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탐방(24) - 통기타동아리 한울타리
9명이 빚어내는 하모니가 환상
2006-11-24 송진선
남편 출근하고 자녀들 학교 보내는데 정신이 쏙 빠졌다가 잠시 ‘휴’ 하며 라디오 틀어놓고 FM을 통해 흘러나오는 노랫가락에 흥얼거리며 아침밥을 먹고 설거지하고 어지럽혀진 방을 청소할 것이다. 그리고 커피나 녹차 한 잔으로 마음의 평정을 찾을 것이다.
아니면 모든 일을 뒤로 미루고 친구와 전화로 수다 떨거나 그것도 아니면 주부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텔레비전에 필이 꽂혀 웃다가 울다가 한참 시간을 보낸 후 그제야 설거지 거리가 수북하게 쌓여있는 씽크대를 보고 어지럽혀진 거실을 발견하고 부리나케 정리정돈에 들어갈 것이다.
매일 이같은 일과는 아니겠지만 보통의 주부들이 이렇게 아침 시간을 보낼 때 조금 특별한 시간을 보내는 주부들이 있다.
기타 하나로 뭉친 기타 동아리 한울타리 회원들이다.
이들은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집안 일을 마치고 부리나케 문화원 시청각실을 찾는다.
본격적으로 회원들의 화음을 맞추기 전 그곳에서 이들은 기타 줄을 치며 코드를 맞추고 늘어진 줄을 팽팽하게 당겨 제대로 된 음을 맞춘다.
# 30명에서 시작해 9명만 남아
이들이 기타를 잡은 것은 3년 전인 2004년이다. 문화원에서 문화교실로 통기타 배우기를 갈망했던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 결과 30여명의 수강생들이 수강생 목록에 이름을 남겼다.
거기에는 가정 주부도 있었고 자영업을 하는 사람도 있었고 총각도 있었고 아가씨도 있었다.
대중음악계 실력을 갖추고 있고 현재 읍내에서 노래교실을 운영하고 있는 김윤제씨의 지도로 익숙하지만 생소한 기타배우기에 열중했다. 수강생들은 30만원 하는 기타까지 기꺼이 구입했다.
고가의 악기가 내 것이니 애착이 더 가고 제대로 배워 대중가요를 멋들어지게 연주하고 가족들 앞에서 선도 보이고 남편 생일에는 축하곡도 연주해야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가진 그들은 힘은 들지만 기타수업시간인 월요일과 목요일 아침 10시면 어김없이 문화원 시청각실을 찾았다.
그러나 현재 남아있는 회원들의 기억을 더듬더니 기타를 친다는 것이 보기에는 줄을 뜯기만 하면 되는 것 같지만 쉽지가 않다고 한다.
기타를 잡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주부들은 기타를 겨드랑이 속에 끼고 고정시키고 있는 것도 힘이 들었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줄을 잡은 손에는 쥐도 나고 굳은살이 잡혀 더이상 아픔이 느껴지지 않을 때까지 오랜 시간을 인내해야 했다.
뭐하나 호락호락하게 넘어가는 것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하나, 둘 수강생들이 빠져나갔고 30명에서 시작된 기타교실 수강생은 7명만 남았다. 정예 멤버인 이들은 기타동아리의 원조인 셈이다.
고통을 감내하며 기타를 하나하나 배우는 재미에 빠져 3년을 하면서도 중간에 탈락한 사람 없다. 이들은 기타 치는 것이 하루 일과에 포함됐을 정도다.
그러다 2명이 새로 가입해 한울타리 기타 동아리로서 활동을 같이하고 있다. 동아리 회원 중 지도강사 빼고 청일점인 임락순씨는 로맨스 그레이의 모습을 보여준다.
회원들 사이에서 젊은 오빠로 통하는 임락순씨는 원래 기타를 쳤던 경험이 있어서 지난해 들어왔지만 베이스를 넣어줄 정도의 실력을 자랑한다.
또 한 명, 여자 회원 중 나이가 가장 많은 최성자(52)씨는 올해 가입했지만 기타에 푹 빠져 늦게 멤버가 된 티를 내지 않을 정도의 수준높은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기존 회원들은 나중에 가입한 사람들이 혹시 힘들어서 중간에 포기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으나 이들은 기타를 배우고자 하는 열정으로 낙오하지 않고 열심히 연습해 지금은 실력이 거의 평준화 됐을 정도다.
# 웬만한 포크 송 악보보고 쳐
통기타를 사진으로만 보고 텔레비전을 통해 가수들이 치는 것만 봤던 회원들은 지금은 악보만 보면 주저하지 않고 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췄다.
아직 모든 장르를 망라하지는 못하지만 포크송은 거의 소화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갖췄다.
그래서 내년부터는 한 단계 높여 클래식을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지금도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로망스 등 통기타를 배우는 사람이라면 거의 거치는 단계인 이 곡은 칠 줄 알지만 본격적인 클래식 곡을 연주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렇게 포크 송과 기본 클래식 곡까지 섭렵한 이들은 그래도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집안에서도 틈만 나면 기타를 잡는다. 피아노를 치는 사람이 틈만 나면 건반을 두드리는 것과 마찬가지. 가장 큰 이유는 자주 치지 않고 연습시간에만 치면 악보를 보는 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루도 게을리 하지 않고 기타를 잡고 그동안 배운 것도 자꾸 쳐본다.
또 전체 연습시간에 잘 연주되지 않았던 부분도 열심히 복습하면서 다른 회원들에게 뒤쳐지지 않도록 보이지 않게 노력을 기울인다. 이들의 이런 노력이 뒷받침돼 기타동아리가 빚어내는 화음이 환상적이고 사람들을 연주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 가정생활 밝아져
박치에 음치인 사람들의 노래를 듣는 것이 곤혹스럽지만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이 기교까지 부려가며 부르면 감칠 맛나는게 그만이다. 마찬가지로 잘 연주되고 있는 곡은 듣기에 편안하고 그 곡에 빠져들게 만든다.
하루 일과 중 기타연주가 빠지지 않는다는 회원들, 그중 박용화 회장은 아침에 일어나 30분씩 연습삼아 기타연주를 한다. 하루 일과는 기타연주로 여는 셈이다.
이렇게 기타를 치면서 회원들의 생활에 변화가 생겼다. 잡념이 없어지고 스트레스도 해소되고 마음의 평정심도 찾아져 생활이 밝아졌다고 입을 모았다. 기타가 생활의 활력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웬만한 가요는 악보만 있으면 너끈히 소화해낼 수 있으니까 가족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때 기타를 연주하거나 가족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기도 해 기타로 인해 가족간의 대화도 많아지고 사이가 더욱 돈독해졌다고 한다.
또 엄마가 열심히 하는 모습이 자녀들에게도 귀감이 된다고 한다.
회장 박용화씨는 사위 생일 때 가족들 앞에서 겨울아이라는 생일 축하노래를 연주해준 적도 있었다며 기타로 인해 가정생활이 밝아지자 가족들의 후원도 매우 적극적이라고 한다.
#내년 발표회 가질 예정
아직 남들 앞에서 정기연주회를 가질 정도의 실력이 못된다고 겸손해 하던 한울타리 회원들은 내년에는 정기연주회를 가질 예정이다.
그동안도 3년간 닦은 실력을 바탕으로 삼년산성 등반대회 때나 동학제, 적십자 행사 등에서 기타연주로 봉사활동을 펼쳐 많은 사람들의 귀를 즐겁게 하고 기쁨을 줬던 것을 보면 충분히 정기연주회를 갖고도 남을 실력이다.
지금도 단체 친목행사가 아닌 군 전체 행사 등에서 기타연주를 부탁해오면 기꺼이 봉사하겠다는 것이 회원들의 마음이다.
기타하나로 감동을 줘 사람들에게 주머니 속에 동전 한 닢만 갖고 있어도 마음이 풍족해지게 만드는 한울타리 통기타동아리 회원들.
김윤제씨의 지도를 받고 있는 박용화 회장 외에 임락순, 김민진, 김연진, 김은주, 서정자, 엄상희, 이병순, 정금례, 정춘희, 조정희, 최금순, 최성자씨가 펼치는 연주의 세계로 사람들을 자꾸 빠져들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