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농촌에 사랑을 심자

김 홍 기 (회북 애곡출신, 충청북도 농정국장)

2000-04-01     보은신문
새로운 세기, 새로운 천년이라며 온 인류가 축제분위기 속에 맞이했던 2000년도 1/4분기가 지나가고 있다. 20세기의 마지막 겨울을 보낸 탓인지 얼었던 대지가 풀리면서 움트는 새로운 생명, 봄의 새싹들이 마치 희망을 보듯 신선하고 아름답다. 새 봄의 들녘에는 겨우내 에너지를 충전한 논과 밭들이 농부들의 손길을 기다리며 기지개를 펴고 있고 우리 농업인들도 본격적인 영농철을 맞아 이미 풍년 농사를 위한 영농설계를 마치고 못자리, 하우스, 과원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농업은 인류의 존재와 함께 생성되어온 산업이다. 또한 문화의 척도와 경제수준에 따라 존·폐 될 수 없는 인류의 귀중한 생명산업이다.
그러나 생명산업인 우리 농업이 국내외적으로 많은 시련과 도전을 받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국내적으로는 농업을 사양산업으로 치부되고 사회전반에 농업 경시풍조를 비롯한 농촌인구의 고령화, 교육·의료·문화·정보환경 등 구조적인 문제 등이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으며, 국외적으로는 중국의 WTO가입과 뉴라운드 현상에 따른 농축산물 추가 개방으로 미국·호주·캐나다 등 농축산물 수출 대국들과의 힘든 경쟁등이 우리 농업인들의 어깨를 무겁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안타까움이 비단 우리 농업인만의 어려움으로 생각해야 할 문제인가 싶다. 대다수 우리 국민들은 농업의 공익기능 이를테면 홍수 조절, 대기 정화, 생태계 보전 등 금액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커다란 공익적 기능을 간과하고 있다. 우리가 먹고 살아 가는 식량뿐만 아니라 우리가 마시는 물, 호흡하는 공기까지 담보해 주는 우리 농업인의 축 처진 어깨를 펴줄 사람은 누구인가? 이는 바로 농업에 종사하지 않은 도시인의 몫이자 우리 국민 모두의 몫이다. 물론 정부와 지방자치 단체가 좋은 시책을 펴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농업인이 창출하는 농축산물의 최종수요자는 결국 우리 국민 모두이기 때문이다.

먼저 우리 농업인 자신이 하늘이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평범한 진리에 따라 디지털 경제시대에 맞게 인터넷을 활용하는 농업인으로 변신해 가면서 농업인의 긍지와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우리 도시민들은 영원한 마음의 고향인 농촌을 사랑하고 농업을 아끼며, 우리농업인에게 감사하고, 농심을 우대한다면 우리 농업인들은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세계 농업인과 당당히 경쟁하며 안전하고 품질 좋은 농축산물을 생산하여 우리 식탁을 더욱 풍성하게 해줄 것이다.

우리는 수없이 접하는 회식, 식사장소에서 “위하여”를 외치면서 식도락을 즐길수 있는 풍성한 음식물을 제공해준 농업인의 땀방울을, 그리고 아침 저녁 식탁에서 자녀들에게 농업인의 노고와 먹걸이에 대한 감사함과 소중함을 일깨워 준적이 있는지 한 번쯤은 생각해 볼 일이다. 새 천년에도 국민정신경제의 바탕인 풍년가가 이 땅에 넘치고 아울러 우리 농업인이 가슴을 펴고 농업인임을 자랑스럽게 여기게 되기를 기원하면서 우리 모두 농업과 농촌에 사랑을 심는 축복받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정이품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