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돗개가 돼지가 된 사연

서 홍 복 (내속 중판, 수정초등학교 교장)

2000-04-08     보은신문
속리산에 들어와 살게 된지도 벌써 3년 4개월이란 세월이 흘렀다. 등산복차림으로 몇번 와 보았던 속리산에 직장을 정하고 조그마한 집이지만 내 집을 마련하여 살게될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다. 관광지라는 선입견만을 가지고 있었던 나에게는 매우 큰 변화였다.

어느 날 학부모님 한 분이 새까만 진돗개 새끼 한 마리를 주었다. 아주 예쁜 강아지였다. 그러나 2주일쯤 지난 어느 토요일 청주를 갔다가 하루를 지내고 돌아와 보니 설사를 하면서 축 늘어진채 있더니 먹지도 않고 시간을 보냈다. 며칠이 지나도 죄스러운 마음은 가시지 않았다. 그러던 중 같이 근무하던 선생님이 진돗개 한 마리를 갔다 주었다. 아빠가 `망치’라고 했다. 사냥개였다. 그 날 강아지 집을 손질해 주고 먹을 것을 갔다 주면서 속으로 빌었다. 너만은 잘 커서 우리와 함께 오래 오래 살자고.

이튿 날 일어나자마자 강아지 집부터 가 보았다. 주인을 반겨 맞는 강아지를 보니 이름지을 생각이 들었다. 무엇으로 지을까? 아침 상머리에서 아내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돼지’로 짓자고 했다. 어제 밤 꿈에 강아지 밥을 주러 갔었는데 갑자기 강아지가 돼지로 변하여 있더라는 것이었다. 깜짝 놀라 잠을 깼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돼지 꿈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니 `돼지’로 이름을 지으면 우리 집에 돼지 꿈이 영원히 함께 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름을 `돼지`로 지었다. 지금은 벌써 2년이나 지나 아주 큰 개가 되었다. 평소 사람에겐 순해서 잘 짓지도 않지만 다른 짐승만 보면 사나워지는 모습은 진돗개의 특성을 그대로 지니고 있었다. 개를 별로 좋아하지 않던 아내도 외출하는 날에 `돼지’ 걱정하는 소리를 하는 것을 보면 우리 집에 `돼지’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모른다. `돼지의 꿈’때문이다.

요즈음 속리산이 불경기라고 걱정들이 많다. 속리산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한 묘한 방안도 마련되지 않아 걱정이고, 태권도 공원이 속리산으로 유치가 되어야 하는데 그것도 불확실하여 걱정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4.13 총선을 앞두고 정치계는 들뜬 논쟁으로 홍수가 난 사태 그대로이다. 요즈음 보도에 의하면 제16대 총선 후보자 가운데 3년간 소득세와 재산세를 한푼도 안낸 사람이 13.3%나 되고, 소득세를 안 낸 사람이 33.4%나 된다고 하니 한심스러운 일이다. 변호사가 말단 공무원보다도 세금을 덜 냈다면 탈세인지 무능한것인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법을 만드는 입법 기관에 입후보한 사람이 탈세를 하고, 자기 자식만은 병역을 면제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는다면 이런 사람들이 국회에 가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걱정이다. 닭과 강아지가 웃고, 소와 말이 화를 낼 노릇이다. 불확실성의 시대 그대로가 걱정일뿐이다.

이제 우리는 걱정만을 하기 보다는 걱정에 대한 해결 방안을 생각하고, 미래를 내다 보는 지혜와 사태에 대비하는 슬기를 갖어야 할 때이다. 눈 앞의 이익보다는 먼 앞날의 이익을, 작은 이익보다는 큰 이익을 생각해야 할 때이다. 수백년간의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우리 고장을 지켜주고 있는 정이품송의 당당함이 우리 모두에게는 있지 않은가? 진돗개가 돼지가 된 `돼지의 꿈’이 우리 모두가 복 받는 `돼지 꿈’으로 함께 하기를 기원하면서...

<정이품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