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석은 분명히 가려내자
2006-01-20 송진선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거명돼 올해 창간 기념호를 제작하면서 일일이 대상자에게 확인해 보도자료를 확보하기가 어려워 취재를 쉽게 하기 위해 신문에 공고를 내고 보도자료를 접수했다.
접수된 자료에는 의외의 인물도 있고 거론된 인물 중 자료를 접수하지 않은 사람도 있으니 본사가 가지고 있는 자료가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출마의 변을 밝힌 사람이 대단히 많다.
그래서 인지 ‘ 누구도 나온다는데…’하는 말이 일상화 됐다. 이 말은 조금 과하게 포장하면, 자고 일어나면 가장 많이 듣는 말 중에 하나가 됐다.
선거를 4개월여 정도 앞두고 어떻게 해야 당선될 수 있을 것인가 눈치작전이대단하다. 과연 보은읍 선거구가 무산될 것인가, 같은 지역 출마자 간 단일 후보를 내겠다, 행사란 행사는 모두 쫓아다니며 얼굴을 알리고 눈도장을 찍는 일에 하루 해가 짧을 정도다.
그렇다면 과거에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기초의원을 하겠다고 나섰었을까. 훨씬 적었다.
여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한다는 점도 있었으나, 광역의회나 지방자치단체장에 비해 권한이 적고 무보수 명예직으로 별 실익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다 이제는 갑자기 서로 지역봉사·헌신을 기치로 ‘의원을 하겠다’고 나선 선량들이 늘어나 한 명 한명 손가락을 꼽으니 비례대표를 제외하면 42명, 비례대표를 포함하면 48명이나 된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많아졌을까. 무보수 명예직으로는 의원직 수행이 어렵다는 생각에 지금까지 은거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텐데 씁쓸하다.
지방의회는 일반 기업체와 같은 단순취직 자리가 분명히 아니다. 적당히 얼굴을 알리다가 줄을 잘 타서 배지를 다는 자리는 더더욱 아니다. 한 지역의 살림을 논하고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멸사봉공하는 소중한 자리다. ‘민의의 봉사자’로서 ‘참 일꾼’의 자리인 것이다.
혹시 출마를 결심한 사람 중에 민의의 봉사자 역할도 할 수 있고, 돈도 벌고, 명예도 얻는 등 1석3조의 좋은 취직자리쯤으로 여기지는 않는 지 묻고 싶다.
잿밥에 신경 쓰지 않고 의정활동을 열심히 하면서 집행부를 효율적으로 견제하고, 지역 발전에 헌신한다면 걱정할 것이 없겠지만, 꼭 그렇게 될 것으로 기대가 안되는 건 지나친 기우일까.
어쨌든 유급제 확정 이후 공천을 받기 위해 지역 출신 유력인사를 방문하거나 각종 정당행사에 원정참여를 하는 등 눈도장을 받으려는, 눈치작전을 벌이는 입지자들이 넘쳐나고 있다고 한다. 결코 바람직한 현상만은 아니다.
지방의원 유급제 도입으로 추가 소요되는 지자체의 재정이 만만치 않다. 연간 기초의원은 2100만∼6700만원, 광역의원은 평균 3100만∼7800만원에 달한다.
여기서 또 하나 의문이 생긴다. 지방 재정에 큰 부담을 주는 고액연봉을 지급한다고 해서 주민들의 가려움을 긁어 줄 수 있을까. 무보수 명예직에서는 돈이 없어 일을 제대로 못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이젠 유권자들이 심판을 해야 하지 않을까. 의회를 직장으로만 생각하고 책임감이나 봉사정신 없이 지방재정이나 좀 먹는 ‘정치 꾼’들은 철저히 걸러내야 한다.
선거 고질병인 지연·학연·혈연에 얽매이는 풍토는 유급제가 시행되는 이번 선거부터는절대 안된다.
지역을 위해 뛸 ‘옥석’을 가려내는 것이야말로 바로 유권자들의 몫이다.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삼파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