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거죠”
군내 첫 농협 여성이사 김 종 예(64)씨
2001-02-10 곽주희
금녀의 영역으로만 여겨졌던 농협 임원에 군내 처음으로 여성 이사로 탄생한 김종예(64. 마로 수문)씨. 김씨는 지난 2일 마로농협 정기총회 임원선거에서 이사로 입후보 등록해 임기 4년의 이사 4명을 뽑는 선거에서 6명이 경선한 가운데 당당히 2위로 선출, 여성 조합원의 농협 진출에 있어 하나의 기폭제 역할이 기대된다.
“다시 친정으로 돌아온 느낌입니다. 갑작스러운 일이라 무어라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지역과 농협의 발전을 위한 마지막 봉사로 알고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김씨는 “농촌의 고령화, 부녀자화로 여성 농업인의 역할이 증대되고 있다”면서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으로 조직 화합은 물론 농업·농촌 발전 및 여성 조합원들의 권익신장과 지위향상을 위해 혼신의 힘을 쏟겠다”고 소감을 피력.
지난 75년 입사해 95년 퇴직할 때까지 20년간 마로농협에서 부녀부장으로 잔 뼈가 굵었던 김씨는 “농협에 근무했을 당시 조합원들은 지금 고령이지만 마치 친 딸 같이 잘 대해주셨다”면서 “그 분들의 고마움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더욱 열심히 맡은 바 일에 충실함은 물론 고령 조합원 및 여성 조합원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추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농협에 근무할 당시 주부대학, 농가주부모임 등을 조직 활성화 시킨 김씨는 98년부터 지역사회 봉사단체인 구병산적십자봉사회장을 맡아 지역봉사 및 대내외 봉사활동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지역내 결식아동을 위해 회원들과 함께 공유지 2000여평을 임대해 벼농사와 들깨농사로 얻은 수익금을 급식비로 지원하고 있으며, 연 3∼5회에 걸쳐 음성 꽃동네를 찾아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 노인들을 위한 무료 급식 봉사활동과 6.25참전 용사 및 장애인들을 위해 중식을 제공하는 등 지역 사회의 소외되고 늘진 곳을 누비며 왕성한 사회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회원들 한테 너무 짜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있습니다. 회원들의 작은 정성인 회비로 봉사를 하려다 보니 좋은 음식, 맛난 음식을 시켜 먹지 못하고 가장 싸고 양이 많은 음식만 먹게 되더군요”
비록 회원들에게 「짜다」, 「자린고비」라는 말을 들지만 힘들고 어려워도 싫다는 내색없이 묵묵히 따라와 주는 회원들을 가장 고맙게 생각한다는 김씨의 이웃을 사랑하는 그 마음만은 세상 그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다.
김씨는 “보은군내 농협 조합원 1만명 중 여성 조합원은 20%를 차지하는 2000여명이 있지만 대의원이나 임원들은 남자들의 몫으로만 알았다. 여성부가 신설, 장관이 취임하는 등 앞으로 여성의 사회 참여 증가라는 시대 상황과 점차 늘어나는 여성 조합원의 농협 사업 참여 촉진, 여성 임원 탄생 기회 등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87년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3남 2녀의 자식을 키울 때 힘들고 어려웠을 때 힘이 되어 주고 도움을 주신 분들이 바로 지금은 고령이 된 노인 조합원들이었다는 것. 그래서 김씨는 다시 친정으로 돌아온 마음으로 마치 자신을 친 딸처럼 아껴주셨던 노인 조합원들을 위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부듯하다고 말한다.
지역사회 주민들로부터 두터운 신임과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김씨는 군내 첫 여성이사로 당선, 지역사회 및 농협 조합원들에게 다시 한번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온 만큼 왕성한 활동으로 앞으로 여성 조합원들의 농협 참여 촉진에 길잡이가 되길 기대해 본다.
<여기 이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