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한 말 값이 겨우 농약 한 봉지 값
2007-06-22 보은신문
백두 콩 한 말과 설태(서리태), 검은콩 한 말을 가지고 시장에 갔다.
한 상점에 직접 가서 값을 알아보니, 백두 콩은 1만8천원이고, 설태는 아예 사지도 않는다고 했다.
밭에 콩씨를 심고, 농약을 사다 뿌리려고 곡물을 내 시장에 갔지만 콩 한 말 값이 농약 한 봉지 값 남짓하니 농민들의 가슴이 썰렁하다.
“상회에는 들깨, 참깨, 잡곡들이 모두 중국산들인 상황에서 우리 농촌의 곡물들은 어디로 가야 하나요.”
시장 한구석에서 곡물을 팔고 있던 한 상인은 “농약값은 비싸고, 일꾼들 부릴 인건비 또한 비싸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시장 골목을 한 번 돌아보니, 상가들 마다 텅텅 비어 쓸쓸한 서글픔이 여실하다.
곡물 값이 좋아서, 또 곡물이 잘 팔려야 농민들도 장에 나가 돈도 쓰고 해야 서로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이 돼야 하는데 우리의 시장은 죽은 듯 조용해진 농촌 풍경이다.
“고추씨 한 봉에 1만8천원이니까 한 단보를 심으면 3봉이 필요해 5만4천원이 필요하다. 농약 두 가지를 쓰면 9만원, 계분(퇴비) 8만원, 비료 6만5천원 등 고추를 심으면 30만7천원이라는 돈이 필요하다. 여기에 한 단보를 본 포에 옮겨 심고, 지주대를 박고, 줄 세워 매고, 일주일에 탄저병약을 안 하면 절대로 고추를 생산할 수 없으니 농약도 쳐야 하고. 이렇게 많은 노력과 많은 비용을 들여 농사를 지으면 뭐 하나. 중국 고추를 산더미처럼 들여와 버리니.”
쌓여만 가는 농민들의 빚더미를 어떻게 해야 할지.
장터에 앉아 손님들을 기다리는 농민들의 가슴이 답답해 진다. 힘들게 지은 농사, 이제는 팔 수도 없다.
/이흥섭 기자
<사진 : 장날을 맞았지만 시장골목은 한가하다. 곡물값이 좋아서, 또 곡물이 잘 팔려야 농민들도 장에 나가 돈도 쓰고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이 돼야하는데 우리의 시장은 죽은 듯 조용한 농촌의 풍경 그대로다. 사진은 보은장날을 맞아 곡물을 팔러 나온 한주민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