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이 주는 나무

조연환(산림청 사유림지원국장, 시인)

2000-05-20     보은신문
지난 4월 7일부터 15일까지 9일간 고성, 강릉, 동해, 삼척, 울진 등 동해안 5개 시·군에 산불이 발생하여 여의도 면적의 78배에 해당하는 산림이 소실되었다. 이번 산불로 인한 피해액은 1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그러나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큰 손실이 있다.

17명의 인명피해와 850명의 이재민이 발생하였을 뿐아니라, 우리나라 제일의 금강송 숲이 망가졌고 동해안의 빼어난 관광자원이 소실되었으며 숲과 더불어 생명을 이어온 미생물과 야생동물들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정부의 긴급복구등으로 주택은 복원됐지만 산자수명한 마을풍경은 몇 십년이 지나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며, 빼어난 각선미를 자랑하는 금강송의 아름다움은 50년이 넘어야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다.

실로 한순간의 부주의로 인한 손실로서는 너무 가혹한 것이다. 건강을 잃어야 건강의 귀중함을 알 듯 산불로 인해 숲을 잃고보니 숲의 고마움과 가치가 얼마나 큰 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따라서 오늘은 그동안 모르고 지나왔던 숲의 혜택에 대하여 생각해 보고자 한다. 숲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은 크게 경제적인 혜택과 공익적인 혜택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숲의 경제적인 혜택이란 목재를 비롯한 임산물을 숲으로부터 얻는 것을 말한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평생동안 4톤트럭 10대분의 나무를 쓰고 있다. 그것도 이제는 나무를 땔감으로 쓰지 않기 때문에 많이 줄어 든 것이다. 주택, 합판, 종이, 가구류, 건축자재 등 나무는 우리의 삶을 유지하며 풍요롭게 해 주는 귀중한 자원이다. 비록 철강이나 플라스틱등 나무를 대신하는 원료가 많이 개발되고 있으나 우리 인체에 가장 적합한 환경친화적인 자원으로는 나무를 따라 올 것이 없다.

통나무집에서 하룻밤을 지내 보라. 잘 지은 양옥집에서 느끼지 못한 숙면과 상쾌함을 가슴가득 맛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밖에도 숲은 약초, 산채, 버섯등 오염되지 않은 자연식품을 우리에게 공급해 주고 있다. 숲이 우리에게 주는 경제적인 혜택은 매년 임산물생산액으로 파악되어 발표된다.

1998년도 임산물생산액은 8,241억원으로서 국민 총생산액의 0.2%에 불과하다. 산림이 국토면적의 64%를 차지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숲의 경제적혜택은 아주 작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숲의 공익적혜택은 어떠한가? 공익적혜택이란 무엇인가? 좀 어렵긴 하지만 숲이 주는 경제적, 물질적혜택이외의 환경적, 문화적, 정신적혜택을 일컬어 공익적혜택이라 부른다.

숲은 거대한 공기청정기이다. 숲속의 공기가 신선한 것은 나물들이 공기중의 이산화탄소를 마시고 산소를 내뿜기 때문이다. 잘 가꾸어 준 1(3,000평)의 숲은 탄산가스 16톤을 흡수하고 12톤의 산소를 방출한다. 사람이 하루에 0.75g의 산소를 필요로 하므로 1의 숲은 44명이 숨 쉴수 있는 산소를 공급해 준다. 또한 1의 침엽수(소나무와 같이 잎이 좁은 나무) 숲은 1년동안 40톤의 먼지를, 활엽수(참나무와 같이 잎이 넓은 나무) 숲은 68톤의 먼지를 흡수한다.

숲은 또한 거대한 녹색의 댐이다. 숲에는 늘 맑고 깨끗한 물이 흐르는 것은 숲속의 나무와 풀, 그리고 낙엽과 흙이 물을 저장하였다가 서서히 흘러 보내기 때문이다. 나무가 많은 숲에서는 빗물의 35%가 스며드는 반면에 나무가 없는 민둥산에서는 10%만이 스며든다. 활엽수 숲은 나무가 없는 땅에 비하여 14배의 물을 더 저장할 수 있다. 우리나라 숲이 1년간 저장하는 물의 양은 소양강 댐 10개와 맞먹는 180억톤에 이른다. 나무와 물은 하나이다. 그러기에 치산치수(治山治水)는 국정의 근본이라 하였고 인자(仁者)는 산을 사랑하고 지자(知者)는 물을 사랑한다 하지 않았는가?

숲은 건강크리닉이다. 숲에는 피톤치드라는 물질이 있어 우리의 정신을 맑게하고 긴장을 풀어주며 평안함을 느끼게 한다. 누구나 손쉽게 삼림욕을 즐길 수 있다. 편안한 옷차림으로 (일광욕하듯 옷을 벗지는 말고) 숲길을 걸어보라. 숲과 하나된 기쁨을 맛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숲은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게 온도와 습도를 조절 할 뿐아니라, 바람을 잔잔하고 부드럽게 만들어 주는 마술사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숲은 야생동물들이 살아 가는 보금자리일 뿐아니라, 문화와 역사와 종교의 산실이기도 하다.

숲의 이러한 공익적혜택을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 현대인들은 돈을 좋아하니까? 우리나라 숲의 공익적혜택은 1995년을 기준으로 35조원이 되는 것으로 발표되었다. 이는 국민총생산액의 10%에 해당되는 금액이다. 그러나 이는 숲의 혜택중 일부만을 돈으로 계산한 것으로서 숲이 주는 정신적, 문화적인 혜택을 어찌 돈으로 다 계산할 수 있겠는가?

속리산과 충북알프스를 갖고 있는 우리고장 보은은 천혜의 숲을 물려받은 축복받은 땅이다. 우리의 조상들이 물려준 이 땅의 숲을 잘 가꾸고 보전하여 우리 후손에게 값진 자산으로 물려주어야 할 것이다. 숲은 조상들로부터 물려 받은 것이 아니라 후손들에게서 빌려 온 것이라고 어느 학자는 말했다. 보은하면 떠오르는 정이품소나무와 함께 속리산의 기풍당당한 소나무숲을 길이 길이 보전하는 일에 우리 모두의 지혜와 정성을 모아야 할 것이다.

<정이품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