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탐방-회북면 신대리

수몰후 혜택 제대로 받지 못하는 가난한 마을

2006-02-17     송진선
대청댐이 대전·청주 시민들에게는 꼭 필요한 식수 공급원이지만 보은군은 아니 회남면과 회북면은 지역에 피해만 주는 골치 덩어리다.

회인 곶감하면 특산물로 전국적으로 유명했지만 댐 조성으로 물안개가 자주 피어올라 특산물인 감이 곶감으로 인생을 꽃피우기도 전에 꼭지에서 빠져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게 됐다.

더욱이 문전옥답들을 모두 삼켜버렸고 수장되지 않은 산비탈에 밭을 일궈 이것저것 밭작물을 심어보지만 토양이 척박해 농사가 잘 될리 없다.

보상금을 많이 받은 사람들은 이미 대전, 청주나 평택 간척지에 새둥지를 틀어 어엿한 부자가 됐지만 수몰되면서 쥐꼬리만한 보상금을 받은 대부분의 주민은 제대로 된 땅 한 마지기 마련하지 못한 채 보상금은 모두 없어졌다.

수몰지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하루하루 연명해 나가는 것이 오히려 놀라울 정도다.

회북면 신대리, 주민들은 면내에서 가장 가난한 동네라고 주장할 정도로 1980년 조성된 대청댐은 회북면 신대리 주민들에게 가난 역사 26년을 주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회북면 신대리 마을을 소개하겠다는 기자에게 이장 한두석(65)씨는 별로 소개하고 자랑할 만한 것이 없다며 안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8가구 60여명이 살고 있는 신대리 경로당에서 만난 노인회장 양정석(74)씨, 새마을지도자 양경모(57)씨 부녀회장 김응남(61)씨는 수몰지이면서 수몰된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동네로 면내 가장 가난하다는 기사를 써 줄 것을 강조했다.

# 댐으로 인해 음짓말에서 새터마을로 이주
회북면 신대리는 과거 음짓말이라 불렸고 죽암2리는 양짓말이라 불리며 한마을처럼 지냈다.

그러다 댐 조성으로 수몰지에 있던 죽암2리 일부와 음짓말 20가구가 지금의 새터로 집단 이주해 마을이 조성됐다.

구획정리를 하고 70평 규모로 건축부지를 자르고 나머지는 길을 내고 하수도를 설치해 택지를 조성했다. 그리고 번호추첨 방식으로 심지를 뽑아 분양했다.

붙이던 땅도 물속에 들어가고 살던 집도 물이 들어와 살지 못하고, 보상받은 돈은 이렇게 택지를 분양받는데 거의 다 쓰고, 나머지 돈은 어디로 갔는지도 모르게 없어져 신대리 주민들은 이때부터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원래 면내 다른 지역보다 신대리 농토는 옥토여서 곡식도 잘돼 수몰되기 전 신대리 주민들의 면내에서는 그래도 부유층에 속했다.

하지만 농토 대부분이 수장되고 남은 것이라고는 1만5000평 정도에 불과하고 대부분 산비탈에 위치해 있어 특수작물을 하고 싶어도 못하고 옛날 식으로 콩이나 팥을 겨우 심어 먹을 정도다.

우기 때 외에는 물이 차지 않는 댐 내 약 3만여평 중 일부에 옥수수를 경작해 대전과 청주 등지에 내다 팔아 생활하고 있지만 쪼들리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회인농협의 대출을 대부분 신대리 주민들이 받을 정도로 집집마다 빚더미에 앉아있었고 이같은 가정형편상 자녀교육도 자녀 희망대로 시키지 못하는 곡절을 겪었다.

다행히 지금은 자녀교육을 마치고 거의 출가해 크게 생활비가 소요되지 않는 연령대의 주민들이 살고 있어 빚은 크게 줄었지만 지금도 영농자금 을 쓰면 농협에 빚을 지는 것인데도 서로 쓰려고 할 정도로 돈 가뭄을 겪고 있다.

# 산나물이 마을의 주 수입원
이같이 경작지가 없고 또 마땅히 벌이가 없어 집집마다 어렵게 생활을 꾸리고 있는 가운데 4월 중순만 되면 산에 가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산으로 벌이를 찾아 떠난다.

바로 산나물 채취작업을 하기 위해서다. 가까이는 마을 산에서부터 멀리는 20리 밖까지 경운기를 타고 나가 산을 뒤져 홑잎, 다래순, 취나물, 고사리 등을 채취해 대전 중앙시장 등에 나가 판다.

청정지역에서 채취한 산나물이어서 비싼데도 불구하고 도시민들에게는 없어서 못팔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고 신대리 주민들은 고정 단골도 확보하고 있다.

이렇게 산나물을 채취해서 얻는 소득이 호당 200만원 가까이 될 정도로 산나물은 마을의 주 수입원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현실이다. 노인이 늘어나면서 산에 오르는 것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경사가 급한 산비탈에서 발을 헛디뎌 넘어지거나 발목이 삐는 부상을 입기도 한다.

그래도 수입이 좋지 않기 때문에 매년 봄만 되면 산나물을 찾아 노인이나 젊은이나 산으로 떠나게 된다.

생활이 좀더 풍족하다면 마을 주변 산도 아니고 멀리 보은에 있는 산까지 원정을 나가 위험을 무릅쓴 산나물 채취는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착잡했다.

# 수몰은 회남과 마찬가지나 혜택은 쥐꼬리
회남면은 전역이 수몰지이지만 회북면은 전체 마을 중 신대리와 용곡1리, 죽암2리만 실제 수몰됐을 뿐이다.

그러나 회남면은 전체 수몰된 혜택이 주어지지만 수몰이 됐든 아니든 물이용 부담금으로 지원되는 보상금을 회북면은 전체 지역으로 나누기 때문에 신대리는 수변구역 혜택을 회남의 10분의 1도 주지 않는다며 불만이 대단하다.

연간 마을 앞으로 나오는 지원금 1000여만원으로는 경로당 보수나 마을 공영 고추 건조리 2대, 콩 타작기 1대, 고추 세척기 1대를 구입한 것이 고작이다.

그래서 마을 주민들은 면장이나 군수, 수자원공사에 수몰지인 신대리를 회남면과 같은 기준을 적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것.

그래서 한동안 주민들은 “차라리 신대리를 회북면이 아닌 회남면으로 편입시켜달라”는 주장까지 했을 정도다.

주민들은 수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신규 축산업 허가도 안 나고 집도 맘대로 못 짓는 등 재산권을 행사에 불이익이 따르는데도 신대리가 회북면이라는 이유로 수몰되지 않은 마을과 동등하게 취급해 보상이 적은 것은 말도 안된다고 주장했다.

보상 기준을 행정구역으로 적용할 것이 아니라 수몰지인지, 아닌지를 기준으로 해서 보상금을 책정해야 한다는 것.

한참동안 울분을 터뜨리는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정말 불합리한 잣대로 물이용기금을 사용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정부정책에 의해 옥토를 모두 수장시켜 쌀도 사서 먹을 정도로 빈한한 신대리 마을. 4000평 농토 중 모두 수몰되고 100평만 남아 봄에 산나물을 뜯어 팔아 먹고 산다는 한 어르신의 신세한탄에 가슴이 답답했다.

# 신대 보건지료소 운영이 숙원
신대리 뿐만 아니라 죽암1·2리, 용곡1·2·3리, 신추리 등 7개 마을 주민들은 신대 보건진료소를 안방처럼 이용하고 진료소장은 주민들의 주치의 역할을 했다.

그러다 구조조정으로 신대 보건진료소가 폐쇄되면서 이들 지역 주민들은 가정형편도 어렵기 때문에 보통 아파서는 병원도 가지 않고 참을 정도다.

그래서 신대리 주민들은 신대 보건진료소에 직원을 배치해 마을에서 쉽게 진료를 받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현재는 매주 화요일 신대리를 찾아 진료를 하는데 진료비가 아까워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아파도 참았다가 진료도 받고 약도 타간다고 한다.

한두석 이장은 그러면서 마을에서 2개 농가가 주택 개량 사업 신청을 했는데 주민들이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서라도 신대리 주민들이 꼭 선정되도록 해줄 것을 바랬다.

대청호 주변 호안도로는 드라이브코스로 제격이다. 파란물빛 그림같이 펼쳐진 자연풍광을 감상하면 마음의 찌꺼기도 모두 정화될 정도다.

이렇게 우리가 대청호변 외양의 아름다움에 빠져있는 동안 대청호로 인해 피해를 보는 주민들이 아픔은 간과하고 있었다. 가슴을 탁 트이게 하는 대청호가 주민들의 아픔을 보듬는 날이 빨리 오기만을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