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스승· 제자
2006-05-19 보은신문
콩나물 350원
파 1,000원
염색약 2500원
자! 오늘 장에 가서 쓴 돈이 다 얼마나 되죠?
인심이 좋은 건지 도대체 살림을 얼마나 헤프게 하는 건지
코나물 30050
염생냐 2000500 ..........
한나절이 걸릴 판이다.
오늘 아사달 글꼬학교 수학시간이었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왜 이렇게 쑥맥인지 내가 못 살어. 미쳐미쳐.......
마무리는 자책의 시간이다.
60대에서 70을 넘기신 어머님들이 공부하는 우리 학교에서는 스승이 하늘이고 제자 또한 하늘이다. 선생님 앉으시라고 다 닳은 빈 손바닥으로 훔쳐 내 놓는 의자가 제자들의 마음이고, 자식들이 입 궁금할 까 챙겨 준 사탕을 싸 와 함께 우물거리고, 귀밝이술, 흥이 나면 가무까지 곁들인 정말 금품과 향응이 오고가는 우리학교는 시끄럽다.
선생님! 너무 몰라서 죄송합니다. 허리가 ㄱ자로 꺽어지는 소리도 시끄럽고.
선생님! 커피 타다 드릴까요? 지나치게 나이 든 우리 마담학생의 날랜 치맛바람까지
혼자 간 영감님 얘기 눈물 콧물 적시는 그 소리가 차고 넘치고.
깨 모, 고추 모 나눠 쓰랴 공부시간에 떠들어 이름 적히는 소리
막네 자식 같은 선생님들 챙기는 말 치사 몸 치사까지 더해져 참 많이 시끄러운 학교다.
교사들의 월급은 봉투에 들어가지도 않고 통장입금과 인출이 되지도 않는다.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감사합니다.’ 본봉이 얼마고 보너스가 얼마에 수당이 얼마인지 계산이 안 되는 알아서 가져야 되는 무한의 가치가 월급이다.
아사달 글꼬학교의 1년 해넘이 잔치를 하는 날. 이런 인사말을 했다.
어머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별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칠판 앞에서 선생노릇을 했는데 우리 어머님들이 저희를 세상에 둘도 없는 훌륭한 선생님으로 생각해 주시니 정말 그 감사함이 감사합니다.
제자들이 만들어 준 훌륭한 선생님.
이건 혼자만의 작품이 아니고 못난 선생도 훌륭한 제자 덕에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나의 생명 하나의 인간을 성장시키는 가장 핵심적 소망은 교육이며 이것이야말로 인간의 본능적 사랑만으로는 불가능한 것인데 그 교육의 중심은 스승, 부모 그리고 학생일 것이다.
‘일자사(一字師)’란 말이 있다. 한 글자를 배워도 스승이라는 얘기다.
어쩜 ‘스승의 날’에 대한 존재조차 위태로운 지금의 현실에서 되새겨봐야 될 말이 아닌가 싶다.
단지 등교를 하지 않는 방법으로 오고가는 촌지를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은 아니고, 그러한 것을 통해서 주려고 하는 메시지는 피부로 느끼는 현실에서 분명 변화는 하고 있다. 허나 그것이 냉정한 변화냐 아니면 제대로 된 인식의 변화인가는 한 번 생각해 보고 싶다.
참된 스승이고자, 참된 스승을 만들어 주는 그런 역할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 문제에 대한 자기 몫의 숙제 다시 말하면 교사가 최고 인기직업이라고 하는 요즘 과연 스승의 역할도 최고인가? 또 스승에게 최고의 존경을 보내고 있는지도 말이다.
오늘 난,
라일락의 향기와 함께 떠오르는 내 중·고등학교 때의 귀하신 선생님 한 분께 전화를 할 것이다.
벌써 생각만으로도 떨리고 긴장되고 두근거린다.
지금까지 살아 온 이 자리 지금의 모습에 가장 영향을 주신 선생님. 그 분은 내 인생에서 죽어도 잊지 못할 스승님으로 남을 것이다.
다들 학창시절로 돌아가면 기억하기조차 싫은 선생님도 생각날 것이고 그런 선생님 나름으로 내게 무엇을 주셨나 곰곰이 생각해 보자.
또 너무나 좋아해서 말로 꺼내기조차 송구한 선생님도 계실 것이다.
이런 추억을 가진 우리는 이제 학부모가 되었고, 혹은 선생님이 되었을 것이다.
우린 우리의 스승에게,
아이의 스승에게 최고의 존경을 보내고 있는지,
최고의 스승이 되고 있는지도 참 궁금하다.
/정해자(보은 삼산, 아사달 글꼬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