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묘 문화도 바뀌어야 합니다
이하영(시조시인/외속리 장내)
2006-04-14 보은신문
옛날부터 사대부가에서는 집안에 사당을 지어놓고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지냈지요.
독일에서는 유골을 화분에 담아, 예쁜 꽃을 심고 작은 비석을 세워 아파트 베란다에 놓아둔다고 합니다.
일본에 갔을 때 어느 집 정원을 보니까 대문에서 현관까지 가는 길 양쪽에 비석이 줄지어서있어서 관광가이드에게 물었어요. 그것은 조상 님들의 유골을 묻고 비석을 세운 것이라 했습니다.
제가 아는 분의 얘기가, 자기가 독일에 살 때, 한 여인이 결혼도 하지 않고 평생을 부모님을 모시기 위해 독신으로 살다가 부모님이 돌아가시자 유골을 화분에 담아 꽃을 심고 작은 비석을 세워 베란다에 두고는 날마다 화분에 물을 주면서 이 나무는 우리 아버지 나무, 이 꽃은 우리 어머니 꽃이라며 설명하더랍니다. 우리나라에도 그런 효녀가 실제로 있을까 궁금합니다. 우리나라가 효의 나라라고 하지만 독일을 따라 갈 수 없다고 합니다.
외국에도 우리나라 효녀 심청보다 더한 여성들이 많다고 합니다.
캐나다에 가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원이 있는데, 그곳은 바로 유명한 공동묘지입니다.
오래 되어서 이름은 생각이 안 나고, 넓고 넓은 들판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나무는 다 모여 있고, 아름다운 여러 가지 모양과 색깔들의 비석들이 꽃 속에 묻혀 가족들이 소풍처럼 와서 새로운 꽃을 꼽아놓고 갑니다.
거기엔 봉분이나 눈물이 없습니다. 환상적인 아름다움만 있었습니다.
봉분을 만들지 않고 평묘로 쓰면 관리하기가 훨씬 쉽지요.
납골당은 관리가 까다롭다 합니다. 습기 차면 벌레가 생기기 때문에 독한 살충제를 뿌린다고 합니다. 뼈 가루(유골)이라 하더라도 땅에 묻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요.
마당이나 정원이 있는 주택은 유골을 땅에 묻고 평묘를 쓰고 꽃나무를 심고 작은 비석을 세우고 관리한다면 좋지 않을까요? 아파트라면 독일처럼 베란다에 두고 꽃을 심어 날마다 물을 주고 가꾸며 명복을 빈다면 더없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