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 선장에게
전 일 용 서울면목동 / 탄부벽지
2005-12-16 보은신문
우리 선객들은 자네들이 입버릇처럼 떠 드는 자네들의 진정한 주인(主人)이 아닌가. 누가 뭐래도 자넨 이 한국호 선장(船長)일세. 선장은 선장다워야지 자넨 지금 누가 봐도 선장다운 데가 없네. 지금 이 한국호는 안팎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네. 그러면 어디 한번 살펴보세.
우선 한국호 밖의 풍파(風波)가 예사롭지 않네. 선장을 비롯해서 모든 선원들이 한맘으로 대처해도 어려운데 자네들은 서로간 밥그릇 싸움, 과거사 규명(糾明) 등 엉뚱한 일들로 싸움질만 하고 있으니 이 배의 선객들이 어찌 불안하지 않겠나. 그러니 배가 제대로 갈 수가 없고 배가 잘못 가고 있다고 온통 난리인데도 자네들은 들은 척도 않네. 어디 그 뿐인가. 더 큰 문제는 자네들이 잘하고 있는 양 큰 착각에 빠져있다는 사실이네. 그 모든 것들이 사리사욕(私利私慾) 눈이 멀어 한치 앞도 못 보고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R 선장 주변의 못된 아첨배들의 농간(弄奸)때문이라네.
여보게 R 선장! 배가 좌초(坐礁)하면 모두가 끝장이네. 선객들이 무슨 죈가. 선장 하나 잘못 뽑은 죄밖에…….
R 선장! 한국호는 분명 위기에 처해 있네. 어서 정신 좀 차리게. 지금 누굴 헐뜯고 편가르고 코드 따지고, 잘잘못 가리고 싸움질만 할 그런 한가한 때가 아니라네. 제일 시급한 것이 그 못된 아첨배들의 농간에서 벗어나게.
R 선장 그대는 원래 천성이 못된 사람은 아니라네. 아첨배들로 인해 잠시 이성을 잃었을 뿐이라네. 그리고 자네 역시 고쳐야 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닐세. 우선 입조심하고 돌출 행동 등 경거망동을 삼가게. 선장이면 선장다워야지. 자네의 일거수 일투족에 수많은 선객들의 안전이 달렸다는 걸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되네. 왜 이런 말이 있지 않나. 입 잘못 놀리면 그 혀가 비수(匕首)가 되어 자신의 몸은 자른다는…….
명심하게. 자네의 선장으로서의 임기(任期)도 이제 코앞이네. 위기의 한국호를 구할 수 있는 시간도 이제 마지막일세. 좌초(坐礁)하고 후회한들 그 무슨 소용인가. 자신이 없으면 유능(有能)한 새 선장에게 맡기고 내려오게. 그것만이 한국호와 한국호 선객들을 진정 위하는 길이라네.
R 선장! 정신 바짝 차리게. 한국호를 좌초시킨 치욕(恥辱)의 선장으로 역사에 오명(汚名)을 남겨서야 되겠는가. 만에 하나 그리 되면 자네 자자손손(子子孫孫) 치욕이요, 자네 선대(先代)에도 크게 누가 된다는 사실을 꼭 명심(銘心)하시게.
R 선장! 마지막 충고(忠告)라네. 시간이 없네. 정신 바짝 차리게.
이천오년 십이월 십오일