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탐방 60 - 대추고을로 유명한 건천리

2006-07-28     보은신문
보은에서 수한면 차정리를 지나 수리티재를 넘어서면 건천리의 첫 번째 마을인 가랫재가 나온다. 피난민들이 화전을 일구며 살았었다고 하는 이곳은 9가구가 생활하고 있으며 외형으로 보기에도 농가보다는 번듯한 축사들이 자리잡고 있어 주민들이 축산에 주력하고 있음을 가늠케 해준다.

가랫재는 상건천이란 이름으로 불려지기도 한다.

가랫재에서 회인쪽으로 오다보면 건천리의 중심 마을인 공태원이 자리잡고 있다.

신라 말기의 매곡성주 공직이 살았다 하여 공태원이라 불렀으며 고려 시대에는 공대원, 조선 시대에는 여행자를 위한 원(院)이 설치되어 있어 예대원이라 했다고도 한다. 원이 있을 정도로 공태원은 청주∼회인∼보은∼상주를 잇는 중요한 길목이었다.

이 외에 2가구가 살고 있다는 수리티와 1가구가 있는 아낭골이 있으며 골의 산세가 아름다워 많은 남녀들이 밀회를 즐기던 곳으로 '연애골'이라 부르던 것이 변하였다고 전해지고 있는 '여내골' 에 1가구가 생활하고 있다.

건천리는 이렇게 5개 자연마을로 이루어져 49가구 119명의 주민들이 화기애애하게 살아가고 있다.

이곳은 자갈이 많이 있어서 내가 늘 말라 있으므로 건천이라 하였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건천리에는 논이 많지 않다. 농경지의 대부분이 밭이고 이같이 물이 부족한 마을 지형을 역이용해 농작물도 축산과 대추나무, 과수 등 특수작물로 소득을 올리는 계기로 삼았다.

축산의 경우 한우와 젖소를 사육하는데 대규모로 하는 축사 농가가 한우 4가구, 젖소 2가구 정도며 소규모로는 이밖에 여러 명이 있다고 한다.

건천리는 많은 주민들이 대추 농사에 주력하고 그것으로 좋은 수익을 올리고 있어 그래도 젊은이들이 비교적 많은 편이다.

마을봉사자로는 이장순(57)이장과 김귀환(79) 노인회장, 이인범(42) 새마을지도자, 양문자(55) 부녀회장이 있다.대추고을로 유명한 건천리# 대추재배로 고소득 올려

속리산 자락의 보은은 대추재배 적지로 가장 좋은 토질 및 기후 조건을 갖추고 있어 대추의 품질과 효능이 뛰어나다.

옛날부터 보은 지역의 특산품으로 잘 알려진 대추 재배로 고소득을 올리고, 마을을 대표할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는 곳이 바로 회북면 건천리이다.

논보다 더 많은 밭에서는 배, 고추, 도라지 등의 작물을 재배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을 대추가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대추 과원이 전체 경지 면적 중 38㏊에 달할 정도로 마을 곳곳에서 빼곡이 늘어서 있는 대추나무를 볼 수 있다.

보은에서도 특히 건천리는 대추재배 적지로 기후나 지형적인 조건이 좋은 곳이다.

자갈이 많아 비가 와도 배수가 잘 되고, 기온차가 심해 당도가 높은 게 큰 장점이다.

아직까지는 판로도 좋아 인근 청주, 대전은 물론 서울, 인천 등지로 출하하고 있으며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

그만큼 건천리 대추가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건천리에서 처음으로 대추 재배가 시작된 것은 20여 년 전이라고 한다.

그 당시 이장순 이장과 김종석(49)씨 두 농가가 시작했는데 농사도 잘 되고 수입도 좋아 다른 주민들이 참여해 지금의 대추고을 건천리를 이룬 것이다.

건천리는 비가림 시설로 대추를 재배하는 농가들이 있다. 군에서 지원을 받아 작년에 하우스 시설을 설치한 것이라고 한다.

하우스 안에서 대추나무를 재배 할 경우 열매가 달릴 때 떨어지지 않고, 비를 맞으면 열과 현상으로 대추가 많이 갈라지는데 그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한다.

상품성이 좋아지는 등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어 나머지 농가들도 비닐 하우스 시설을 원하고 있었다.

농가 소득 창출과 농업 발전을 위한 시설 투자에 아낌없는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재정이 풍족한 군이 되어 농민과 함께 발전해나가는 우리 지역의 앞날을 그려본다.

# 가슴 따뜻한 애향심
마을로 들어서다 보면 마을유래비 옆에 나란히 서 있는 두 개의 공적비를 볼 수 있다.

이것은 지금은 고인이 된 김은서씨와 박흠철씨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주민들이 세운 것이라고 한다.

김은서씨는 작고하기 전 자손이 없었던 관계로 1300여 평이 넘는 자신의 땅을 마을에 희사했다.

그 땅은 마을 공동 소유로 필요한 사람에게 도지로 주고 대가로 받는 임대료는 마을 기금 마련에 활용하고 있다.

안정적으로 들어오는 수입이 있다보니 마을 운영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또 박흠철씨는 오래 전 농사지을 물이 필요해 마을에서 저수지를 만들려고 할 당시 그 주변에 소유하고 있던 자신의 농지를 마을에 희사했다.

덕분에 저수지를 만들 수 있었고 건천리 주민들은 지금도 저수지 물을 이용해 농사를 짓고 있다.

건천리는 물이 부족한 마을이라 수십 년 전 일찌감치 저수지를 만들어 논물을 대어왔다.

# 산촌관광지로 개발 예정
농경지는 물론 산까지 대추나무가 들어서 있는 건천리에 산촌개발 사업비가 투입돼 현재 진행 중에 있는 실시 설계를 마친 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이 추진될 예정이라고 한다.

건천리는 군내 대표적인 대추 집산지로 이를 확대해 조선조 임금님께 진상했던 보은 대추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고, 산림을 이용해 두릅이나 산더덕 재배를 유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도시민들이 찾아와 농산촌의 체험과 함께 영농체험도 하고 수확한 농산물도 구입하는 등 농촌 관광 활성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장순 이장은 현재 마을 경로당이 있지만 마을 회관을 따로 건립해 황토 찜질방을 설치하는 등 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을 위한 숙박시설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의 기대가 크지 않을 수 없다.

요즘은 지역마다 마을의 특색을 살려 관광지로 개발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전에는 그저 일상에 불과했던 농촌 생활을 상품화 시켜 그 가치를 재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농가 소득 향상에 기대를 거는 것 이상으로 주민들은 자신들이 그동안 살아왔던 마을이 새롭게 탈바꿈하고 뭔가 새로운 변화를 모색한다는 것이 가슴 떨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농촌도 변화할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주민과 그곳을 찾는 관광객 모두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관광지 조성으로 지역의 지속적인 발전을 꾀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뭔가 기대할 것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그것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미소짓게 되며 흘러가는 시간이 아깝지 않다.
처음 2가구에서 시작된 대추 농사가 이제는 많은 주민들이 참여해 마을을 대표하는 소득원이 되었다.

건천리에서 흘러간 시간들은 낙후라는 쓰라린 흔적보다는 발전이라는 가슴 뿌듯한 결과를 낳고 지나갔다.

내년이면 건천리는 산촌관광지 개발이 본격적으로 추진돼 새로운 모습을 갖추게 될 것이다.

변화될 건천리의 모습이 기대된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온 후 그곳 주민들과 함께 마을이 관광지로 조성될 기쁜 날을 마음 속으로 기다리게 되었다.

그것은 건천리 주민들뿐 아니라 희망을 부르짖는 농촌에 진짜 희망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