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군수, 의원이라면 OK
김 기 준(보은 누청, 대전 중구청)
2001-11-03 보은신문
입지전적인 인물로 부하 직원들로부터 존경받으며 선망의 대상이 되었던 K구청장은 이 당시 고생 끝에 찾아온 부귀영화를 멀리하고, 구청장이 쓸 수 있는 판공비를 아끼느라 도시락을 싸 가지고 다녔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회식을 모두 없애 버리고 주민들과 식사를 해야 할 일이 있으면 등심대신 항상 삼겹살을, 맥주 대신 소주를 주문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에게 붙여진 별명이 '삼겹살'입니다.
그는 한동안 야인으로 지내다가 지난 98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주민의 부름을 받아 압도적인 표 차이로 다시 민선 구청장이 되었고, 당선된 뒤에도 판공비를 내 돈처럼 아껴 써 남은 '구청장 판공비'를 매년 반납해 전국적인 화제를 모았습니다. 또 대전 J구의 한 의원은 "임기 중 주민의 세금으로 해외출장을 가지 않겠다"는 공약을 하고 한 번도 해외연수를 나가지 않았습니다.
해외 견학이 시야를 넓히게 하고, 새로운 선진 문명을 접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면이 있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일이라면 하지 않겠다'는 한 의원의 의지표현이었기에 남다른 것이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경남 N군의 K군수는 자신이 쓰는 판공비 내역을 매일 홈페이지에 게재해 주민이 항상 군수의 판공비 내역을 감시 할 수 있도록 했고, 군수실의 벽을 유리로 바꿔 지나가는 공무원이나 주민이 군수의 동정을 환히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했답니다.
군수가 이처럼 투명하게 행정을 펼치니 N군에서 부정부패란 있을 수 없는 일이 되었지요. K군수는 또 승진을 청탁하며, 거액의 뇌물을 바치려는 한 부하직원을 승진대신 외지로 발령을 냈다가 앙심을 품은 부하직원의 모함으로 곤욕을 치른 일도 있었습니다. 물론, 우리 고향의 군수나 의원들께서도 방법의 차이는 있지만 이 분들 못지 않게 정직하고, 군정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그러나 내년 6월13일로 예정된 지방선거일이 점점 다가오면서 근검절약과 청렴결백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이 분들의 이야기는 선거를 준비하고 있는 전국의 모든 예비후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클 것입니다. 한 언론사의 보도에 따르면 내년 지방선거에 나서려는 후보가 전국적으로 1만6천여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보은에서도 상당수의 인물들이 군수, 혹은 군 의원이나 도의원 선거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필자는 이 분들께 한 번 물어보고 싶습니다. 당선이 되면 군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판공비나 의정활동비를 내 돈처럼 아껴 쓰고 낱낱이 공개할 용의가 있는지, 혹은 이런 내용을 공약으로 내세울 수 있는지 말입니다. 만약에 그런 후보가 있다면 우리는 마음놓고 그 분에게 기꺼이 한 표를 던지고 싶기 때문입니다.
<정이품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