-11-09 송진선
사교육비 증가와 지역 인구의 유출이 지속되자 자녀교육을 이주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고 있는 현실에서 자녀에 대한 교육열이 높은 주민들의 대도시 전출을 막고 우수한 학생들을 붙잡아 인구유출을 막아보기 위한 고유책이다.
우리지역도 교육경비 지원조례에 따른 교육비 지원은 아니지만 대응책으로 군민장학회를 설립해 해마다 2억원 가깝게 장학사업을 펼치고 있다.
군민장학회 외에 보은장학회, 승봉장학회, 어준선 전 국회의원이 운영하는 한마음 장학회, 여기에 각 동문회 장학회 등까지 포함하면 지역에서 공부를 하는 학생들을 독려하는 장학금이 엄청나다.
이같이 우리지역에 있는 학교를 다닌다는 이유 하나로 엄청난 장학 혜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학부모들은 더 나은 교육환경(?)을 이유로 도시로의 이주를 마다하지 않는다.
자녀만 도시학교로 전출시켰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아예 가족 전체가 도시로 이주를 한다. 이에 따른 가정경제의 부담이 상당하지만 자녀교육을 위해서는 부담을 감수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지역에서는 학부모들이 기대하는 만큼의 성적을 얻을 수 없는 것일까.
아직도 청주지역 선호
지난해 1군 1우수고로 선정된 보은고등학교가 정규 선발 전 우수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지난 3일까지 특차 모집을 실시했다.
총 102명의 특차모집을 해 정원대로는 뽑았지만 내용적으로는 성과가 미흡하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 상당수가 지원을 하지 않은 것.
올해 1학년도 특차모집을 한 결과 우수한 학생들이 다수 보은고등학교를 진학한 것과 상당히 대조적인 결과가 나와 학교는 당혹해 했다.
그동안 성적 우수자들이 지역 내 인문 고등학교를 선택하지 않고 청주 지역을 선택해 사실상 지역 인문계 고등학교는 하향 평준화 됐던 게 사실이다.
학부모들 또한 지역 내 인문고등학교를 진학시키지 않고 경제적 부담을 떠 안으면서까지 외지 고등학교를 선택했고 아예 초등학교 때 전학을 가는 예가 허다했다.
이로인한 인구유출도 문제였지만 성적이 낮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도시지역과 경쟁을 해야 하는 학교에서는 아무리 보충수업 등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더라도 경쟁에서 뒤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농어촌 특별전형 혜택이 주어지고 또 지역에서도 내고장 학교 보내기 등이 자리를 잡아 실력이 우수한 학생들이 지역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인문계 고등학교는 소위 일류대학이라고 하는 대학교에 입학한 사실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지역 우수자원을 끌어안기에 안간힘을 써왔다.
많은 시간동안 이렇게 학생들 실력향상을 위해 힘써온 결과 지역 고등학교에 대한 학부모들의 인식도 좋아진 것.
하지만 올해 보은고등학교의 특차모집 결과 다시 청주 선호경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은군민 장학금 지원 무색
이같은 현상은 그동안 보은군민장학회에서 지역 학생들을 대상으로 각종 장학사업을 펼치며 지역인재 육성이 힘을 쏟은 것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총 100억원 기금 조성을 목표로 설립된 보은군민장학회는 10월말 현재 56억9천600만원의 장학금을 조성, 연 2억2천400여만원의 이자수익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군민 장학회는 창립한 후 처음 2005년 8천600여만원을 지원 군내 고등학교를 입학하는 중학교 3학년 학생들에게 해외 배낭여행을 지원하고 인문계 고등학교 특별수업을 위한 장학사업을 펼쳤다.
2006년에는 해외 배낭여행 경비 지원, 고등학교 지원, 꿈나무 육성학교 지원, 우수학생 특별장학금 지원, 유망선수 장학금 지원 등 총 1억5천200여만원이 지원됐다.
올해도 중학교 특수반 운영, 어린이 영어실력 도약 캠프 운영 등 1억9천400여만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같이 지역의 교육환경을 개선하고 지역 인재 육성을 위해 상당한 금액의 장학사업을 펼치고 있으나 초등학교 때부터 도시로 전출하고 또 중학교까지 지역에서 다녀도 고등학교는 청주 지역 학교를 진학, 장학사업을 무색케 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장학사업 중 1천100만원을 지원해 보은중학교 2, 3학년 45명씩 90명을 대상으로 특수반을 운영, 영어와 수학과목을 집중 교육했다.
보은중학교 특수반 시범사업은 중학생들의 기초학력 신장으로 상위 학교 진학시 성적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군내 타 중학교는 제외하고 보은중학교만 시범 운영한 것이다.
이렇게 특수반 운영사업가지 했는데도 불구하고 올해 보은고등학교 특차 모집에서 성적 우수자 상당수가 지원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군민장학회의 기대치와 실제 반영치와는 상당수 거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군민장학회 장학지원을 받았다고 해서 모두 지역고등학교를 지원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재정자립도가 매우 열악한 보은군에서 매년 군비 10억원을 출연하고 지역의 교육환경 개선 사업에 집중 지원하는 것은 지역인재들을 육성, 교육으로 인한 인구유출을 막겠다는 것인데 이같은 보은군의 현실은 군민장학회 당초 의지까지도 무색하고 만들고 있는 것이다.
특별전형, ‘신이 내린 축복’
이같이 우리지역 학부모들이 도시지역 학교로 자녀들을 전학시키고 도시지역 학교를 선호하는 동안 도시지역 학생들은 농어촌 학교 특별전형 혜택으로 일류대학 진학을 위해 역으로 시골학교로 전학을 오고 있다. 중학교 3학년생들은 위장전입생까지 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경북 지역의 한 중학교는 개학시 50여명에 불과했으나 70여명으로 갑자기 늘어났다. 인근 도시 중3학년생이 무더기로 전학을 왔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광주시와 인접한 한 중학교도 올 학년초 10여명이 수도권과 광주시에 전학을 왔다고 한다.
이처럼 위장 전입한 도시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농어촌특별전형에서 정작 혜택을 봐야 할 농어촌지역 학생들이 밀려나게 되는 부작용까지 우려하고 있을 정도다.
농촌고교에 진학하면 내신성적 관리가 유리한데 굳이 도시지역까지 나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지역의 학부모들은 지역학교보다는 도시지역 학교에서 경쟁하길 원하고 있다. 학원 등 교육환경이 우리지역보다 낫다는 것이 이유이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외지나가도 대학성적 좋지않아
얼마 전 보은고등학교에서 지역 중학교를 졸업하고 외지로 나간 아이들과 보은고등학교를 진학한 아이들의 대입 현황을 살펴봤다.
2003년 중학교를 졸업한 아이 중 8등했던 학생이 보은고등학교에서 한양대를 간 반면 4등했던 학생은 충북대를 진학했고 6등했던 학생은 대전 보건대를 진학했다
2004년 중학교 졸업생의 대학교 진학 실적도 외지 고등학교 진학생이 우수하다고 볼 수 없는 결과다.
1등 학생이 외지로 나가 해양대학을 갔고 3등이 보은고를 진학 충북대를 갔으며 4등이 청주로 나가 청주대학교를 가고 5등도 청주로 나가 대전 보건대를 진학했다.
7등과 8등은 보은고를 진학해 나란히 충북대를 진학했으며 9등이 청주 과학고를 진학, 카이스트를 가고 10등이 보은고를 진학해 부산대를 진학했다.
고등학교를 외지로 나갔다고 해서 좋은 대학교에 간다고 보장받지 못하는 것인 동시에 지역에 있는 고등학교를 진학해도 4년제 대학교에는 진학한다는 결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학부모 의식개선 필요
실상은 이런데도 아직 자녀를 고등학교에 보내지 않은 경우 학부모들은 막연히 도시지역에 있는 학교에 진학하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왜냐하면 청주지역의 경우 그래도 각 지역에서 공부를 좀 한다고 하는 학생들이 몰리기 때문에 우리지역 중학교를 나온 학생들과 경쟁하는 것보다 학습 동기 유발이나 경쟁심리를 자극하는데 유리하다고 믿고 있다.
학원 및 개인과외 등 여건과 자원이 농촌지역보다 좋기 때문에 학교는 그렇지 못하더라도 학원과 개인과외는 선택의 기회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또 하나 대학교에 진학하더라도 기초학력이 떨어져 도시지역 학생들을 따라갈 수가 없다는 이유도 들고 있다.
맞는 말일 수 있다. 하지만 도시지역에서 학원수업과 개인교습에 의한 주입식 교육이 아닌 혼자 공부하는 농촌지역 학생들이 자기주도적 학습을 하는 대학과정에서 오히려 유리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보은고등학교를 나와 서울대를 진학한 임헌종(자연과학대학 물리학과 4학년)학생은 1학기 학부 수석을 차지했고 한다. 또 병역특례를 위해 삼성경제 연구원과 사관학교 교수 시험에 합격해 선택해서 갈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이는 경쟁자가 없는 농촌학교를 나와 기초학력이 떨어진 것이라기 보다 자기주도적 학습력이 뛰어나다는 것의 반증이기도 하다.
따라서 지금 초등학교에서 중학교에서 성적이 우수하다는 것만 믿고 도시지역 학교를 선택할 것이 아니라 농촌지역 학교를 다님으로써 얻을 수 있는 특별혜택을 충분히 활용해 대학을 진학하는 진로고민이 요구된다.
대학교수들은 1996년부터 실시된 농어촌특별전형을 신이 내린 축복이라고 까지 표현했다고 한다.
농어촌 특별전형은 대학정원의 3% 범위 내에서 별도로 선발한다, 농어촌 지역 수험생들까지 경쟁을 하기 때문에 경쟁률도 정시 모집이 절반 이하 수준이며 수능 점수로 다진다면 평균 30∼40점 낮은 점수 대에서 합격선이 결정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제도가 농어촌 지역 활성화에 크게 기여를 한다는 평가 대문에 내년부터는 입학정원의 4%선까지 확대한다고 한다.
그래서 일류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는 도시지역 성적 상위 학생들의 상당수가 농촌지역 고등학교를 선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목표시내 한 중학교의 경우 상위권 15명이 목표지역 고등학교에 진학했으나 올해는 단 한 명도 지원하지 않았으며 강진중학교, 해남중학교, 합천 중학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경기도 가평이나, 양평, 여주군 등에도 서울 출신 전입생이 들고 있다.
이같이 보은군민장학회를 통해 연간 2억원 가까운 각종 장학사업을 펼치는 것도 무색하게 만들고 농어촌 특별전형의 혜택으로 농촌지역 고교가 인기를 얻고 있는 것과는 달리 우리지역은 여전히 도시지역 학교를 가지 못해 안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