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간의 만남, 그리고 교육

서 홍 복 (내속리 중판,수정초등학교 교장)

2000-05-27     보은신문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 자동차에서 흘러나오는 라디오의 노래 소리를 들으면서 출근길을 재촉해 본다. 나는 지금 어디를, 누구를 만나러, 무엇을 하러 가는 것인가? 머리 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정리하면서 달려가는 출근 길, 반짝이는 아이들의 눈망울이 기다리고 있기에 즐거운 출근길의 자랑스러움이 있다. 벌써 오래 전의 일이긴 하지만 어릴 때 같이 학교에 다니던 친구가 사장님이 되어 좋은 차를 타고 다니는 것을 보고 나는 어쩌다 선생이 되어 이렇게 매일 반복되는 똑 같은 생활을 하고 있는가를 후회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요즈음 출근길이 등산길로 변했다는 직장을 떠난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아직도 직장을 갖고 있다는 생각도 있지만 그보다는 미래의 꿈나무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는 그런 사실 때문에 보람을 갖는다. 아마도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모든 교원들의 생각도 그럴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매년 스승의 날이 되면 축전과 전화를 해 주는 제자가 있는가 하면 친구들과 함께 모여 저녁 식사에 초대를 하는 제자들도 있다. 사제간에 이야기를 나누고 노래방에서 함께 노래도 부르면서 옛날 이야기를 주고 받는 제자들이 있기에 선생이 된 긍지를 갖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 중에는 학교 다닐 때 좋은 가정에서 남부러움 없이 자랐거나 공부를 잘해서 똑똑하다고 칭찬을 받던 아이들보다는 가정이 어려워서 고생을 많이 했거나 공부가 부족하다고 종아리를 많이 맞았던 아이들이 더 많은 것은 무엇 때문일까? 아마도 그 것은 느낌이 달랐기 때문일 것이다. 종아리를 맞던 어릴 때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이를 원망보다는 추억으로 돌리고, 열심히 가르쳐 주기 위해서 그랬던 열정으로 돌려주는 그들이 고맙기도 하지만 이것이 바로 스승과 제자의 인간으로서의 정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사제간의 정, 그 것은 바로 교육이라는 명제를 실현하기 위하여 학교라는 만남의 장 속에서 맺어진 인연이다.

이스라엘 어머니들은 태아교육을 위해서 음악을 듣고, 독서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우리 나라도 옛날부터 태아 교육을 위해서 말과 몸가짐을 조심해 왔다. 아침에 일어나면 부모님께 문안 인사를 드리고 동네 어른을 만나면 깎듯이 인사하는 예절 교육이 우리 나라의 가정과 사회 교육의 근본이었다. 그러나 요즈음은 어떤가? 머리가 무거워짐을 느끼는 것은 나만의 일이 아닌 것이다. 선생님도 학부모님도 사회의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는 우리의 현실이다.

교육이 인간의 본성과 개성을 기르는 것에 충실해야 한다면 학교 교육은 획일화된 기계속에서 붕어빵을 찍어내는 교육이 아니라 교직의 전문성을 살려 인간화된 교육환경을 조성하고, 다양한 교육과정을 개발하여 시대와 변화에 적응하는 특성적인 학교교육, 지역 사람들과 함께 가꾸는 자율학교를 만드는 일이 우리 교육의 과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만남으로 이루어진 아이들과의 인연을 위해서 나는 여러 학교를 근무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보다는 한 학교라도 나중에 후회 없이 돌아볼 수 있는 학교를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을 갖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이 세계 속의 한국으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국가도, 사회도, 개인의 생활도 변해야 하고, 교육도 변해야 한다.

교육의 본질을 살리기 위해서 교원이나 학부모, 지역 사회인 모두가 힘을 합쳐 모든 아이들이 내 자녀라는 의식을 갖고 서로가 돌보아주고, 협조하고, 노력하는 마음이 한 곳으로 모였으면 하는 바램을 갖는다.

<정이품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