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을 짓는다면 물길도 바꿔준다

2006-08-11     송진선
경남 창원시의 친 기업정책이 요즘 화제다.

그동안 창원시는 ‘기업사랑 운동’으로 대변되는 친(親) 기업정책으로 주목받고 있었는데 이번에 그들이 펼치고 있는 친 기업정책 중 기업입장에서 행정을 펴는 만루홈런을 친 것이다.

다름 아닌 지역 내 공장 설립을 돕기 위해 하천의 선형까지 바꿔버린 것.

창원시내 ㈜창원특수강은 2004년 공장 증축작업을 시작해 2010년까지 4000억원의 설비 투자비를 투입하는 조건으로 조강 100만 톤의 생산체제를 구축하는 전략을 수립했다.

회사측은 당초 증축부지를 가로지르는 하천을 복개, 용지를 마련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는 관련법에 저촉되고 재해발생 시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 등으로 인해 그간 난관에 부딪혔었다.

이로 인해 창원특수강은 창원시에 애로사항을 건의했고, 창원시는 수 차례의 현장조사와 방안을 모색했고 결국 물길을 바꿔 부지를 마련한다는 아이디어를 짜냈다.

즉 공장예정 부지를 지나는 길이 774m, 폭 10m의 하천을 부지 외곽으로 돌려 ‘안전한’ 공장 터를 마련한다는 것이 아이디어의 핵심인 것이다.

이 안(案)이 실행되면 하천 구간이 70m 가량 짧아지는 대신 공장을 지을 수 있는 땅은 800여평 넓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또 하천을 복개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수해 등 각종 재난을 예방할 수도 있고 하천주변의 미 활용 부지까지도 쓸모 있는 땅으로 변신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창원시의 이같은 적극적인 친 기업정책으로 창원특수강은 사전작업을 거쳐 지난 5월17일 경남도에 하천 유로 변경허가를 신청했고 7월25일 경남도로부터 변경작업 시행허가를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창원시는 지난해 8월 문을 연 ‘기업서비스센터’를 통해 현재 각종 기업관련 민원을 접수하고 상담하는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보은군도 지난 7월 이향래 군수가 직접 기업 챙기기에 나섰다. 기업주들과 만나 그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많은 얘기가 오갔다. 기업인들의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은 얘기 속에는 행정에 대해 불신하고 불만을 갖고 있는 사안이 많았다.

이향래 군수는 기업인들과 대화 후 양 측이 서로 만족했다는 후일담을 내놓았었다.

그동안 민선 1,2, 3기에도 이같은 제스처는 얼마든지 있었다.  기업유치 등 각종 경제살리기 방안을 내놓았고 규제보다는 기업인들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민선 3기를 지나며 보니 결과적으로는 행동이 수반되지 않는 인기성 발언에 불과했
다.

수장 뿐만 아니라 공무원들도 마찬가지다.

만약 우리지역에 창원특수강 같은 사안이 발생했다면 과연 어떻게 문제를 풀어나갔을까. 거의 99%이상 절대 안된다고 결론을 냈을 것이다.

더구나 보은군 같이 각종 규제에 걸려 개발에 제한을 받고 있는 지역이 광대하니 이를 핑계로 아무리 군수가 하라고 해도, 아니 대통령 할아버지가 하라고 해도 안된다고 했을것이 뻔하다.

그동안 기업가들 입에서 보은군에서는 무엇을 하려고 해도 부정적으로 법 해석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를 수없이 들었다.

그래서 더 이상 투자하는 것도 망설여지고 오히려 적당한 부지가 있다면 떠나고 싶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그들의 얘기 속에는 기업가들의 애로를 해결해 주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찾아보는 등 100% 노력해서 안되면 할 수 없지만 법 조항에 규제하고 있는 것만을 들어서 기업가들의 고충은 아랑곳 하지 않고 일단 안된다는 쪽으로 밀어붙인다는 것이다.

기업을 유치해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민선4기 이향래군수의 공약이다.

기업유치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기업의 고충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해소, 기업들이 안정된 기반 위에서 사업을 벌여 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는 창원시의 공무원들 같은 인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무엇이 기업을 위하는 행정이고 무엇이 기업을 살리는 행정인가.

기업을 위해서 하천의 물길까지도 바꿔버린다는 적극적인 행정이 지금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