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 감수하며 위험부서인 형사계 전문

보은경찰서 오경수 경위

2006-03-31     김인호
주5일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전국적으로 일선 경찰들이 범인 잡는 수사과를 기피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무엇보다 수사부서는 위험하고 불규칙한 근무에 시달리기 십상이란 인식이 자리하기 때문이다.

보은경찰서 수사과도 사정은 비슷하다. 보은경찰서 수사과는 지능수사팀과 강력수사팀 등으로 나뉘어 있다. 강력팀은 폭력, 절도 살인범 등 강력범을 주로 잡는 곳이고, 지능수사팀은 사기범 수사나 고소 고발 사건을 담당하는 곳이다.

주5일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이들은 사건이 터지면 주말도 없이 사생활을 희생해야만 한다. 특히 강력계는 상대적으로 많은 위험부담을 무릅써야 하기 때문에 더욱 기피 대상이다.

한때 경찰의 꽃은 형사라고 불릴 정도로 사명감과 자긍심이 컸지만 요즘은 그런 면을 찾아보기가 꽤 어렵다. 편한 업무를 찾아 너도나도 사양하는 추세여서 강력계는 어느새 3D 부서가 돼버린 것이다.

이 때문에 최근 강력계를 지원하는 경찰을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고 지난해까지도 실제 보은서 강력계는 결원으로 매우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나마 전 이호균 보은서장의 열정으로 사이버범죄와 과학수사를 담당할 수사인력 2명을 보강해 다소 숨통은 돌렸다.

하지만 이런 기피 보직인 형사직을 천직이라 여기고 묵묵히 자기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가 있어 귀감이 되고 있다. 보은경찰서 강력계 오경수 경위.

그는 91년 첫 발령지인 내속파출소를 거쳐 93년 강력계로 보직을 받은 이후 오로지 13년간 곁눈질 않고 강력계 반장으로서 강력범죄를 진두하고 있다. 강력계가 맡은 모든 사건에는 그의 정열과 혼신이 배어 있다. 이러한 그의 열정은 검거실적으로 고스란히 나타났다. 보은서가 규모가 몇 배되는 상급지 경찰서를 제치고 각 부분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작년 상반기 기소중지자 검거기간 중 검거실적 전국 2위, 2004년 전국마약사범 검거 전국 2위, 2004년 108억대 가짜휘발유 단속 26명 입건 및 9명 구속, 올해 전규규모 도박단 64명 검거, 2001년 농약 전문절도단 사건 해결 등 수많은 사건을 해결해 보은서의 위상을 전국에 널리 알리는데 크게 기여했다.

작은 규모의 경찰서가 이처럼 명성을 드높이기까지는 오 계장을 중심으로 한 강력반원들의 노고가 함께 했다. 이들은 오 계장을 축으로 일사분란한 팀웍과 단합으로 개인의 사생활을 감수하면서까지 사건 해결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개인적으로 형사가 천직이라 여기고 임무에 최선을 다하지만 가족과 직원들을 볼 때면 미안한 마음을 누를 수가 없습니다. 밤늦은 시간은 물론 주말과 일요일에도 근무할 때가 허다분해 아이들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가장으로서, 가정에 소홀할 때가 많아 솔직히 죄책감이 들기도 합니다. 이러한 힘들고 어려운 일을 마다하지 않는 직원들에게도 고마움과 미안함이 교차하기도 하구요” 오 반장은 한창 바쁠 때면 잠잘 시간도, 옷을 갈아입을 여유로운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청주 강서 출신인 오 계장은 청주중 운호고를 졸업한 뒤 충북대를 나와 경찰직을 선택했다. 무엇보다 공직자가 체질에도 맞고 평소 이 길을 걷고 싶어서였다고 했다. 오 계장은 “힘들고 어려울지라도 형사의 길을 걸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 경사는 부인 손진숙 여사와 사이에 1남1녀를 두고 보은읍에서 생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