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파수) 축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2006-11-03     송진선
올 9월과 10월은 그 어느 때보다 무슨 축제, 무슨 제, 무슨 대회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러시를 이뤘다.

플래카드 게시대를 넘어 사람들의 시선을 많이 끌 수 있는 도로 네거리를 점령했다. 보은군을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여기는 어느 곳인지 축제가 그렇게 많이 열리느냐, 축제를 여는데 들어가는 예산만 해도 장난이 아니겠다며 비판적인 의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이는 외지인뿐만이 아니었다. 지역 주민들도 웬 행사(축제)가 이렇게 많으냐며 비판적 여론에 가세했다.

아마도 자기 주머니에서 나온 돈으로 이렇게 하라고 하면 안 할 것이라며 자기 돈 아니라고 이렇게 축제를 남발해서 되겠느냐는 소리가 무성했다.

행사를 지켜보는 주민들은 이렇게 축제에 들어가는 돈을 아까워했는데 정작 행사를 담당한 단체에서는 예산이 적어서 행사가 이렇다며 어느 지역처럼 돈만 많이 보조해주면 이보다 훨씬 더 나은 행사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호언 장담한다. 시각 차가 너무 컸다.

물론 행사마다 보조되는 지방비가 액면으로는 행사별로 군비 보조금만(일부 행사 도비 보조, 균특 자금) 수 천만 원에서 1억원 대이지만 간접비용까지 합하면 이보다 훨씬 많은 수 억원 대에 달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많은 비용을 들여서 축제를 개최하는 목적이 무엇일까. 축제를 통해 지역문화의 경쟁력을 높이고 주민 화합만 기대할까.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지자체마다 지역축제를 경쟁적으로 벌이는 보다 중요한 목적은 경제효과를 얻으려는 것이다.

전국적 성공 축제로 회자되는 전남 함평의 나비축제나 강원도 화천의 산천어 축제, 횡성의 한우축제, 양양의 남대천 연어축제 등은 축제로 얻어지는 경제효과가 대단하다.

함평은 나비축제로 인해 인구 4만명에 불과한 시골에서 한 해 500억원의 수익을 내고 있고 연간 150만명 이상의 관광객을 불러들여 대박을 터뜨리고 있는 것이 더 이상 이슈 거리가 되지 않을 정도다.

산천어 축제 또한 연간 100만명 이상이 다녀가고 올해 10월에 열린 횡성 한우축제에도 120만명이 다녀갔다는 통계다.

그런데 여기서 더욱 주목할 것은 축제의 대부분을 지역 주민이 아니라 95%이상이 외지 관광객이라는 사실이다. 축제가 지역경제를 부양하는 효과로 연결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지방자치단체마다 이들 축제를 성공 모델로 삼고 있고 지역 주민들도 축제얘기만 하면 이들 지역의 축제를 예로 드는 것을 보면 축제에서 기대하는 것은 경제적인 효과에 있음을 단적으로 알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지금 우리 지역과 같이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또 다른 것도 해보는 방법으로는 위에서 열거한 지역들과 같은 효과를 거둘 수는 없을 것이다.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고 지속 가능한 것을 찾아내야 한다. 아마도 선택을 하고 선택된 행사에 집중해야 하는데 선택할 행사를 찾는 작업을 주관한 단체에 맡길 수 없다. 공정한 판단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우리 지역에서 열리는 대형 행사들은 대부분 마무리 됐다.

남은 일은 손익계산서를 만드는 일일 것이다. 우선은 행사를 개최한 목적에 부합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특히 자치단체 예산이 집행되는 행사는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왜냐하면 자치단체 예산은 바로 우리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세금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역 대표 축제 개발, 축제 통폐합이나 축제의 새 틀 짜기 등을 다룰 축제 육성위원회 또는 축제 위원회가 반드시 있어서 지역의 각종 축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전개돼야 한다.

수많은 축제들이 무분별하게 열리는 한 축제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을 것이므로 축제육성위원회 또는 축제위원회가 큰 틀의 방향을 잡아 나간다면 소모적 논쟁은 끝낼 수 있을 것이다.

어물어물하다 내년으로 넘어갈 경우 올해와 같은 혼란과 갈등을 반복해야 하므로 각 축제 주체들이 내년도 계획수립에 들어가기 전에 서둘러 장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군의회 또한 자체적으로 축제에 대한 분석을 통해 예산심의 시 이를 반영해 축제 목적이나 효과가 미약한 것은 과감하게 삭감해 주민들이 축제가 난립됐고 예산을 낭비한다는 인식을 갖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성공한 축제를 보려고 관광객이 몰려드는 이유는 간단하다.  해당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문화의 정체성을 살리면서 대표적 지역문화의 경쟁력을 높이는 축제를 선택하고 집중시켜 평범하고 따분한 일상 속에 특별히 마련된 비 일상적인 날 우리 지역 바로 그 축제의 장에 흥미를 끌만한 매력이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