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심는 사람들

조연환(보은죽전, 산림청 사유림지원국장)

2000-04-29     보은신문
동화책보다도 얇으나 발간된지 40년이 넘도록 13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읽혀지는 책이 있다. 프랑스의 작가 장 지오노(JEANGIONO)가 쓴 『나무를 심은 사람』이 그 책이다. 이 책은 애니메이션영화로도 만들어져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으면서 시청되고 있다.

이 책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주인공 `엘제아르 부피에'는 55세의 젊지 않은 나이에 하나뿐인 아들과 아내를 잃고 숲이 파괴되어 사막화된 프랑스 남부지방에서 홀로 양을 치며 살고 있다.

그는 나무가 없기 때문에 이 곳의 땅이 죽어가고 있다는 판단아래 자기 땅도 아닌 누구의 소유인지도 모르는 사막과 같은 땅에 떡갈나무 도토리를 정성스럽게 심어 나간다. 10만개의 도토리를 심으면 2만개가 싹이 나오고 그중 절반 가량은 죽어 가는 데도 우직스럽게 도토리를 심어 나간다.

1914년 전쟁이 일어났으나 그는 아랑곳 하지 않고 떡갈나무와 함께 자작나무와 너도밤나무를 심어 나갔다. 10년후 떡갈나무와 자작나무는 자기 키만큼 자랐고 제법 좋은 숲을 이루었다. 그는 양들을 4마리만 남기고 100여개의 벌통을 갖다 놓았다. 양들이 어린 나무를 헤치기 때문이었다.

떡갈나무와 자작나무, 너도밤나무가 자라 숲이 되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났다. 메말랐던 개울에 물이 고이고 그 주변에 버드나무와 꽃들이 자랐다. 이러한 변화는 사람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아주 서서히 일어나고 있었다. 30년의 세월이 지나자 황폐했던 사막이 완전히 변하였다. 건조하고 난폭한 바람대신에 향긋한 냄새를 실은 부드러운 미풍이 불었고 샘과 못이 생겨났으며 물은 아주 풍부하였다. 떠났던 마을 사람들이 돌아왔으며 아담하고 단장된 농장이 들어서고 농장마다 수로가 만들어져 샘물이 흘러 들었다. 폐허가 되었던 마을이 이제는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마을이 되었고 기쁨과 여유 속에 행복한 삶을 살았다는 줄거리이다.

장 지오노는 이 책 첫머리에 이렇게 적고 있다. `한 인간이 참으로 보기 드문 인격을 갖고 있는가를 발견해내기 위해서는 여러 해 동안 그의 행동을 관찰할 수 있는 행운을 가져야만 한다. 그의 행동이 온갖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있고 그 행동을 이끌어 나가는 생각이 더없이 고결하며 어떠한 보상도 바라지 않고 그런데도 이 세상에 뚜렷한 흔적을 남긴 것이 분명하다면 우리는 틀림없이 한 잊을 수 없는 인격과 마주하는 셈이 된다.'

어떠한 보상도 바라지 않고 뚜렷한 흔적을 남기는 일 그것이 바로 나무를 심는 일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그 수익은 은행의 정기예금이자만도 못할 뿐아니라 투자한 원금마져 회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나무는 심은 사람뿐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깨끗한 공기와 맑은 물, 쾌적한 환경을 제공해 주며 사람의 심성을 밝고 부드럽게 순화시켜 준다.

우리 나라는 일본의 식민지자원정책과 6·25전쟁으로 인하여 산림이 완전히 황폐되었으나 국민적인 나무심기참여와 정부의 강력한 치산녹화정책 추진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시일에 황폐된 산림을 녹화시킨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이는 바로 눈앞의 이익만을 바라보지 않고 우직하게 나무를 심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우직하게 나무를 심은 대표적인 사람으로 임종국씨를 들 수 있다. 임종국씨는 1956년부터 1976년까지 20년에 걸쳐 569" (170만평)의 산에 253만그루의 나무를 심어 우리 나라에서 가장 성공한 조림지를 만든 분이다. 임종국씨는 인촌 김성수선생께서 조림한 삼나무와 편백나무숲을 보고 나무를 심고 가꾸는 것이 나라사랑의 길임을 깨닫고 나무를 심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조림한지 40∼50년이 지난 지금 전남 장성군 북하면 월성리와 서삼면 모암리 일대에는 쭉쭉 뻗어 자라는 삼나무와 편백나무가 수해를 이루고 있어 독일의 흑림지대나 일본의 기소편백림지대를 보는 듯 하다. 장성군 일대에는 임종국선생을 따라 많은 사람들이 나무를 심어 아주 좋은 숲을 가진 지역으로 부러움을 사고 있으며 이 일대를 산림문화관광지로 지정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생계조차 어려웠던 선생께서 돈벌이가 되지 않는 나무를 심는다는 비웃음을 받아 가면서도 꾸준하게 심은 나무들이 지금 훌륭한 숲이 되었을 뿐아니라 외국인에게 자신있게 보여줄 수 있는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조림성공지가 되었다.

4월은 나무를 심는 달이다. 비록 식목일은 지나 갔지만 나무는 식목일에만 심는 것이 아니므로 우리 모두 한 그루의 나무를 심는 일에 앞장 설 것을 주창한다. 우리 나라에는 나무를 많이 심은 독림가(篤林家)들이 351명이나 있으나 우리 고장에는 독림가가 한 사람도 없다.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나무인 정이품 소나무를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고장에 나무를 심는 독림가가 없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보은이라는 지명에 걸맞게 조상의 은혜를 갚는 의미에서라도 나무를 심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나기를 간절히 바란다. 비록 나무를 심는 일을 업으로 하지는 않더라도 새천년 첫해인 금년 봄 아니 이 4월이 가기 전에 우리 모두 한그루의 『나무를 심는 사람』들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정이품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