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화밭에서
이 하 영 (외속 장내출신 , 시조시인)
2000-03-25 보은신문
도라지꽃 흰색과 보라색의 하모니… 경상남도 진주시 금곡면에 이성호씨는 장생 도라지(10∼20년된)로 수천만원의 수익을 올린다고 한다. 도라지는 호흡기질환 감기를 오래앓는 사람에게 좋고 신경통 관절염 환자에게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특히 20년된 도라지는 산삼보다 더한 영약이라니 그값을 헤아릴 수 없다.
강원도 봉평의 메밀꽃 축제… 짙은 초록의 산자락 사이사이 은하수를 뿌려 놓은 것 같은 끝없이 펼쳐지는 메밀꽃밭… 환상적인 감동을 주었다. 메밀로 만든 국수, 부치미, 묵 그리고 동동주 일주일내내(8월22일에서∼29일까지) 수많은 인파속에 치루어졌다. 『메밀꽃 필무렵』을 쓴 이효석의 고향, 생가터가 있고 시비가 있고… 달밤에 강물과 음악과 메밀꽃이 어우러지는 한마당.
우리 보은에도 흠뻑 취할 수 있는 그런 축제가 없을까. 강릉 경포대는 지난여름 입장료를 받지않아 이전의 두배가 넘는 피서객이 다녀 갔다고 한다. 저마다 지역의 발전을 위해 몸부림하고 있다. 충남 금산군도 도로변의 꽃가꾸기, 숲가꾸기로 그지방을 아주 아름답게 가꾼다고 한다. 지방화 시대에는 지역 단체장이 어떤 소신을 가지고 일하느냐에 따라서 엄청난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
중앙부처와 긴밀한 유대를 가지며 주어진 예산을 얼마만큼 효율적으로 쓰느냐에 달려있다. 항구도시 군산은 각종 세미나를 유치하여 서해안의 아름다운 경치를 소개하고 발전하고있는 군산항을 널리알리며 관광사업에도 열을 올리고 있었다. 전라남도 광주시에 갔을 때는 음식값이 4000원이면 임금님 수라상 같은 한정식이 나오고 장급 여관에 이불은 풀먹인 하얀 외광목으로 반들반들 너무도 깨끗하여 깔고덥기가 아까울 정도였다. 택시를 타면 언제나 그친절함이 국빈을 모시는 것 처럼 잘 훈련 되어 있었고 누구를 만나 길을 물어도 그 친절함이 몸에 배어 있었다. 광주를 떠나는 날은 너무도 기분 좋은 여행이 되어 감사 하다는 말을 시장님께 전화로 인사 드리는 것을 잊지 않았다.
10여년전 유럽 여행을 하면서 스위스에 가본적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 어디를 가나 공원처럼 잘 다듬어져 있었다. 스위스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다른 자원이 전혀없는 오직 관광자원뿐인 나라다. 세계적인 모든 국제회의를 유치하여 일년에 400여건의 회의를 통하여 세계각국의 최고 관료와 학자들 그리고 그의 가족들이 다녀 간다고 하니 엄청난 소득이 아닐 수 없다.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친절한 서비스 우리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다. 얼마전 일본을 갔을때도 마찬가지로 도시나 시골 어디나 소홀함이 없이 잘정돈된 깨끗함을 느꼈다. 심지어 소나무들의 가지 하나 하나 잎새 하나까지 정성의 손길이 보이고 황궁의 소나무나 산이나 도로변의 소나무가 한결같이 잘 다듬어져 있었다.
제멋데로 서있는 나무는 하나도 볼 수 없었으며 서울의 가로수와 많이 비교 되었다. 전기줄에 걸린다 하여 뭉툭 잘린 가로수들… 마치 전쟁터에서 돌아온 팔과 다리가 잘린 부상병처럼 서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너무도 가슴이 아프다. 그렇치 않으면 산발한 여인처럼 어수선한 모습으로 늘어서 있으니… 앞으로 대학에서 관광학과, 조경학과, 원예학과 등 나무의 수형을 아름답게 다듬고 만들 수 있는 전문적인 기술자를 많이 양성하여 우리나라 도로변의 나무들도 잘 가꾸어 지길 기대해 보며 관광사업에 더많은 정열을 모아야 할 것이다.
그래도 우리의 고향 보은에 가면 언제나 기분이 좋다. 가로수가 플라타너스 또는 수양버들이 아니고 벗꽃나무여서 봄에는 꽃이 좋고 가을에는 단풍이 좋다. 또한 도로변에는 봄, 여름, 가을 할 것없이 아름다운 꽃들이 가득 피어있어 보는 이의 마음을 즐겁게 한다. 더 바랄 것이 있다면 살기좋은 보은을 만들기 위하여 행정을 하는 공무원들이 더욱 노력해줄 것을 당부하고 싶다. 환경부, 농림부, 건설부, 산림청 등 정부 각 부처에서 좋은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주무부처에 담당공무원 들이 열심히 뛰어 정부예산의 현황을 정확히 알아 적극적으로 예산 따오기 경쟁을 벌여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영세한 서민과 소외된 계층의 고충을 헤아려 살길을 열어주고 보살필줄 아는 따듯한 마음을 가진 목민관이 되어야 할 것이다.
<정이품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