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기본
유 선 (회북 고석 출신, 시조시인)
2000-06-03 보은신문
이를 풀이하면 “사물이 구명(究明)된 뒤에라야 앎이 투철해지고, 앎이 투철해진 뒤에라야 뜻이 성실하게 되고, 뜻이 성실하게 된 뒤에라야 마음이 바로 잡히게 되고, 마음이 바로 잡힌 뒤에라야 몸이 닦이게 되고, 몸이 닦아진 뒤에라야 집안이 바로 잡히게 되고, 집안이 바로 잡힌 뒤에라야 나라가 다스려지게 되고, 나라가 다스려진 뒤에라야 천하가 평화스럽게 된다.”라는 뜻이다. 여기서 골수가 되는 낱말은 바로 수신<&24509>제가<&24509>치국<&24509>평천하이다. 즉, 자기의 몸을 닦은 뒤에 집안을 바로 잡아야 하고, 집안을 바로 잡은 뒤에 나라를 다스려야 하고, 나라를 다스린 뒤에 천하를 화평하게 하여야 한다는 뜻이다.
여기에서 기초가 되는 수신과 제가와의 관계는 이러하다. 즉, 그 집안을 바로잡음보다 먼저 그 몸을 닦아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자기가 가까이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치우치지 말아야하고, 자기가 천하게 여기고 미워하는 사람에게 치우치지 말아야 하고, 자기가 두려워하고 존경하는 사람에게 치우치지 말아야 하고, 애처롭고 불쌍한 사람에게 치우치지 말아야 하고, 오만하고 게으른 사람에게 치우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좋아하되, 그 나쁜 점을 알아보아야 하고, 미워하되, 그 좋은 점을 알아보는 사람은 이 세상에서 드물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제가와 치국과의 관계는, 나라를 다스리려 하면 반드시 먼저 자기의 집안을 바로 잡아야 하는 것인데, 자기의 집안을 교화시키지 못하면서 남을 교화시키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덕망이 높은 사람은 집을 떠나지 아니하고서도 국민들의 교화를 이룬다는 것이니, 효는 임금을 섬기는 길이요, 제는 웃어른을 받드는 길이요, 자는 민중을 거느리는 길이 된다는 것이다.
또 치국과 평천하와의 관계는, 천하를 화평하게 하려면 먼저 그 나라를 다스림에 있는 것이니, 윗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늙은이를 늙은이로 잘 섬기면 국민 모두가 효도하는 마음이 일어나고, 윗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어른을 어른으로 잘 받들면 국민들이 공경하는 마음이 일어나고, 윗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외로운 사람들을 사랑하고 도와주면 국민들도 이들을 저버리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명덕을 천하에 밝힐 사람은 먼저 그 나라를 잘 다스려야 하고, 그 나라를 잘 다스리려는 사람은 먼저 그 집안을 바로 잡아야 하고, 그 집안을 바로 잡으려는 사람은 먼저 그 몸을 잘 닦아야 하고, 그 몸을 닦으려는 사람은 먼저 그 마음을 올바르게 하여야 하고, 그 마음을 올바르게 하려는 사람은 먼저 그 뜻을 성실하게 하여야 하고, 그 뜻을 성실하게 하려는 사람은 먼저 그 앎을 투철하게 하여야 한다는 것인데, 그 앎을 투철히 한다는 것은 사물을 구명함에 있는 것이다.
이상에서 잠시 대학의 정수를 훑어 보았다. 그런데, 5·18광주 민주화운동은 긴 세월 동안 독재의 질곡 속에 묻혀 우리들을 안타깝게 했다. 그러나 천만 다행으로 문민정부와 국민정부가 들어서자 햇빛을 보게 되었다. 실로 이는 민주화를 갈망하던 우리 국민들에겐 정신적 고향이자 기둥이었다. 그러나, 지난 4월 13일 제16대 총선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386세대가 많이 당선되어 우리 국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던져 주었다. 왜냐하면, 이는 국민들의 낡은 정치 풍토의 개혀과 정의사회 구현의 갈망에서 비롯된 참신성을 믿었던 때문이라 짐작된다.
그런데 5·18 광주민주화 운동 20돌 기념식 전날 밤, 그곳에서 벌어진 민주당의 김민석씨를 비롯한 두 얼굴을 가진 여당의 386당선자 패거리들의 용서받지 못할 탈선행동 즉, 망월동에 추모하러 간 정치인들이 밤을 지새며 아가씨들을 끼고 함께 음주와 가무로 230여 만원을 아낌없이 탕진해버린 행동이야말로 유권자들을 크게 실망시키고도 남음이 있었다. 정치인의 기본인 수신도 못하면서 어찌 제가와 치국을 할 수 있겠는가? 좀더 많은 수양을 쌓고, 가정을 가지런히 한 다음, 정치인으로서의 기본이 바로 선 뒤에 비로소 정치판에 뛰어들더라도 늦지 않을 것이다. 모든 정치인들은 이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새출발 해 주기 바라는 마음 간절할 뿐이다.
<정이품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