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학교 자료 많아요”

2006-08-18     송진선
보은교육청 문닫은 학교 역사관 운영 … 향후 학교 역사 박물관 추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옛 것을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고물로 여겨 폐기 처분했다. 둘 곳이 마땅치 않지만 왠지 버리기가 아까워 구석에 놓았다가 몇 년간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기도 하다.

그러다 봄맞이 대청소를 한답시고 집을 홀랑 들었다 놓을 때 미련 없이 버린다. 아니면 새로 집을 장만해서 이사를 갈 때 헌 집에 쓰레기로 두고 간다.

가보로 여겨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값진 물건이 아니면 말이다. 그게 보통이었다.

아직 시골에는 옛날에 쓰던 물건들이 남아있다. 버리기가 아까워 둔 것이 아니라 그냥 두다 보니까 지금까지 보존이 된 것이다.

그것도 지금은 고 물건 수집상들이 동네 골목골목을 돌며 사들여 농촌에는 장단지 하나 옛날 것이 없을 정도로 옛 물건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교육 자료도 마찬가지다. 학생수 감소로 폐교는 점차 늘어나고 폐교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도 사라지고 옛 추억이 담긴 교육 자료도 사라졌다.

그런데 바로 이곳에 가면 옛날 추억의 물건들을 볼 수 있다. 바로 교육청 3층 문닫은 학교 역사관이다. 보은교육청은 교육자료 수집운동을 전개하면서 교기, 교가, 교훈, 교복 등 학교별 특색 있는 자료와 학교요람, 교육계획서, 학교문집, 교육활동 사진, 일기, 편지, 성적표, 가정통신문, 교과서 등 개인소장자료를 수집했다.

보은교육청은 삼승초등학교의 폐교가 확정되면 일정 공간을 리모델링해서 수집한 문닫은 학교의 역사적인 유물들을 전시해 학생과 학부모들이 관람하는 박물관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수립 중이다.

# 총 241점 확보
보은교육청에서 2003년 대대적으로 ‘문닫은 학교 자료를 찾습니다'라는 사업을 전개해 수집한 골동품 자료들이 241점이나 된다.

누렇게 변색한 졸업장 뿐 아니라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라는 이름이 새겨진 학교 교기도 있다.

발을 열심히 굴러가며 두드렸던 둔탁한 소리의 풍금도 있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학교의 체육복도 있다.

아마도 최신 버전의 컴퓨터나 최신기종의 핸드폰, 최신 버전의 게임이 수록된 게임기 등만 선호할 수 있는 지금의 초등학생들은 "뭐가 신기하다는 거야"하고 아무짝에도 쓸모 없을 것 같은 고리타분한 물건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물건들이다.

386세대 이전, 7080을 포함한 그 이전 세대들은 학창시절이 새록새록 떠오를 만한 물건들이다.

이런 것도 있었구나, 이것도 보관하고 있었네 할 정도로 진기한 물건이 전시돼 있다.

현재 보은교육청이 수집해 전시하고 있는 총 241점 중 기증한 학교를 중심으로 볼 때 중초 분교 26점, 학림분교 75점, 북암분교 6점, 기대분교 2점, 소여분교 4점, 적암분교 2점, 사직분교 7점, 보덕초 2점, 동정분교 54점, 회동분교 1점, 아곡분교 9점, 이원분교 17점, 이식분교 1점, 산대분교 7점, 장갑분교 12점이다.

소장 물품 중 앨범은 29점, 학습 자료 4점, 교육 기자재 30점, 사무용 기기 30점, 교과용 도서 1점, 교기 및 명패 3점, 민속자료는 없었으며 기타 88점이 수집됐다.

세부적으로 보면 학적부 6점, 상장 36점, 임명장, 졸업장 등 개인 소장 56점에다 학교 요람, 트로피, 우승기, 학교 문집, 현수막, 각종 공문, 체육복, 기관 표창장, 액자, 금고, 풍금, 타자기 등이다.

# 좀더 일찍 수집했더라면
교육청에서 수집한 문닫은 학교 역사관 소장 물품은 총 19개교 폐교 중에서 15개교에서 나왔다. 특히 교육 기자재가 나온 곳은 학림분교, 북암분교, 동정분교, 이원분교, 이식분교까지 5개교 뿐이고 교기 및 명패가 나온 곳은 학림분교와 아곡분교, 장갑분교 단 3곳에 불과하다.

학습자료가 나온 곳은 북암분교 단 한 곳 뿐이다. 그만큼 학교가 사라지면서 학교와 관련된 역사적인 자료들이 모두 사라졌거나 폐기된 것이다.

이제는 어디 에서도 없어진 학교의 역사들을 찾을 수가 없다.

학교의 흔적들을 따라가 볼 수 있는 역사를 없애버린 당시 당사자들을 원망하면서 문닫은 학교의 역사를 찾는 일을 좀더 일찍 추진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가장 크게 남는 대목이다.

문닫은 학교 역사 찾기는 고 김천규 교육감이 추진한 사업이다.  도교육청 차원에서 도내 전체적으로 이 사업을 추진한 것인데 만약 고 김천규 교육감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없었고 수 십 년이 흘러갔다면 과연 문을 닫은 폐교의 자료가 남아 있었을까.

아마도 전시할 만한 가치가 있는 자료가 하나도 없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문닫은 학교는 달동네에 살았던 것을 지우고 싶어하는 졸부의 과거와 같은 그런 대상이 아니다.

# 학교 역사 박물관 추진
한 사람의 사진첩은 그 사람의 역사다. 나서 자라서, 지금까지 전 과정이 수록된 것이다.
문닫은 학교 역사찾기 일환으로 추진해 수집한 각종 자료들도 그 학교의 한 때의 역사가 담겨 있는 것이다.

보은교육청은 현재 수집한 각종 자료를 내년 3월1일자로 폐교될 예정인 삼승초등학교에 학교 역사박물관을 만들어 이곳에 전시해 놓는다는 계획이다.

현재 수집해 놓은 자료는 문닫은 학교를 대상으로 한 것들이지만 내가 졸업한 학교와는 관계없이 어른들에게는 골동품인 학창시절을 고스란히 되새길 수 있는 추억의 공간이 생기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최신기종, 새것만 추구하는 요즘 누렇게 빛 바랜 것들이 폐품이나 다름없어 보일 어린 자녀들에게도 엄마 아빠의 학창시절을 유추해 볼 수 있는 시간 여행이 될 것이다.

아직 자리를 차지 못하고 교육청 3층 한 쪽에 위치한 문닫은 학교 역사관을 둘러보면서 이리저리 밀리고 있는 개인 소장 학창시절 물품들이 있다면 기증해 향후 학교 역사박물관이 설치됐을 때 함께 공유하는 기회가 되길 희망했다.

한편 보은군내 문닫은 학교는 속리초 장재분교장(82년 3월), 회남초 법수분교장(91년 3월), 회남초 분저·회인초 회룡·산외초 산대분교장(92년 3월), 관기초 기대·회인초 회동분교장(94년 3월), 관기초 소여·적암분교장(95년 3월), 내북초 이원분교장(96년 3월), 보덕초, 삼산초 중초·삼산초 동정·내북초 이식분교장(99년 3월), 수정초 북암분교장(2000년 3월), 탄부초 사직·내북초 아곡·산외초 장갑분교장(2002년 3월) 동광초 학림분교장(2003년 3월)이 문을 닫았다.

이중 매각된 곳은 외속리면 오창리 속리초 장재분교장과 회북면 용곡리 회인초 회룡분교장, 삼산초 동정분교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