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탐방(99)-삼승면 내망리
삼승면내 지역 교육의 중심지
2007-05-25 보은신문
그렇다보니 간혹 보이는 복숭아밭이며 포도밭이 신기하게 생각될 정도였다.
꽃피는 봄이 오면 사과꽃이 만발하고, 여름내 열매가 주렁주렁 열려 가을 하늘 아래 달콤한 향기를 풍기면 사과는 빠알간 빛으로 농부들의 노고에 보답을 한다.
해발 574m인 삼승산 능선 아래 자리 잡고 있는 내망리는 삼승면 소재지로부터 2.4㎞ 떨어진 동북쪽에 위치하며 1리와 2리로 분구되어 있다.
본래 조선 말기엔 망월, 외망, 하석남리로 불러오다 삼승면 소재지에서 볼 때 망월이(옥천군 청성면 능월리) 안쪽에 위치하고 있어 안망월이 또는 내망이라 하였는데 1914년 외망리와 하석남리 일부를 병합하여 내망리라 하였다.
자연마을인 못망월은 내망리의 으뜸되는 마을로 내망 1리가 된다. 동네 앞에 임진왜란 때 조성한 못이 있어 못망월이라 했으나 지금은 못 망우리라 불린다. 못 망우리와 도랑 하나를 사이에 두고 청성면 능월리와 경계를 이루는 외망을 합하여 내망 1리가 되었다.
마을 북쪽에 있는 산으로 높이 200m인 대밭망월은 내망리 최초로 마을이 있었던 곳으로 도둑이 많고 식수가 모자라 지금의 자리로 옮겨왔다고 한다. 땅 속에는 아직도 옛날 주민들이 사용했던 연자방아 등이 묻혀 있다고 한다.
내망 2리는 마을 진입로를 따라가다 보면 마을이 새말과 웃골로 나뉘어져 양쪽에 분포하며 옛날의 하석남리에 해당되는 곳이다.
65가구가 생활하는 내망1리에서 탄부면 방향으로 조금만 더 가면 33가구의 내망 2리가 자리한다.
내망1리 마을봉사자로는 황대연(46) 이장과 최홍기 노인회장, 박영수 새마을 지도자, 정안여 부녀회장이 있으며, 내망 2리는 마을봉사자로는 박순태(52) 이장과 배종식 노인회장, 윤명덕 새마을지도자, 이종분 부녀회장이 있다.
# 사과밭으로 둘러싸인 사과마을
이쪽을 봐도, 저쪽을 봐도 사과밭이 없는 곳이 없다.
내망리는 1리에 13호, 2리에 20호 농가의 사과 과수원이 있다.
친환경 황토사과 내망 작목반을 1리와 2리가 함께 구성해 정보 교환도 하며 서로 협력한다. 내망 1리의 경우 전에는 담배와 고추를 많이 재배했으나 마을 앞 들녘의 논을 밭으로 개간해 사과를 심는 등 작물 전환을 하는 농가가 늘어 사과 재배 농가가 근래에 많이 증가한 것이라고 한다.
내망2리는 산을 개간해 사과를 심기도 해 다른 마을에 비해 전체 재배 면적이 넓은 편이다.
지금은 사과밭에서 알 솎기가 한창이다.
알을 솎아주지 않으면 열매가 너무 많이 달려 크기가 작아 상품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한 가지에 몇 개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잘라내는 것이다.
일손이 많이 필요한 작업이라 놉을 얻어야 하기에 인건비가 많이 드는 것도 문제지만 지금은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농사짓기가 더 어려운 형편이다.
내망1리 황대연 이장은 일할 사람이 없어 청주에 사는 부모님이 내려와 알 솎는 일을 도와주고 있다고 했다.
주민들은 유기농법을 실천하거나 저농약 친환경 황토사과 재배로 자긍심을 갖고 사과 농사를 짓는다.
사과밭이 하나둘 계속 늘어나 마을이 온통 사과밭으로 둘러싸인다 해도 뭐라고 말할 사람 아무도 없을 것이니 황토사과의 유명세가 전국 방방곳곳으로 퍼져 나가 그렇게 될 날도 기대해본다.
# 지역 교육의 중심지
내망1리는 면소재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삼승면의 교육 기관이 모두 위치하고 있다.
개금나무가 있었던 곳에 절을 지은 개금절 끝자락에 원남중학교가 개교했으며 외벌 뜰에 여덟 명의 판서가 나온다는 명당에는 판동초등학교가 자리해 지역 교육의 중심마을이 되었다.
삼승면 상가리와 달산1, 2리, 탄금 1, 2리, 서원 1, 2리를 학구로 했던 삼승초등학교가 올해 폐교되면서 삼승초등학교에 다녔던 학생들이 스쿨버스를 이용, 이제는 판동초등학교로 통학하고 있다.
판동초등학교(교장 홍기성) 교정에는 삼국시대 때 신라와 백제의 경계를 표시한 선돌이 있으며 높이 170㎝. 최대너비 181㎝, 두께 34㎝이다. 아래쪽의 폭이 넓고 윗변이 좀 좁으나 방형에 가까운 판석으로 윗면이 거의 수평을 이루었다. 본래의 위치는 서편 옛 교사 현관 앞에 있었으나 건물을 새로 지으면서 지금의 위치로 옮겨 놓은 것이라고 한다.
또 학교 입구에는 판동초등학교 부지를 희사한 김공귀봉송덕비가 있다.
학교 안에서 함성 소리가 울려 퍼진다.
4, 5, 6학년으로 이루어진 교내 여자 축구부원들이 도 대회를 앞두고 남자 선생님들과 연습 경기를 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우렁찬 응원 소리에 마을 들녘도 방긋 웃는 듯 하다.
원남 중학교(교장 신선인)는 지난해 도 교육청이 아름다운 학교 가꾸기 사업을 화장실 분야, 외부환경분야, 내부 환경분야로 공모신청을 받았는데 외부 환경이 가장 우수한 학교로 선정된 바 있다.
학교 숲 조성계획을 수립해 소공원과 경계 숲을 조성하고 유실수 단지를 조성하는 등 원남중학교의 아름다운 학교 숲 가꾸기 사업이 호평을 받았다.
이러한 학교 숲 조성 사업은 그동안 생명의 숲 지원금 3000만원과 교육청 지원금 1700만원, 보은국도유지건설사무소에서 토종 소나무 25여 그루, 농업기술센터에서 화초 1000여 포트를 기증 받는 등 여러 기관의 협조와 더불어 교직원과 학생들이 일치 단결해 심혈을 기울여 일궈낸 결과일 것이다.
학생들이 자연 친화적인 분위기 속에서 공부도 하고 산책도 취하고 여가활동도 하는 등 정서를 순화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농촌 학생들이 보고자란 자연이 수학 문제를 하나 더 풀고, 영어 회화를 한 마디 더 할 수 있는 지식을 충전해주진 못하더라도 제대로 보고 느낄 줄 안다면 그 보다 더 큰 재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전천후 게이트볼장도 있어
내망1리에는 삼승면 주민들을 위해 2005년 준공한 전천후 게이트볼장도 있다.
이는 1652㎡의 규모에 건평 468㎡ 규모로 실내 1면과 실외 1면 등 총 2면으로 조성됐으며, 사업비 6500만원이 투자됐다.
전천후 게이트볼장의 준공으로 날씨와 기후에 상관없이 실내에서 게이트볼을 즐길 수 있어 노인들의 여가선용과 건강증진에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
취재를 간 날, 마침 앞으로 있을 도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할머니, 할아버지 선수들이 모여 게이트볼 게임에 열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농번기라 집에 있는 시간보다 들에 나가 있는 시간이 더 많고 일할 시간도 모자랄 판이니 농한기 때처럼 게이트볼장을 자주 찾아 한가하게 게이트볼을 즐기기가 쉽진 않지만 대회 연습 때문에 바쁜 와중에도 잠시 짬을 내 모였다고 한다.
누군가 탁, 공을 치면, 결과가 어떻게 될까 진지하게 지켜보다가 탄성을 지르기고 하고, 안타까워하기도 하고, 잔소리를 늘어놓기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노인들의 얼굴에 모처럼 웃음꽃이 피어난다.
문화생활을 누릴 만한 여건이 도시에 비해 낙후된 농촌에서 게이트볼은 노인들에게 큰 위안이 되기도 하며, 삶의 활력을 불어넣어 주기도 한다.
면내 노인들이 많이 참여해 게이트볼장이 크게 활성화되고 있는 모습은 보기에도 너무 좋았다.
판동초등학교와 원남중학교가 위치한 지역 교육의 중심지이며 삼승면 황토사과 재배 마을로 사과밭이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내망리.
아이들은 기억할 것이다. 모교가 있던 곳은 사과밭이 많았던 마을이라고.
훗날 지금의 모습을 잃지 않는 내망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김춘미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