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웃는 세상을 꿈꾼다

사람과 사람,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소통의 연결고리

2007-06-08     보은신문
■ 보은군 노인장애인복지관 개관 1주년

이른 아침부터 보은군 노인·장애인복지관(관장 이순희)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들의 얼굴에는 하나 가득 웃음꽃이 활짝 피어났다.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는 이곳에서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외딴 공간에 홀로 남겨 진 것처럼 소외받고, 가정에서조차 제자리를 찾지 못했던 그들이 이 작은 공간에서 자기 몫을 찾아내고 있었다.

그곳에서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주는 튼튼한 다리가 있었고, 사람들은 그 다리를 밟고 소통을 이어나갔다.

불편한 몸에 대한 편견, 그리고 지나온 인생에 대한 무게감과 죽음을 앞둔 두려움까지.
이곳에서 만큼은 모든 것이 자유로웠다.

그들은 더이상 ‘노인’과 ‘장애인’이 아니었다. 이곳에서만큼, 그들은 ‘사람’과 ‘사람’으로 만났고, ‘마음’과 ‘마음’으로 가까워졌다.

◆은빛 물결이 출렁인다.
계단을 가득 메운 채 사람들이 쏟아진다.
방금 노래교실이 끝이 났다. 노래교실 수강자는 모두 100여 명. 그들은 이곳에서 잊혀졌던 열정을 다시 한 번 쏟아냈다.

“만날 집안에 갇혀 일만 하던 사람들이 이렇게 모여 손바닥 두드리며 즐겁게 노래 부르는데 얼마나 좋아. 좋은 세상 만났다니까. 아침 먹고 복지관을 찾아 즐거운 마음으로 노래를 부르다 보니 일주일, 한 달이 금방 가네요.”

노래교실 반장을 맡고 있는 이병섭(68, 보은읍 삼산 5구)씨가 노래교실에 참가하면서 어떤 점이 제일 좋으냐는 질문에 간단히 응수한다.
노래교실뿐만이 아니다.

복지관을 찾은 노인들은 노래교실(지도 김윤제)뿐 아니라 풍물(지도 양경순), 에어로빅(지도 노순희), 덩더꿍 체조(지도 양경미), 탁구(지도 조충길), 스포츠댄스(지도 김순애), 서예(지도 이필근)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가하며 즐거움을 찾고 있다.

◆배움에 대한 새로운 열정
빠름의 미학은 배움의 공간에도 여지없이 적용된다.
인터넷 하나면 언제, 어디서든,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가르치고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인들에게 있어 이 첨단의 세상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빠르지는 않지만 복지관은 느림의 미학을 추구하는 배움의 터가 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시작한 ‘어르신 문화대학’에는 배움에 목마른 노인들도 넘쳐났다.

배움에는 때가 없다고 했던가? 늦게 배운 공부가 더 재미있는 모양인지 매회 새로운 강좌마다 노인들의 호기심은 넘쳐났다.

지난 5월29일. 김건식 보은문화원장이 ‘노년기에 지켜야 할 덕목’이란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돈이 없어도 백만장자처럼 살 수 있어요. 젊음을 시기하지 말고 젊은 사람을 대접하고, 상대편을 비난하지도 말아야 합니다.”

김건식 문화원장의 강연 외에도 ‘어르신 문화대학’에서는 노인들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교양강좌가 마련됐다.

김건식 문화원장에 앞서 정진원 웅변 학원장은 ‘말씨가 인생을 바꾼다’란 주제로 강연을 펼쳤고, 청주보호관찰소 배흥진 소장도 노인들을 대상으로 ‘청소년들을 위한 지역사회 어르신의 역할’에 대해 강의했다.

이 밖에 청주 풀잎문화센터 김선옥 강사의 ‘노년기의 피부 관리’, 구본명 땅 울림 부회장의 ‘우리 가락 배우기’까지.
노인들이 필요한 다양한 정보가 ‘문화대학’을 통해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남부럽지 않은 식사
단돈 천 원짜리 식사. 그 식사에는 돈으로 가늠할 수 없는 정성이 깃들어 있다.
길게 꼬리를 물고 늘어선 줄이 어림잡아 200명. 그들이 식당에서 이토록 기다리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다.

대한적십자사 대원봉사회(회장 고인순), 대한적십자사 부녀봉사회(회장 박학순), 보은 천주교회 꾸레아/레지오팀(단장 강영이), 보은군 실과장·읍면장 부인들의 모임인 협찬회까지.

이들이 번갈아 매일같이 나와 배식을 하지 않는다면 천 원짜리는 어림도 없다. 천원이라고 결코 정성이 깃들지 않은 반찬은 하나도 없다.

‘고객’들의 입맛을 고려해 반찬은 한없이 업그레이드된다. 복지관 직원들은 스스로 그날그날 음식에 대해 평가를 한다.

자원봉사자들의 따뜻한 봉사와 세심한 배려가 담긴 ‘천원’은 이미 ‘천원’ 그 이상의 가치를 담아내고 있었다.

◆노인·장애인들의 의사, 충분히 반영
노인들이 무얼 원하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복지관 운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자료 중 하나다.

보은군 노인장애인복지관은 개관과 함께 우리 지역 노인·장애인들을 대상으로 ‘2006년 보은군 노인 및 장애인 실태조사’를 펼쳤다.

군내 노인과 장애인 260여 명을 대상으로 한 과학적 통계를 근거로 새로운 프로그램도 개발됐다.

프로그램은 시대적 변화와 지역적 특성, 그리고 구성원들의 욕구에 따라 수시로 변한다.

실태조사를 통해 복지관은 혼자 사는 노인 및 부부세대, 중증장애인들의 일상생활지원과 정신적·육체적 건강유지 및 예방 등을 위해 가정봉사원 파견과 주/단기보호 프로그램을 새로 만들었다.

또한, 노인과 장애인 모두 일자리와 관련된 욕구와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일자리 사업 및 직업재활사업 프로그램이 마련됐고, 복지관 내에 공동작업장도 곧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지역적으로 접근성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면 지역 노인·장애인들을 위해 이동복지사업과 경로당 활성화 사업이 추진됐다.

이것은 복지관의 ‘고객’들인 노인과 장애인들의 의사를 반영하기 위한 복지관의 노력이었다.

이제는 무조건 주기만 하는 시대는 지났다. 세세한 밑반찬조차 어떤 것을 더 먹고 싶어하는지 조사해 그들의 의사를 반영하는 것 또한 복지관의 중요한 구실 중 하나다.

◆1년만에 약1천500명 회원 확보
복지관은 회원증을 만들었다.  아무런 혜택도 없는 회원증이지만, 이것은 복지관을 자주 오게 하는 동기를 부여하며, 나도 지역의 한 구성원이며 복지관이라는 울타리속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소속감을 느끼게 해 준다.

현재 보은군 노인·장애인복지관에 등록된 회원 수는 노인이 1천157명, 장애인이 251명 등 1천500명에 달한다.

보은지역 65세 이상 인구가 8천780명(2006년 기준)인 것을 감안하면 10명 중 2명 가까이 복지관을 이용하는 셈이다.

이제 1년이 지난 보은군 노인장애인복지관은 계속 성장하며 진화를 꿈꾸고 있다.
“소외받던 사람들도 이곳에 오면 즐거워진다.”
보은지역 주민들이 모두 즐거워지는 그런 세상을 복지관을 꿈꾼다.          

/류영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